[Work & Vacation] 스물아홉 번째
※ 더웨이브컴퍼니는 서울을 떠나 강릉, 사무실에서 벗어난 해변, 그리고 로컬에서 일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 그리고 일과 휴가,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워케이션은 일을 하는 동시에 휴가를 즐기는, 복합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업무 방식이자 장치입니다. 실제 일로오션, 파도의 집 워케이션에 참가하는 분들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죠. 일과 시간에는 열심히 일하고 일이 끝나자마자 완전한 휴식을 취하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일을 평소보다 일찍 끝마치고 쉬는 분들도 많죠.
일로오션의 해변 오피스에서 가져온 책을 읽거나, 파도살롱 서가인 파도의 시선에 놓인 책을 들여다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일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책을 읽으면 집중이 잘 되기에 모처럼 책을 가져왔어요."라고 말하는 참가자들을 볼 수 있었죠.
그래서 이번 콘텐츠는 워케이션 기간에 읽기 좋은 책을 추려봤습니다. 개별 책 소개도 있지만 워케이션 장소에서 읽기 좋은 책의 종류를 특정해서 소개하려 합니다.
1. 읽다가 잠시 쉬어도 좋은 '단편 소설 모음집'
평소에 책을 자주 읽는 분들이라면 오랜만에 독서를 하더라도 부담감이 적겠지만, 워케이션을 가는 가방에 들어있는 책의 모습이 어색한 분들이라면 두꺼운 책이나 난해한 책을 가져갔다가 그대로 갖고 오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워케이션뿐만 아니라 휴가를 갈 때도 비슷하죠.
그래서 분량의 부담을 줄이고 읽고 싶을 때 짧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단편 소설 모음집을 챙기시길 권합니다. 단편영화처럼 단편소설 역시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을 뿐이지 그 함의나 내용의 깊이가 떨어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짧은 텍스트에 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어 골똘히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각 단편의 내용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별개의 소설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지만, 목차를 보고 눈에 띄는 챕터를 먼저 읽는 것도 지루함을 피하고 워케이션 휴식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도서관이나 집에 꽂혀 있는 세계문학전집 사이에 숨어 있는 《오헨리 단편선》이나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과 최은영, 이은선, 황시운 작가 등이 함께 한 《파인다이닝》, TV프로그램 ‘알쓸○잡’으로 더 익숙해진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을 추천합니다.
2. 낯선 곳에서 읽는 낯선 장소의 이야기, '여행기'
워케이션은 익숙한 장소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가서 일하는 형태를 취합니다. 말 그대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자 비즈니스 트립이죠. 일이 끝나고 새로운 곳에서 책 읽는 기분은 생각보다 더 낭만적이고 집중이 잘 됩니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온전히 여행을 갈 수 없는 분들에게는 워케이션이 휴식인 동시에 또 다른 휴가, 여행을 위한 준비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여름휴가, 장기 휴가 갈 날을 떠올리면서 책을 읽으면 편안한 쉼과 다음에 이어질 쉼이 더해져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낡은 외투 하나만 걸친 채 유럽으로 떠난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이국적인 장소를 여행하면서 감동을 느끼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한 달에 한 도시를 살면서 한달살이를 추천하고 있는 부부 여행작가 김은덕, 백종민 작가의 《여행 말고 한달살기》, 안전하고 안락한 곳에서 누리는 느린 여행기 장은정 작가의 《하루쯤 나 혼자 어디라도 가야겠다》를 추천합니다.
3.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SF 소설'
SF 소설은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 '공상과학' 소설을 말합니다. SF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공상과학 소설,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이 나오면 무조건 챙겨보기도 하죠. 반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허무맹랑한 얘기 아닌가?'라고 치부하기도 하죠.
하지만 작가들의 상상력 속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미래사회를 예측한 텍스트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고민해 볼 수도 있죠.
최고의 SF 소설 작가 중 한 명인 테드 창의 《숨》과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추천합니다. 두 책 모두 삶과 죽음, 미래 기술을 다루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가 사는 데 있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책입니다. 참고로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수록된 '네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Arrival, 2016)>의 원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4. '놀고먹고 쉴 시간도 부족하다면?'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재밌고 '얇은 책'
워케이션 기간에 일과를 끝내고 나면 침대에 눕고 싶거나 어디로든 나가고 싶기 마련입니다. 취향에 따라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인 사람들도 많죠. 책을 좋아하더라도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거나 다른 참가자들도 이야기하느라 독서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죠. 이런 분들을 위해서 아주 얇은, 하지만 내용은 풍부한 책들을 준비했습니다.
100쪽 내외의 책으로 선정했고, 주제와 장르는 다양합니다. 거짓말보다 위험한 개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 일상의 틈에서 발견한 불화와 외로움에 대해 쓴 김경미 시인의 《고통을 달래는 순서》, 자유와 평등의 시대에 그 어떤 시대보다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주는 철학자의 메시지가 담긴, 한병철 작가의 《피로사회》를 추천합니다.
책을 읽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는 순간의 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책을 읽느냐'일 겁니다. 워케이션이라는 색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여러분의 독서 시간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