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 Vacation] 서른한 번째
※ 더웨이브컴퍼니는 서울을 떠나 강릉, 사무실에서 벗어난 해변, 그리고 로컬에서 일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 그리고 일과 휴가,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은 끝난 걸까요? 지난 1월 31일 일부 장소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가 해제되면서 ‘코로나가 끝나가나?’라는 생각을 다들 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종식', '팬데믹 끝'이라는 공식 통보가 있진 않았지만, 기업과 정부, HR 담당자들은 코로나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업무 방식과 기업 운영에 대해 준비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번에는 코로나로 촉발된 팬데믹이 가져온 우리 사회의 큰 변화가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워케이션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재택근무를 바라보는 시각차
Work & Vacation 28번째 주제였던 '하이브리드 근무는 어떻게 될까'를 통해 리모트 워크와 사무실 근무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업들의 상황과 모습에 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지난해 구글, 애플, 트위터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엔데믹 조짐에 리모트 워크 중지와 사무실 복귀 명령을 내렸습니다. '예전대로 돌아가는 거니 큰 반발이 있겠어?'라고 생각했던 기업들은 뜻밖의 반응에 당황했습니다. "리모트 워크로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 왜 복귀 명령을 내리는가?"라며 반발하는 직원들이 늘었고 퇴사와 이직 행렬이 이어졌기 때문이죠.
트위터의 경우, 지난해 11월 회사를 새로 인수한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직원들에 대해 사무실 복귀 명령을 내렸고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이후, 트위터의 직원들과 임원들을 비판하고 대량해고까지 이어지면서 회사의 이미지와 주가는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재택근무 중지가 모든 사태를 발생시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로 인해 시작된 문제들이 모여 야심 차게 인수했던 회사의 존망과 CEO 직책까지 내려와야 하는 문제에 봉착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듯 지난해 전 세계의 여러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한 번 발생한 큰 흐름은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느낀 해였습니다.
코로나 블루와 출근 스트레스
조금 더 시간을 과거로 돌려보겠습니다. 지난 2019년 코로나19 확산과 격리 조치 확대,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사항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코로나 블루(CORONA BLUE)로 불렸던 우울증상이 그러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2년 2분기「코로나 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우울 위험군은 16.9%로 2020년 '절반 이상이 불안함과 우울증상을 느꼈다'는 수치보다는 줄었지만 코로나 이전보다는 높은 수치로 여전히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재택근무를 적용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한 사항입니다. 특히, 육아를 병행하는 재택근무 직장인의 경우 팬데믹 기간 동안 이동의 제한, 가사 스트레스, 가정 불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불안함과 우울증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이러한 추세가 3년 이상 지속되면서 팬데믹 시기의 업무 방식에 적응하는 사례가 늘었고, 예전처럼 사무실 출근을 하는 것에 불안함, 부담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BBC, 워싱턴 포스트 등 유력 언론에서는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이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출퇴근 시간의 증가와 이동 비용의 부담감', '치밀해진 감시체계', '워라밸 부족', '불필요한 사내 모임·회식 참여' 등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두 가지 문제 모두 사람, 동료를 만나지 않아서 생기는 동시에, 다시 만나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방안은 기업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근무형태를 의논, 결정하고 사내 문화를 코로나 이후, 좀 더 자유롭고 유연한 동시에 효율적이게 바꾸는 것입니다. 하지만 업무에 따라, 인원 구성에 따라 변화가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게 좋지만, 지금 당장은 코로나 이전의 시스템이 더 효율적인 경우처럼 말이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결국 다양한 업무 방식과 워케이션이 공존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과 진행된 방향으로 이어가려는 의견이 상충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202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가 인기를 끌고 사무실 근무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는 이유는 근무 공간과 업무 방식이 어느 하나에 고정되어 있던 것에서 유기적으로 바뀔 수 있는 시스템과 사고방식이 확산된 것에 있습니다.
프리랜서와 디지털 노마드 등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직종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례가 늘면서 '재택근무·리모트 워크를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코로나 이전에도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이어진 재택근무, 리모트 워크 확산에 많은 직장인들은 '내 일도 재택근무로 일할 수 있구나.'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는 전문인력들 사이에서 더 크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만약 현재 회사가 사무실 복귀를 강요한다면 재택근무, 리모트 워크를 인정해 주는 회사로 이직을 하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죠. 다만 이를 실행하는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무실 복귀, 일방적인 리모트 워크 중지로 인한 불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여러 가지 형태로 불만이 표출되거나 업무 효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워케이션은 이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국내 워케이션의 사례나 워케이션을 도입하거나 관심이 있는 기업들이 갖고 있는 입장은 '돈이 되기 때문에 시장에 뛰어든다'였지만, 최근엔 '복지제도로서, 직원들의 업무 향상과 스트레스 관리 등을 위해 도입할만한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늘었습니다. 더웨이브컴퍼니와 일로오션에 관해 논의를 하는 기업 HR담당자과 미팅을 하다 보면 이와 같은 의견을 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워케이션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이 '워케이션을 하는 동안 일에 집중할 수 있는가(그럴만한 시설을 갖췄는가)'와 '직원들이 편히 쉴 수 있는가', '새로운 영감을 받을만한 요소가 있는가'였습니다.
참가자 후기에서 확인한 결과, 많은 참가자들이 사무실에서 벗어나서 일하면서도 그와 같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 것에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앞서 말했던 대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대신 다른 시간으로 활용이 가능한 점, 업무 종료 후 곧장 휴식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갈 수 있다는 점 등을 워케이션의 이점으로 꼽았습니다.
사무실과 같은 공간, 간섭이 적은 지역으로 가서 일하는 경험, 자연경관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효과, 출퇴근을 최소화하는 대신 업무에 집중하고 퇴근 이후에는 쉼에 집중하는 효과를 모두 거둘 수 있는 것이 '잘 갖춰진' 워케이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잘 갖춰진 워케이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업무방식을 준비하는 기업과 직장인 모두에게 좋은 해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