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 Vacation] 서른두 번째
※ 더웨이브컴퍼니는 서울을 떠나 강릉, 사무실에서 벗어난 해변, 그리고 로컬에서 일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 그리고 일과 휴가,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워케이션의 천국이다
연재 중인 'Work & Vacation' 시리즈에도 언급된 부분으로 국내외 언론사와 정부, 지자체에서 관광 관련 세미나나 회의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내용입니다. 일본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가미야마 등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지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재생사업, 지방소멸 방지대책, 지역 활성화 대책으로 워케이션을 활용하려는 모습입니다.
시코쿠 섬에 위치한 도쿠시마현의 가미야마시 외에 도쿄와 요코하마 남서쪽, 가나가와현의 마나즈루시와 서쪽인 도쿄도 오쿠타마시가 워케이션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그 외 지역에 관해서는 성과가 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듣기 힘듭니다. 파도살롱의 서가 '파도의 시선'에 비치되어 있는 <마을 만들기 환상>이라는 책에도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과 지역 활성화 전문가로 알려진 기노시타 히토시 작가는 "워케이션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의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워케이션 천지가 되면 공급과다로 가격 경쟁이 심화하여 모두 망해버릴 것이다."라고 전망했습니다.
2020년 9월 크로스마케팅사가 실시한 일본 국내 워케이션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69세 4342명 중 '워케이션을 알고 있다'라고 답한 사람들은 70% 이상이었지만, '워케이션에 참여하거나 참여하고 싶다'라는 응답은 20%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조사에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회사에 근무 중이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었지만 실제 이 부분이 워케이션으로 연결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일보에서 보도한 일본 워케이션에 관한 기사에는 '잘 쉬는 것은 경쟁력이란 말은 선진국인 일본에서 현실과 거리가 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면서 '워케이션이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일본 조직문화의 특성상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적고 있습니다.
「제도 도입만큼 중요한 것은 일과 휴가의 경계에 대한 명확한 회사의 인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스스로 자신의 업무 방식을 결정할 재량권이 작은 일본에선 "워케이션이 확산되고 있는가"하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먼저 워케이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정된 휴가 때까지 업무가 마무리될 것 같지 않아서 워케이션으로 변경하는 경우엔 당초 취지와 달리 충분한 휴식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기사의 내용처럼 실효성의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19년 팬데믹 이후 유급휴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워케이션을 장려하고 있지만 워케이션으로 인해 휴가 사용이 촉진되지는 않았습니다. 2019년 익스피디어 재팬에서 조사한 주요 국가 유급휴가 사용률에서 일본은 50%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67%의 유급휴가 사용률을 보인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NHK는 워케이션 보도 기사에서 "한국과 함께 일본이 전 세계에서 휴가 사용에 대한 부담감, 눈치보기가 가장 심하다"라고 말하며 워케이션, 유급 휴가 등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된 시스템이 있더라도 사내 문화, 조직 분위기에 의해 사용이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3일 CNN은 '일본에는 여행을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은가(Why Japan has so many ‘never travelers?)'라는 기사를 통해 "일본은 세계에서 여권 파워가 가장 센 나라 중 하나이지만 일본 국민들 중 여권 소지자는 20%에 불과하다"라면서 "엔화 약세, 30년째 일본 근로자의 임금이 인상되지 않은 점 등이 일본인의 해외여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는 일본 국내 여행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여행 전문 매거진 얼반랜드(Urban Land)는 2021년 워케이션 기사 '일과 삶의 밸런스 : 워케이션이 일본 농촌 쇠퇴와 지역 소멸을 막는데 도움이 됐을까?'에서 "젊은 세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직장 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고, 일을 위해 여가와 쉼을 희생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는 직장인 육아 시스템, 생각보다 열악한 지방의 업무 시스템(인터넷, 사무공간의 부족, 인프라 부족 등), 지역 워케이션 도시로의 접근성 문제 등을 공급에 비해 워케이션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꼽았습니다.
2023년 우리나라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강조했던 개념인 '관계인구'가 ‘생활인구’라는 이름으로 도입을 앞두고 있지만, 일본의 사례처럼 기대 이하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돈이 된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워케이션에 뛰어들면서 질적 저하를 비롯해, 공급 과잉으로 인해 공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밋빛 환상만 쫓는 워케이션 사업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바탕으로 지역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공급과 수요를 인지하며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업 환경이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