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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Sep 05. 2024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제3편

(평화로운 항구도시 나탈레스)

남미 배낭여행파타고니아 O서킷 트레일파타고니아 W트레일                                


(배낭여행 4일 차)

여행지 :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

여행일 : 2023년 3월 08일 수요일

누구랑 : 산찾사 & 오석민

<이동경로>

숙소출발 버스 정류장까지 25분 도보

엘칼라파테 버스 정류장 08:30 출발

푸에르토 나탈레스 14:25 도착

나탈레스 버스 정류장에서 30분 도보로 호텔 도착

오후에 나탈레스 해안공원 산책 후 휴식모드


컨디션 최악의 전날밤...

충분한 휴양과 수면덕에 몸상태가 호전됐다.

히유~!

다행이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우린 서둘러 배낭을 꾸렸다.

그런 후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로 배를 불린 후 길을 나선다.



호텔을 나선 즉시 구글 지도맵을 작동시켜

길을 찾아 선등 하는 석민 씨 뒤를 부지런히 따라 걷다 보니 이슬비가 내린다.

다행히 비는 메마른 땅을 약간 적셔주는 선에서 끝이 났다.

얼마 후...

우리의 발걸음이 버스 정류장 인근에 다다르자

어디서 들 나타났는지 배낭을 멘 여행자들이 이쪽저쪽 사방에서 모여들고 있다.



숙소를 떠난 지 정확히 25분 만에 우린 엘 칼라파테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우리가 예약한 교통편은 08:30에 떠나는 푸에르토 나탈레스행 버스 편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시간이 다 되도록 버스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긴 모든 버스 편이 정시에 떠나는걸 난 아직 보지 못했다.

그래도 우야튼 좌우지당간에 버스는 좀 늦긴 했지만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트래킹 거점 도시라 할 수 있는 푸에르토 나탈레스를 향해 머나먼 길을 떠났다.



도심을 벗어나자 버스는 황량한 초원을 힘 좋게 내달린다.

질주하는 버스의 차창밖 풍경은 한마디로 광활한 대지라 그 끝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이곳은 예전 동티베트의 야딩 풍경구 내선 트래킹을 끝내고 버스로 천장남로를 거처

중경으로 향할 때 넓은 초원이란 뜻의 리탕을 만났을 때와 풍경과 매우 흡사하다.

그런 초원의 대지를 가로지르며 내달리던 버스가 가끔은 주춤거릴 때가 있다.

야생 라마의 일종인 과나코 무리들이 도로를 침범할 때가 바로 이때다.

녀석들은 자유롭고 당당한 이곳의 쥔장들인 만큼 버스가 와도 비켜날 생각이 없는 듯 여유롭다.

그놈들을 보자 비로소 세상을 반 바퀴나 돌아 미지의 세계에 성큼 들어와 있음을 실감한다.



그렇게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비포장 도로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더니 도로옆의 허름한 건물에서 멈춘다.

이윽고 버스문이 열리며 버스기사가 서류철을 들고 내리며 다들 따라오라 손짓한다.

여긴 바로 아르헨티나 국경 검문소였다.

마침 잘 됐다.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긴 해도 볼일을 보기엔

아무래도 불편해 참고 있던 난 먼저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몸 물을 쏟아 낸 뒤 거의 형식에 가까운 아르헨티나 출국 수속을 끝냈다.



그런데...

내게 닥친 문제는 칠레 국경 검문소의 입국절차였다.

예전엔 모두 수기로 작성했다던 검역서식이 전면 변경되어

이젠 각자 개인이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문서로 작성 후 제출하면

접수됐다는 이메일 답장이 오고 그걸 검문소 직원에게 확인시켜주면 통과되는 형식이다.

내 서식은 석민 씨가 미리 작성해 제출했다기에 확인을 했지만 웬일인지 내 메일 문서함은 감감무소식...

그럴 경우엔 예전 방식대로 직접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하여 곧바로 서식 작성에 돌입했는데

이런 딘장간장 우라질~!

스페인 언어로 작성된 서류의 각 항목엔 내가 뭘 적어야 할지 도통 오리무중이다.

그런 그때 한동안 버벅대던 나를 향해 천사처럼 달려와 준 구세주가 있었다.

바로 이쁘장한 입국장의 여직원이다.

그녀는 내 여권을 달라더니 일사천리로 서류를 대필해 준다.

오우~! 예...

그녀 덕분에 그래서 나는 무사히 칠레의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장장 6시간을 달린 끝에 우린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버스 정류장에 무사히 안착했다.



이젠 예약된 숙소를 찾아가야 한다.

석민 씨가 구글맵을 작동시켜 보더니 그럭저럭 걸을만한

거리라 하여 배낭을 들처매고 우린 나탈레스의 도심을 헤집고 걸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찾아낸 우리의 숙소 (EL SENDERO QOSTEL)는 아래의 사진과 같다.

그런데....

이곳 건물들의 겉모습은 죄다 허름하다.

그러나 속은?

삐까번쩍 럭셔리 하니 걱정은 붙잡아 매 주셔도 되시겠다.



하룻밤 편히 쉴 숙소에 짐을 풀었으니 이젠 민생고를 해결하러 우린 호텔을 나섰다.

그리곤...

우린 음식점을 찾아 삼만리를 헤맸다.

문제는 석민 씨의 기억에 의존해 생긴 일였다.

오래전 이곳을 배낭여행으로 다녀갔던 석민 씨는 아주 맛있게

먹었다던 그때의 그 햄버거 가게를 찾겠다고 나서며 생긴 일인데

거리나 건물 생김새가 별 특징이 없다 보니 그게 그거 같고 요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고....

ㅋㅋㅋ

결국엔 그 집 비슷한 음식점을 찾아들긴 했지만 그때 그 집은 아닌 듯하다.

쥔장이 바뀐 것 같아 종업원에서 물어보긴 했지만 그때 그 집은 아닌 듯...



식사를 끝내고 나자

오늘은 쉬어가는 컨셉의 하루라 그런지 시간이 남아돈다.

그러자...

여길 와 본 석민 씨가 해변 공원의 산책로가 아름답다며 그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해안공원의 산책로가 이쁘긴 했다.

다만 바람의 땅이란 이름답게 세찬 바람이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몹시 춥다.

흐미~!

순간 석민 씨나 나나 고민이 깊어진다.

내일부턴 본격적인 o서킷 트레일을 시작할 텐데 복장을 어찌해야 할지?

지금 같은 날씨라면 늦가을 내지는 초겨울 복장여야 한다.

와서 느껴보니 여긴 날씨를 종 잡을 수 없다.

잠잠하다 갑자기 태풍급 바람이 불어 제키는 건 기본에

이렇게 맑고 투명한 하늘에서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는 게 일상이라 보면 될 듯.



해안가 산책로엔 두 팔 벌려 바람을 맞는 남녀의 조형물이 장대 끝을 잡고 매달려 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아름다워 우린 한참을 서성댔다.

석민 씨는 그 조형물이 설치된 바로 앞 건물의 빨간색 호텔에 묵고 싶어 했다.

그곳은 나탈레스에서 최상급 호텔이란다.

그러나 우리가 그저 하룻밤 묵어 가기엔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만큼 가격이 쎄단 말씀이다.



한동안 서성대던 그곳을 벗어나 해안 산책로를 더 내려서자

이번엔 짐승의 털가죽 옷을 입은 원주민 동상 앞에 내 발길이 저절로 멈춘다.

1520년에 마젤란과 그의 선원들은 유럽인 최초로 이 땅을 밟았다.

그때 그들이 만났던 원주민의 모습이 바로 저 모습이다.

그때 마젤란과 선원들은 거대한 몸집의 원주민들을 보고 발이

크다는 의미로 이 땅을 파타곤(Patagon)이라 불러 지금의 지명이 되었다.

실제로 원주민 테우엘체족의 평균 키가 180cm라 한다.

그 큰 키에 짐승의 털가죽 옷을 걸치고 신발을 신고 있었다면 그럴 만도 하다.



신대륙의 발견이 누구에겐 환희였지만 누구에겐 기나긴 수난의

시작였슴을 바람이 만들어 놓은 너울성 파도를 타며 평화롭게 노니는 저 새들은 알고 있을까?



미지의 땅이 품고 있는 그 땅이 살아온

알 수 없는 시간들을 그저 그냥 스쳐 지나는 여행자가

뭘 알 수 있을까 싶은 그 자리엔 나와 같은 여행자로 보이던 한 여인이

석상처럼 앉아 물멍을 때리고 있어 방해가 될 듯싶은 우린 조용히 발길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되돌아오던 길...

내일 트래킹 복장이 염려스러운 석민 씨는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아웃도어의 매장을 찾아 시내를 돌고 돌았지만 또다시 컨디션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나 때문에 옷 구입을 포기하고 그 대신 슈퍼에서 저녁식사 대용으로

빵과 포도를 구입해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저녁식사 시간...

멀리 식당을 찾아 나서기도 귀찮고 나가봤자 마땅한 먹거리도 없어

사들고 온 빵과 콜라 그리고 포도로 우린 나름 푸짐한 식사를 끝낸 후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며 쉬어가는 컨셉의 나탈레스 공식 일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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