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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Sep 12. 2024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제5편

(O서킷 트레일 2일 차 세론~딕슨 구간)

배낭여행 제6일 차)

산행지 : 칠레 파타고니아 O서킷 트레일 2일 차

산행일 : 2023년 3월 10일 금요일

누구랑 : 산찾사 & 오석민

이동경로)

세론산장 : 08:07

코이론 탐방예약자 확인 캠프

딕슨산장 : 13:36

※ 산행거리 : 17.86Km 산행시간 : 05:29 (오룩스에 기록된 산행정보로 표기)


(O서킷 2일 차 동선을 표기한 산행지도)



세론 야영장의 아침이 밝아온다.

지난밤 숙면을 취해 그런가 몸상태가 정상을 찾아가는 느낌.

뜨거운 물로 샤워 후 7시에 제공되는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을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식당엔 세계 각지에서 찾아든 트래커의 대화로 왁작지껄 요란 맞다.

뭔 이야기들이 저래 많은지?

수많은 트래커 중 동양인은 석민씨와 단둘이다.

자연 그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표한다.

석민씨는 자유롭게 그들과 대화를 이어갔지만 난 꿀 먹은 벙어리...

석민씨에 의하면 그들의 대화는 별게 아니란다.

난 어디를 다녀왔고 그곳이 어떠했으며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는 무용담을 주요 화제로 삼아 서로 간 대화가 이어진다고.

세론에서 제공된 조식은 간단했다.

요구르트와 뜨거운 커피 그리고 통밀빵이 전부다.

이후 계속해 우리에게 숙식을 제공한 다른 산장의 조식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식이 끝난 다음엔 그들이 주는 런치백을 받아 배낭에 갈무리 후 우린 세론 야영장을 등진다.



세론 야영장을 뒤로 보내자마자 등로는 곧바로

파이네 강변의 초원으로 떨어지고 우린 일렁이는 풀숲을 헤치며 나아갔다.



등로는 큰 고도차 없이 이어지는 산 아래의 소로길로 이어지는데



진행방향 우측으론 파이네의 강줄기가 계속하여 우리와 함께 한다.



그렇게 걷던 우리 앞에 무지개가 떴다.

여기선 아주 흔하게 보는 풍광이다.

하늘은 맑고 투명하지만 여기 날씨는 도무지 종 잡을 수 없다.

저 무지개가 뜬 지역은 아마도 이슬비가 내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우린 바람 따라 정처 없이 걸었다.

지구의 끝자락을 찾아든 이방인에게 파타고니아는

때론 지금처럼 부드러운 바람결로 60 중년의 쓸쓸한 마음과 몸을

쓰다듬어 위로를 해주는가 하면 어느 땐 몸조차 가누지 못할 강풍으로 매몰차게 내치기도 했다.



바로 지금 걷고 있는 저 언덕을 넘어섰을 때 그랬다.

우린 그곳에서 한차레 냉혹하고 차디찬 파타고니아의 강풍과 맞서야 했다.



세론~딕슨 구간은 지금 올라서는

이 언덕만 넘어서면 큰 고도차 없는 편안한 등로였다.



쉬엄쉬엄 올라선 고갯마루....

그곳의 이정목엔 허가된 자 외엔 이곳을 넘지 마란 경고 문구가 있다.

어떻게 알았나 굽쇼~?

석민씨가 대충 글귀를 보고 해석해 내게 알려준 내용이다.



나중에 집에 와 그 글귀를 구글 번역기로 돌려 보았다.

군데군데 글이 지워져 있지만 뜻은 명확하게 해석된다.

단정할 순 없지만 딕슨 또는 페로스 산장의 예약자가 아니면 넘어가지 마란 뜻이다.

아래는 그 표지판의 글귀만 따로 발췌한 사진이다.




이를테면 이곳부턴 우리처럼 등록 허가된 자 외엔 금단의 땅인 셈이다.

그곳으로 발을 들여놓은 순간...

우린 소문으로만 듣던 파타고니아의 강풍을 제대로 맞았다.

그것도 몸이 쓸려버릴 정도의 강한 바람였다.



그러나....

성급히 그곳만 벗어나면 금세 바람은 또 잠잠해진다.



계속해 걸어가던 우리 앞엔 운무가 희롱하는 설산이 아름답다.



그렇게 나는 초원을 가르며 이어진

마치 비현실 속 같았던 자연의 품 안에서 심연 깊숙하게

똬리를 틀고 있던 삶의 고뇌를 망각한 채 잠시나마 멈춘 시간 속을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문득 만나게 된

건물엔 코이론(Coiron)이란 명패가 달려있다.

건물 입구엔 트래커들이 지켜야 할 명목들을 주욱 써 놓은 글귀가 있다.



이곳 벤치에 앉아 우린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우리 뒤를 따라 들어선 외국의 젊은 여성 트래커가 두리번두리번 무언가를 찾는데

사연인즉 바로 이곳에선 허가받은 트래커 여부를 관리공단 직원이 체크를 하게 돼 있다고....

아무도 없음 그냥 가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 아가씨는 끈질겼다.

기어이 건물 뒤편의 돔형 텐트에서 단잠에 빠진 관리공단 아가씨를 찾아냈다.

그런데...

ㅋㅋㅋ

그 관리공단 아가씨는 졸린 눈으로

트래커들 확인 체크는 할 생각이 없는 듯 화장실로 직행한다.

그러자 그 아가씨는 우릴 보고 그냥 가도 된다는 손짓을 보낸 후 순식간에 사라진다.



얼마 후...

우린 코이론에서 딕슨까진 10km라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우린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관리공단 여직원과 마주했다.

그녀의 손엔 트래커 명단이 들려 있었고 우린 확인 과정을 거쳤다.

아항~!

그래서 아까 그 코이론의 관리공단 아가씨가 그냥 우릴 보낸 거구낭~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냥 보낼 순 없다.

당연 기념사진은 필수...

그녀들도 코리아에서 온 트래커라니 무지하게 반가워한다.

아마도 그건 k팝의 위력 때문이 아닐까?

우린 한류 문화가 이미 지구 땅끝까지 파고 들어와 있음을 확인한다.



그녀들과 헤어진 후

초원을 무상무념으로 걷다 문득 좌측 방향의

산 능선을 바라보니 운무에 살짝 가린 침봉이 보였다.

바로 우리가 마지막 O서킷 트레일을 완주하는 날에 만나게 될 토레스 델 삼봉이다.



파이네 호수로 이어진 강줄기와 나란히 이어진 등로 따라 걷다



홀로 풀을 뜯고 있던 말 한 마리를 만났다.

이놈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저 녀석은 그간 열심히 일하다 지금은 휴식의 시간을 즐기는 듯....



걷다 보니 배가 고프다.

마침 적당한 장소가 있어 배낭을 풀어 런치백을 꺼내 든다.

새론 산장에서 싸준 도시락엔 참치 소스의 햄버거와 사과 한 알 그리고 견과류 한 봉지와 초코바가 들어 있다.

햄버거의 양은 혼자 다 먹긴 버거운 양이다.

그래도 먹은 만큼 갈 수 있기에 부실한 체력을 생각해 난 아주 천천히 다 먹고

견과류와 초코바는 간식으로 챙겼다.

이날 이후부터 산장에서 준 런치백의 내용물은 거의 같았는데

그러다 보니 우리 둘은 먹다 남은 견과류와 초코바를 챙긴 간식이 훗날엔 아주 차고 넘쳤다.



식사 후 우린 또 마냥 대자연의 품속을 노닐듯 거닐다 보니



얼어려~?

저 아래 강변에 자리 잡은 딕슨 산장이 보인다.



이제 이 언덕만 내려서면 오늘 트래킹은 끝...



곧바로 딕슨산장에 도착해



우린 3인실을 단 둘이 쓸 수 있는 숙소로 배정받았다.



딕슨 산장에 도착한 시간이 이제 막 오후를 넘긴 13:36

어휴~!

시간이 남아돈다.

느긋하게 샤워 먼저 한 후 우린 산장 주변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시간은 남아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저녁 식사까진 멀었는데 왠지 배는 출출한 것 같아 피자를 주문했다.

그러나 둘이 다 먹기엔 양이 많아 절반은 포장을 해 내일 간식으로 챙겼다.



오늘 일정은 거의 18Km을 걸었지만

일찍 도착한 연유로 딕슨 산장에선 완전 휴식모드의 산책을 즐겼다.



그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저녁식사 시간....

항상 산장의 저녁 식사는 어디든 푸짐하다.

우유나 요구르트와 함께 빵 몇 쪼가리를 먹다 보면



메인 메뉴가 나온다.

물론 다 먹기 힘들 정도로 푸짐하다.

그러니 아무리 배가 고파도 미리 나온 빵은 맛만 봐야 한다.

이날 딕슨 산장의 메인 메뉴는 닭다리 튀김였다.

그런데...

석민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나 보다.

이거 진짜 닭다리 맞아?

닭다리 하나가 겁나게 커 그건 나도 좀 이상했다.

그런데 맛은 진짜 닭이 맞다.

덕분에 포식을 한 우린 이날밤엔 배를 두두리며 행복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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