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슨산장에서 페로스 산장까지의 여정)
산행일 : 2023년 3월 11일 토요일
산행지 : O서킷 트레일 3일 차 (딕슨산장 ~ 페로스 야영장)
누구랑 : 산찾사 & 오석민
- 딕슨산장 : 08:19
- 페로스 야영장 : 13:44
산행거리 12.4Km 산행시간 : 5:25 (오룩스 맵에 기록된 산행정보로 기록)
(O서킷 트레일 지도)
전날밤 딕슨 산장에선 오후 9시에 소등되었다.
불 꺼진 방이고 딱히 할 일도 없어 우린 일찍 잠에 들었다.
이른 아침...
일찍 잤으니 일찍 눈은 떠졌으나 산장 전체가 소등이라 어둠에 잠겼다.
핑계김에 그냥 눈을 감고 있자 간간히 잠이 들어 깼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오전 6:40분에 급전이 되어 불이 켜진다.
덕분에 충분한 수면을 취해 그런가 몸이 아주 개운하다.
오늘은 O서킷 트레일중 제일 짧은 구간이라 우린 아주 게으른 아침을 보냈다.
그러다 떠날 땐 이렇게 느긋하게 산장의 벤치에 앉아 기념사진까지 남긴다.
여린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우린 딕슨 산장을 출발했다.
등로는 초원지대를 지나자 서서히 경사를 높여 숲 속으로 우릴 이끈다.
한동안 밀림 속 숲 속을 걷던 우린 조망터를 만났다.
오늘은 굳이 빨리 갈 이유가 없었던 우린 한동안 이곳에서 조망을 즐겼다.
그런 우리 뒤를 미국인 부부가 뒤따라 올라 오기에 조망터를 양보했는데
상냥한 미소로 항상 우릴 기분 좋게 대해준 여성은 간호사로
중후한 매력의 남성은 영어교사로 근무한다던 미국인 부부였는데 이들 부부는
o서킷 구간이 종료되고 국립공원을 떠날 때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었던 탓에 우리와 정이 흠뻑 들었던 트래커다.
아래 사진은 그곳에서 디카로 당겨본 사진이다.
얼핏 강이 보이고 그 뒤편의 설산엔 거대한 빙하가 보인다.
다시 시작된 발걸음...
오랜 세월을 버텨온 고목이 파타고니아의
거센 바람을 못 견뎌 쓰러진 그 자리엔 또 다른 생명이 터를 잡아
건강한 자연 생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보존하던 밀림의 숲 속을 우린 묵묵히 걸었다.
때론 이렇게 우리에게 청량한 식수를 제공한 계곡을 넘어서자
여린 햇살이 겨우겨우 수줍게 스며든 숲 속엔
들어낸 뿌리 한쪽을 수많은 트래커들이 밟고 지날 수 있게
길은 내준 것도 모자라 이렇게 덕지덕지 아낌없이 제 몸을 이끼에게 내준 고목을 스쳐 지날 때쯤
문득 여행자의 피곤이 몰려와 우린
누구라 할 것 없이 이심전심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을 내려놓았다.
하아~!
좋다.
지구 반대편까지 달려와 이런 여유와 호사스럼 이라니...
기나긴 휴식으로 재 충전된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그 힘도 새롭게 만난 풍경 앞엔 무용지물이다.
등로 옆으로 벗어난 지역에 개활지가 있어 들어가 보니 아주 넓은 습지다.
그곳의 풍광이 장관이다.
그 모습에 취해 유유자적 서성대던 우리를 발견한 트래커들이 뒤따라 들어온다.
그중엔 자녀 셋과 백패킹 모드로 O서킷 트레일을 걷던 5인 가족이 있다.
참 부러운 가족이다.
애들은 캠핑장에서 직접 자신들의 텐트를 친다.
아빠는 묵묵히 곁에서 지도만 하고...
애들은 그렇게 어릴 적부터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즐기는 방법을 학습하니 그들 미래의 인생은 아마도 풍요로울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가족 단체 사진을 애들 엄마의 핸드폰으로 여러 컷 찍어 주었다.
그런데...
그녀가 웨어 후럼이라 물어보길래 싸우스 코리아라 답을 했더니
오우~!
내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욘석들이 다 함께 합창을 한다.
하나, 둘, 셋 김치~!
그러더니 감사합니다까지....
얼마나 유쾌하고 즐겁던지?
내가 직접 현장에서 느낀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 정도로 높아졌음을 확인한 현장이다.
그런 내 조국의 지금 현실은?
이궁~!
이후...
계곡을 끼고 이어진 등로는 계속하여 서서히 경사를 올린다.
그렇게 걷다 만난 이정목...
엥~?
벌써 다 왔넹~!
그런데...
현재의 위치에서 페로스 야영장까지 거리가 엉터리였나?
누군가 빡빡 지워 버렸다.
ㅋㅋㅋ
우리나라든 외국이던 거리 표기는 믿을게 못되나 보다.
그래도 이런 거라도 있음 산행하는데 많은 참고가 되니 없는 것보단 훨씬 낳다.
어느 순간 숲 속을 벗어난 등로는
자갈밭으로 이어지고 등로는 저 앞에 보이는 설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곳을 향해 힘든 언덕을 치고 올라서자
와우~!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을 담고 있는 호수가 내려 보인다.
멋지다.
그 모습은 좀 다르지만 옛날 동티벳의 메리설산 빙호를 올랐을 때 그 느낌이다.
이곳에서 페로스 야영장은 지척의 거리다.
시간은 이제 막 오후로 넘어가는 때라 일찍 가 봐야
마땅히 할 일도 없던 우린 이곳에서 멍을 때리며 제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배고픔이 느껴져 호수를 내려보며 런치백을 꺼내든다.
산장에서 주는 도시락 메뉴는 거의 동일하다.
딕슨에서 준 햄버거는 연어로 만든 패디를 껴 넣었다.
그런 햄버거가 싫었던 석민씨는 산장에서 자신의 몫으로 준 햄버거를 빼놓고 왔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우리에겐 전날 먹다 남긴 피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져온 햄버거를 반으로 나누고 피자와 함께 산장에서 구입한 콜라가
함께 하니 우린 전 일정에서 최고로 호화로운 식단이 되었다.
무한정 쉴 수는 없는 법....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올려 지척의 거리에 있는 페로스 야영장을 향한다.
그런 우리 앞을 그동안 호수를 내려보며 함께 놀며 쉬었던 미국인 부부가 선등하고 있다.
드디어 우린 페로스 야영장에 도착했다.
시간은 겨우 오후를 넘긴 13:44로 석민씨의
핸드폰 오룩스맵엔 우리가 걸어온 거리를 12.4km로 기록하고 있다.
야영장으로 입성하려면 먼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입구의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들려
반드시 우리의 인적사항과 행로를 적어야 한다.
그런 후엔 또다시 야영장에서 예약을 확인 후 역시 인적사항을
기록한 뒤엔 식사시간과 샤워장을 안내받고 설치 완료된 텐트를 배정받았다.
우리가 배정받은 텐트는 10번 원목 데크 위에 올려 앉힌 2인용 텐트인데
첫날 묵었던 세론 야영장과 동일한 텐트에 매트 그리고 동계용 침낭이 구비되어 있다.
우리 텐트 바로 앞엔 바로 그 5인가족 백패킹 팀이다.
텐트 안에서 바라본 텐트는 아빠의 지도 편달로 아주 튼튼하게 구축된 아이들의 텐트다.
페로스 야영장엔 샤워장이 있긴 있다.
그런데 더운물이 안 나온다.
여긴 전 구간의 산장과 야영장중 그래서 모든 게 제일 열악한 시설이다.
그래도 난 샤워는 해야 개운할 것 같아 용감하게 옷을 벗고 들어섰는데
딘장~!
어쩐 일인지 수압마저 낮아 전립선 비대증에 걸린
노친네 마냥 수도꼭지에선 물이 질질질 흘러내리고 있다.
흐미~!
덕분에 난 비눗물을 씻겨 낼 동안 동태가 다 되었다.
샤워 후 딱히 할 일이 없던 난
두꺼운 옷으로 무장한 채 햇살 좋은 강변을 찾아 나섰다.
그런 내 눈에 차가운 강물로 풍덩 뛰어들었다 나온 연인들이 보였다.
재들은 안 춥나?
저들은 분명 북유럽에서 온 트래커일 확률이 높다.
예전 킬리만자로 등정 때 호롬보 산장에서 우린 두꺼운 우모복을 껴 입고도
덜덜덜 추워 떨고 있을 때 나시 차림에 핫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던 소녀들이 있었다.
하도 신기해 니들은 어디서 왔냐 물으니 핀란드란다.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저 연인들도 분명 그쪽 나라인 게 분명하다.
저들은 해바라기를 하다 얼마 후엔 또 강물로 입수....
헐~!!!
그들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또 한 사람....
석민씨다.
강물에 손과 발을 담그긴 했는데.
ㅋㅋㅋ
그는 얼마 못 견뎌 곧바로 강물에서 자진 철수를 했다.
시간이 너무 많아 걱정했는데 어느새 어둑해진 저녁이 되었다.
산장 주변만 어슬렁 걸어 다녀도 풍광이 좋아 지루함이 없어 그런 것 같다.
식사 시간이 되어 식당을 찾았다.
오늘 이곳의 메인 메뉴는 콩수프에 고기 듬뿍의 영양식이다.
유난히 콩을 좋아하던 난 아주 흡족한 저녁 식사가 되었다.
저녁 식사 후 잠자리에 든다.
이날 객기에 찬물로 샤워를 해서 그런가?
몸상태가 또 나락으로 곧두박질하는 느낌이라 아스피린 한알을
복용하고 오른쪽 무릎 내측엔 경미한 통증이 느껴져 파스를 붙이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