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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Sep 14. 2024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제7편

(O서킷 트레일 4일 차 페로스~그레이 구간)

     


여행 제8일 차

산행일 : 2023년 3월 12일 일요일

산행지 : O서킷 트레일 4일 차 (페로스~그레이 구간)

누구랑 : 산찾사 & 오석민

동경로

페로스 산장 06:57 출발

존가너 패스 1200m 고개

트래커 체크지역 & 캠핑장

그레이산장 15:26 도착

산행거리 : 16.38km 산행시간 : 08:29 (오룩스맵에서 기록된 산행 정보로 표기)


(O서킷 트레일 산행지도)


이른 새벽...

여기저기 텐트마다 불을 밝힌다.

오늘은 O서킷 트레일 구간 중 제일 힘들다는 해발 1200m

존가너 패스를 넘기 위한 준비로 일찍 감치 배낭을 패킹하느라 다들 분주하다.

그래 그런가?

다른 산장보다 그래서 여긴 6시에 조식이 제공된다.

우리는 좀 늦게 식당에 들어섰는데 이미 만석이다.



그들 틈을 비집고 들어앉아 간단한 조식을 끝낸 우리도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이후...

한동안 우린 이맛불을 밝힌 채 컴컴한 어둠 속을 걸었다.


숲 속의 등로는 경사가 급했고

전날밤 내린 비에 얼기설기 들어낸 나무뿌리는

몹시 미끄러운데 등로 중간엔 또 진흙탕이 있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러다 어느덧 동이 트기 시작하자

숲 속에 스며든 여린 햇살덕에 걷기는 좀 나아지긴 했으나



이번엔 또다시 구간 구간마다 정체가 시작된다.

같은 시간대에 함께 출발하다 보니 난이도가 있는 구간에선 어쩜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걸어가다 어느덧 숲 속을 벗어날 때쯤 뒤를 돌아보자



저 아래엔 어제 점심식사를 하며 실컷 놀았던 호수가 보인다.

페로스 야영장은 그 바로 앞에 있다.



숲 속을 벗어난 이후부턴 지속적인 오름이다.



등로는 거친 너덜길인데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되자

어느새 주위의 트래커들과 멀어진 채 우린 단둘만이 걷고 있었다.



어제저녁과 달리 다행히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컨디션 덕에 나는 큰 문제없이 오름을 올라설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놈의 바람이다.



온몸을 파고들던 바람은 날카로운 비수를 품고 있다.

얼른 오버트라우져로 몸을 감싸긴 했지만 추위를 피할 수 없었던 난

배낭을 열어 모자와 장갑을 꺼내야 했다.



드디어 힘겹게 올라선 고갯마루...

여기가 그 유명한 존 가너 패스 1200m 고개였다.

우린 이곳에서 말로만 듣던 파타고니아의 거센 바람과 마주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기념사진은 남겨야 했기에 뒤로 밀리는 몸을 겨우 버텨

기다린 끝에 방금 올라선 외국의 트래커와 서로 사진을 찍어 주고받는 상부상조를 했다.



고갯마루를 벗어나자 이내 바람은 잠잠하다.

그러자 바람대신 이번엔 황홀한 풍경이 우릴 맞아준다.

우리 앞 정면엔 거대한 그레이 빙하가 버티고 서 있다.



그 빙하를 내려보며 너덜길을 내려서기 시작한 우린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몆 번이나 가던 걸음을 멈춰야 했다.



너덜길을 다 내려선 이후부턴 거대한 빙하를 우측에 두고 이어진 숲 속길을 걷는다.



그렇게 걸어가다 만난 조망터에서 우린 또 갈길을 망각했다.



언제 또 여길 와 볼 수 있으랴~

실컷 눈과 마음에 담아두기 위해 암릉에 걸터앉아 그레이 빙하를 바라본다.

여긴 모든 트래커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배낭을 내려놓기에 우린 또 자리를 양보해야 했는데

그런 우리와 달리 포토죤의 명당에 우뚝 버티고 선 저 남자는 결코 저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저 자리에서 우린 빙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담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석민씨가 그런다.

재들은 그런 거 절대 의식하지 않는다고...



다시 또 옮긴 발걸음이 국립공원 관리공단 건물과 만났다.



이곳에선 모든 트래커들이 기록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w트레일을 걷는 트래커는 이곳이 종점 아닐까?

예전 석민씨는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떠나는 뱃시간에 쫓겨 여기까진 못 오고 발길을 돌려야 했단다.



이후에도 산 아래를 휘돌아 가던 등로에선



계속하여 거대한 빙하를 보며 걸을 수 있었다.



대다수의 트래커들은 바람을 피할 수 있던

국립공원의 체크지역에서 식사를 했지만 그러기엔

이른 감이 있던 우린 그곳을 통과하는 바람에 한동안 식사할 자리를 찾지 못했다.

왜?

그놈의 바람 때문에...

그러다 등로에서 벗어난 적당한 자리를 발견해 급하게 빵하나로 점심을 때웠다.



식사 후 다시 시작된 등로에서 우린 스펙터클한 경험을 한다.

여긴 1인만 통과하라고 쓰여 있던 구름다리인데

중간쯤 왔을 땐 세찬 바람에 출렁대던 구름다리가 장난이 아녔다.

내 뒤를 이어 다리를 건너던 여인의 겁먹은 표정이 완전 압권이다.



첫 번째 이후 두 번을 더 구름다리를 만나야 하는데

두 번째부턴 4인이 건너도 된다고 표시 돼 있고 첫 번째에 비해 그만큼 스릴도 반감된 다리였다.



그러나 첫 번째 구름다리만큼의 스릴은 위험스러운 비탈을

통과하던 등로에서 몸이 뒤로 밀릴 정도의 강한 바람을 만날 때 처절하게 느꼈다.

그때 석민씨가 허둥대며 그 큰 키를 바짝 엎드려 급하게 뛰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ㅋㅋㅋ



아래 사진은 정규등로에서 벗어나

우측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조망 터다.

우린 갈림길에 배낭을 두고 이곳까지 걸어와 발아래 빙하를 내려보며 다리 쉼을 했다.



이후부터 등로는 걷기 편안하다.



산장에 도착 전....

마지막으로 우린 최고의 조망터를 만나 배낭을 내려놓았다.

그곳에서 석민씨는 편안하게 누워 멋진 풍광을 감상하고



나는 그간 수고로움을 잘 견뎌준 두발에 감사하며

해풍으로 피로를 달래주는 동안 내 시선은 안구정화를 제대로 한 시간이 되었다.



한동안 휴식에 힘을 얻어 출발한 등로는 평탄한 숲 길이다.



덕분에 곧바로 우린 그레이 산장에 안착했다.



산장에 도착해선 제일 먼저 수고로운 자신들을 위해

나는 시원한 파타고니아 맥주로 석민씨는 콜라로 갈증과 피로를 달랜 후

곧바로 와이파이를 구입해 그간 통화이탈 지역이라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가족들과 통화를 했다.



그런 후 프런트에서 예약자 확인을 거쳐



우린 6인실을 배정받았다.

이곳 산장은 남녀 구분을 하지 않는다.

6 일실 방엔 여성 4명 그리고 남성은 우리뿐...

이날 이후부터 우린 계속 동선이 같았던 48세의 영국 여성과 만났는데

방송국 미디어 관련일을 한다던 그 여성은 얼마나 우리에게 살갑게 굴던지?

이 여성은 만날 때마다 우리를 환호하며 맞아 주었는데

무식한 난 꿀 먹은 벙어리라 그냥 미소만 보내야 했지만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그녀를 상대로 공짜 회화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석민씨는 훌륭한 대화 상대가 되었다.

아래는 이날의 메인메뉴....

지금껏 먹었던 산장 메뉴 중 고기의 질이 제일 좋았다.

덕분에 나는 아주 만족스럽게 배부른 저녁이 됨...


이날밤...

나는 아주 편안한 밤을 보냈다.

그런데 석민씨는 그러지 못했나 보다.

그건 바로 우리 반대편 침상의 여인에게서 풍겨 난 냄새였다.

다행스럽게 난 모르고 있었는데 방을 나갔다 다시 들어서자 그 냄새가 풍겼다.

서양인 특유의 냄새는 아닌 것 같고 겨드랑이에서 풍겨 난 악취로 알려진 암내였다.

흐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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