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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계형변호사 Dec 31. 2019

투덜이의 인사법

[번외편 1] 아 뭐 이거 참 어떻게 말한담...



어쩌다 보니 이렇게 살게 되어버린 나는 문득 이렇게 사는 게 너무 재미없어서 이러쿵저러쿵 부질없는 잡소리를 늘어놓았는데 다소 신박한 병맛에 어이가 없었는지 수상작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었다.


사실 내 인생에 상이라고는 미성년자 시절 뚜드려 맞아가며 꾸역꾸역 학교 가고 공부해서 받은 거뿐이었는데..

학교라든지 서초동 바닥 같은 내 주변 노잼 플레이스와 1도 관계없는 공모전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응 너 수상' 해주니 응당 넙죽 엎드려 감사를 표함이 마땅하다.


다만, 나는 모친 뱃속에 있을 때부터 괜스레 발길질을 해대며 방이 좁다, 덥다, 춥다, 배가 고프다, 부르다는 둥 오만가지로 투덜거리며 살아온 아웃사이더라 이런 경우의 인사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아 뭐 이거 참..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감도 안 오고 굉장히 어색하기도 하고 뭔가 알 수 없는 그런 상태로 어어하며 시간만 보냈다.


원래 세상 겉돌기만 하는 투덜이들은 표현에 인색하다.


자의든 타의든 투덜이의 삶을 택한 사람들은 냉소를 외피 삼아 스스로를 돌돌 말아 놓고 그저 세상만사 빈정대며 사는 게 낙이다.


그 덕에 투덜이가 외피 속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본성에 반하기도 하거니와 매우 어색하고 뻘쭘하고 낯간지럽고 뭐 그렇다.


만약, 심심한 감사의 인사 대신 뜬금없는 시비를 걸어보라면 그건 자신 있는데.. 이건 마치 떡 준 사람한테 대뜸 싸대기를 날리는 꼴이니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자기소개서 한편 장황하게 쓰는 것조차 낯 간지럽고 오글거려서 이직도 집어치우고 되는대로 살았는데 이런 소감 밝히기 같은 건 자기소개서보다 열 배는 어렵다.




사실 원래는 "아이코 머 이런 걸 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잘해볼게요."만 후딱 쓰고 넘어가려 했는데..


잠깐 외피를 벗어두고 오는 게 어색해서 시간을 끌다 보니 주저리주저리 잡소리가 길어지고 말았다.


무튼 요지는.. 시답잖은 잡담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신박한 병맛 발굴에 매진하는 걸로 보답하겠습니다.


더불어 새해에는 흔해빠진 복 대신 업무적으로 변호사를 찾는 일이 없으시길 기원합니다.











물론, 어 죽겠지.


-생계형변호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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