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 봉 Sep 12. 2024

읽고 쓰는 것.

상봉 조감도 : 2024년 1월 호

아래 내용은 '상봉 조감도' 뉴스레터의 2024년 1월 호입니다. 뉴스레터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어느 때보다 시각적인 자극, 그러니까 영상이나 사진에 노출되고 있는 듯합니다. 마치 패스트푸드를 매일 같이 먹고 운동은 일절 하지 않는 사람이랄까요. 그에 비해 글은 약간의 '식이섬유'를 포함하고 있어서, 소화하는 속도가 비교적 더딘 것 같습니다(물론 사람마다 '문해력'이라는 소화능력에 따라 체하기도 하지만요).


그래서요?

무슨 생로병사의 비밀처럼 배경을 늘어놓고 있죠. 각종 기술과 매체의 발달, 중독적이고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의 등장으로 표류하고 있는 우리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이 우리의 집중력을 훔쳐가면서, 그 어느 것에도 집중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일상생활에서 각종 사회/경제적 의사결정의 밀도가 낮아지는 거죠. 이러한 상황에 좀 더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서 감히 제안합니다: 썩 괜찮은 텍스트를 읽고 그에 따른 본인의 생각을 다시 적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상황에 맞게 읽어보는 연습


1. 요즘 우리는 어떤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을까?


'빨리빨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웬만하면 로켓배송을 선택하고, 최단경로를 찾아보는 우리들의 모습이죠. 식사 시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과 함께 점심 '메뉴'보다는 점심 '시간'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끼니는 간단하게 때우고 남는 시간에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체감합니다.


그렇게 확보한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소비할까요? 보상심리가 발동하여, 압축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들을 찾기 시작합니다. 몇 분짜리 영상보다는 쇼츠나 릴스에, 스크롤을 내리기 보단 3줄 요약에 익숙해져 있죠. 그런데, 실제로 그런 짧고 굵은 자료들이 정말로 효과적이었을까요?


숏폼 콘텐츠를 통해 우리는 즐겁거나 유익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순간적인 쾌락은 길게 보면 삶의 질 하락을 불러일으킵니다. 더 재밌고 신기한 자료를 볼수록, 알고리즘은 무서우리만치 이를 파악하고 또 다른 자료를 제공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반복되고 벌써 30분, 1시간이 지나있는 상황, 다들 한 번씩은 있을겁니다.


2.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물론 SNS에서도 다양한 텍스트를 소비하고 계시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올바르지 않은 문법이나 맥락을 가진 채로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불량식품처럼 자극적이지만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그럼 우리에게 '꽤 괜찮은 텍스트'란 무엇일까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세 가지 기준으로 나눠보았습니다.


아주 오랜 기간 전해져 온 고전

많은 사람들의 교정을 거친 편집본

좋아하는 분야 종사자의 인터뷰



고전(苦戰)하는 고전(古典)

인류가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가진 이유 중 결정적인 요소 한 가지는 바로 '기록'이지 않을까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기술과 지식, 사랑의 노래와 요리법 등은 갖가지 방식으로 어딘가에 기록되었습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은 곧 그 가치를 나타내는 셈이죠.


그러한 점으로 볼 때, 우리가 흔히 아는 '고전'은 현대에도 적용할만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텍스트입니다. 후대에 전해져 오면서 그 글의 짜임새도 더욱 다듬어졌구요. 잘 소화시켜 인생의 나침반으로 쓰일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대부분의 고전이 상당한 난이도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고전을 하나씩 읽고 음미한다면 윤택한 삶으로 나아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숙성과 퇴고의 힘, 편집본

앞서 영상과 이미지에 대한 노출이 잦아졌다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각종 뉴스레터나 편집된 글을 소비하는 분들도 꽤 계시는 것 같습니다. 아마 짧은 시간에 양질의 텍스트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기 때문일 텐데요.


혹시 이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서 간단한 설문을 드렸던 걸 기억하실까요? '현재 구독하고 계시는 다른 뉴스레터들이 있냐'는 질문에 53.3%가 '있다'고 답해주셨고, 구독하는 이유로 '최신 정보 습득'과 '새로운 영감 획득' 등의 답변을 남겨 주셨습니다(설문에 참여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만큼 글에 시간과 정성을 들여 처음 쓴 내용을 다듬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로 탈바꿈하는 듯합니다. 어피티뉴닉, 롱블랙, 상봉 조감도(?) 등 숙성된 텍스트를 통해 정제된 언어를 마주하고 영감과 인사이트를 얻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인터뷰: 좋아하는 분야의 좋아하는 분

좋아하거나 관심이 생기는 분야가 나타나면, 이리저리 글들을 수집하다가 어느새 누군가의 인터뷰까지 이르게 됩니다. 임경선 작가님의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읽으며 본 내용인데요. 일본의 한 편집자 어르신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를 당신의 방향성에 맞게 기고했다며, 임경선 작가님은 숨겨진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뻐했다고 합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요(사실 골자는 편집자 어르신'다움'을 강조한 것이에요).


인터뷰 역시 여러 사람의 눈과 손을 거쳐 깔끔하게 다듬어진 텍스트이면서, 좋아하는 분야일 가능성이 높기에 더욱 잘 읽히게 될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는 기회!




내 생각을 명료하게 만드는 법, 쓰기

자, 글을 읽고 본인의 생각을 자유자재로 펼치는 건 어찌저찌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글쓰기라니요. 여기서부터 일상생활에 큰 부침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아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이런저런 시간 보내다 보면 하루 다 가는데 글을 읽고 쓰기까지 하라니,,'


맞습니다. 인정합니다. 글쓰기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행위이며 근력을 키우는 훈련입니다. 글쓰기 실력이 눈에 보이지 않고 성장하는 속도도 상당히 더딘 편이죠. 하지만 짧고 길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면서 느꼈던 점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소모했던 에너지보다 얻었던 쾌락과 인사이트가 훨씬 값어치 있었거든요.



1. 생각의 흐름이 원활해진다

가장 크게 체감하는 요소입니다. 갑작스럽게 피어난 생각을 잡아 글로 적을 때나, 읽던 텍스트를 기반으로 요약+생각 글쓰기를 할 때나 A부터 E,F까지 자연스럽게 순서를 떠올릴 수 있고 원하는 내용 또는 단어를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을 두어 퇴고를 반복하는 (지금 보고 계신 이 뉴스레터) 글을 쓸 때는 자주 들여다보며 수정과 생산을 반복하지만, 비교적 한번에 쓸 수 있는 상황에는 긴 호흡의 글을 주저없이 쓰게 되었습니다.


아직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하루에 완전한 문장을 하나만이라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노트든, 앱이든 어디에 적어도 좋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지금 떠오르는 그 생각을 잡아 글로 표현해보세요!


2. 입장 바꿔 생각할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건 '읽는다'는 것을 상정하는 행위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혹은 나를 위해서라도 허투루 쓸 수 없습니다. 시간은 조금 걸릴 수 있을지라도 사려 깊은 단어 선택과 문장 구성을 통해 우리는 타인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읽을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그 목적을 끝까지 안고 간다는 의미입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정신차리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죠.


또한 글을 '쓰는' 입장에 서면,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뉴스레터 초반에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중독적인 콘텐츠 속에서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잘 읽히는 글 쓰기'가 중요한 능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바꿔 말하자면,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은 간단명료하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이 되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분들은 매력적인 정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3. 기록해야 기억될 수 있고...

언제나 제 머리보다는 손으로 적은 글자들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그것은 전화번호, 영어 단어, 기념일, 감정 따위의 이름표를 달고 시간과 함께 아카이빙 되고 있었죠. 이런 기록들이 쌓이고 쌓여 또 다른 생각과 인사이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단순히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아봤을 때 좋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기록을 해야 한다의 의미뿐은 아닙니다. 지금껏 어렴풋이 느껴왔던 생각을 최근 미즈노 마나부의 <센스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읽고 분명히 할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기록한다면 오래 기억될 수 있고, 나아가 '지식'의 형태로 쌓여 기분 좋은 '센스'를 갖출 수 있게 합니다. 센스 있게 일 잘 하는 사람, 센스 있게 옷 입는 사람, 센스 넘치는 말빨. 개인적으로 '센스 있다'는 표현은 기분이 좋습니다. 그 센스는 '글쓰기'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읽고 쓰고 하면서 얻는 게 있을까?


지금까지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면서 모든 내용을 읽으신 분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저도 한참 부족한 글쓰기 실력이지만 구독자분들에게 새로운 input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호에서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읽기와 쓰기를 통해 1)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과 2)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에 빠져 각자의 삶의 선택을 외주 맡기듯 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삶의 방향을 잡기 위해 글을 읽고 쓰기를 권했습니다. 언젠가 주문처럼 외우고 다니던 것이 있는데, '빠르고 편리한 것은 느리고 수고로운 것만 못하다'는 문장입니다. 물론, 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편리함도 있지만요. 그래서 조금은 더디고 비효율적이라 느껴질지라도 각자가 좋아하는 글을 소비하고 또 생산하기를 바랬습니다.


세상의 해상도는 무엇일까요? 순간의 선택과 경험, 그를 통해 얻은 지식 등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의 선명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결정을 내리면서 다양한 감정을 얻고, 배울 점을 찾아 삶에 적용하는 과정은 창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것이 되겠죠. 거기에 도움이 될 수 있게 글을 읽고 쓰며 알록달록한 세상을 만끽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대한(大寒)을 지나 입춘(立春)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겨울의 절기들을 무사히 보내고, 새로운 한 해의 봄을 맞이해봅시다. 움츠러든 몸을 깨우고 새로운 자극을 얻으러 여기저기 다니며 글을 읽고 써보시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이프스타일이 쌓여 취향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