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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 봉 Nov 25. 2024

영상의 안과 밖.

플랩풋볼의 '레전드 영상 : 남고의 축구 결승전 승부차기'

거창하게 시작하고 싶지 않지만,

미디어의 발달은 우리를 과거나 미래로 데려다 주면서

그때의 감정을 다시 혹은 미리 경험하게 한다.


플랩풋볼 유튜브 채널의 최근 영상

'레전드 영상 : 남고의 축구 결승전 승부차기'를 보면서

마치 저 순간에 내가 있었던 것처럼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또, 그때만 느낄 수 있었던 낭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지금은 (여러 방면에서) 그럴 여력이 없다는 것에 그리움을 느꼈다.


나 역시 흙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축구였다.

그때의 순간들은 지나고 보면 '낭만'이라고 불릴 만한 순간이다.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다니다 보면

옷은 금새 등짝을 맞을 만큼 더러워졌지만,

숨으로 들이킨 모래보다 조금은 더 행복했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같이 뛴 친구들과 우정을 쌓았기 때문일 것이다.


남고의 축구 결승전 승부차기 원본 영상 중


저 영상 역시 비슷한 시절 다른 모래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인터뷰이들, 그러니까 저 당시 승부차기를 차야 했던 학생들에

동일시하면서 마음 한 쪽에 덮여져 있던 추억과 그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때 그 추억은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이해했을 순간이다.


그러면서 인터뷰이들의 말빨(?)에도 주목하게 되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전문 직업인이 아닌 이상

일반인을 섭외할 때 긴장하거나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

이 영상은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작은 요소가 된 것 같다.

물론 제작팀에서 편집의 힘을 발휘한 것일 수도 있겠다만,

여기서 최근 페이커의 외교부 기조연설 영상이 떠올랐다.



페이커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 게 처음이라

떨리기도 한다'면서 옷깃을 부여잡거나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본인이 확고하게 생각하는 부분 혹은 가치관에 대해서는

이내 차분하다 못해 강단 있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페이커처럼 이 플랩 영상의 인터뷰이도

나름의 축구에 대한 '진심'이 담겨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혹은 축구가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는 마음,

우승이라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할 때 그 진심이 드러난 것은 아닐지.


한편, 영상 외적인 부분도 흥미롭다.

원본 영상의 댓글(무려 3,000여 개)을 살펴 보면

"이 학생들 이제 성인이 되었을 텐데 지금은 뭘 하고 있으려나" 등의 내용이 있다.

플랩은 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같은 영상을 내놓았다.

10년 뒤 어엿한 사회인이 된, 처음보는 모습의 당시 학생들을 섭외하여

영상 초반에 소개한 것이 전체 얼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또,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러한 '댓글 읽기' 영상의 경우,

당사자가 '본인 등판'하여 댓글을 읽고 그에 대한 해석을 남기는 것으로

영상은 마무리 되곤 한다.

처음에는 이번 영상도 이와 마찬가지로 진행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인터뷰이의 말에서

"10년 뒤에 다시 만난다니"라는 문장이 튀어나온다.

나도 모르게 '헉'했던 것 같다.

사실 이 영상은 '댓글 읽기' 영상이 아닌

'추억 소환' 영상이었던 것이다.



다음 에피소드에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기대감을 증폭시킨 뒤, 다음 편을 기대하라는

맺고 끊음이 인상 깊었던 플랩풋볼의 콘텐츠였다.


이렇게 영상, 더 큰 범위로 콘텐츠의 안팎을 살펴 보며

어떤 부분이 인상 깊었는지 분해하고 해체해 보는 과정은 언제나 재밌다.

나름의 주관을 가지고 해석하고 다시 편집하는 것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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