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원티드 인살롱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 https://hr.wanted.co.kr/insights/surviving-as-a-recruiter-6/]
경력채용 프로세스 중 가장 힘든 단계는 언제일까요? 대부분 채용담당자들은 아마 초기단계인 후보자 유입과 마지막 단계인 처우협상을 꼽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사실 후보자 유입보다도 처우협상이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꼭 데려와야 하는 후보자가 있을 때, 처우협상에서 이슈가 생길 기미가 생기면 정말 밤에 잠도 안 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다른 곳에서 카운터오퍼라도 가지고 온다면 한숨이 푹푹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나 좀 과하게 처우를 요구하는 후보자들을 만날 때는 더욱 힘듭니다. 연봉을 천만원 올려달라... 기존 대비 30%를 올려달라 등... 사실 과거 연봉 인상은 기본급 or 총액 베이스로 10~15% 상승 정도가 흔히 이직시장에서 국룰이라고 여겨졌었지만, 전체적으로 높아진 기업들의 연봉이나 특정 회사에서 내걸고 있는 연봉 50% 상승 보장, 스톡옵션 보장 등과 같은 파격적인 조건들이 구직자들에게는 과거보다 높은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처우협상에서 합의점을 이루지 못하여 후보자를 데려오지 못하게 되거나, 타사에 뺏기게 되는 경우 그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게 됩니다. 이 짓을 처음부터 또 해야 되나... 어디서 또 사람을 찾아야 되나... 우리 회사는 왜 돈을 이것밖에 못주나... 하는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기로 결심하고 또 채용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밟게 됩니다.
처우협상은 왜 이렇게 채용담당자를 힘들게 할까요?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힘든 것이어서 그런 걸까요? 저도 채용을 계속해야 되는 입장에서 왜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처우협상이 어려운 이유를 3가지 정도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1. 채용의 마지막 단계에서 망가질 것에 대한 불안감
- 처우협상은 사실상 채용 프로세스의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 단계에서 이렇게 고생해서 이 단계까지 끌고 왔는데, 끝에 와서 망가지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된다는 생각이 굉장한 불안감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을 인사 때문에 못 데려왔다는 현업의 불만을 들어야 하는 상황도 이 불안감을 더 증폭시키는 것 같네요.
2. 후보자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불확실함
- 채용담당자가 신이 아닌 이상 후보자가 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이면 오퍼를 수락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덜 쓰고 데려오고 싶지만, 너무 작으면 도망갈 것 같고 / 너무 많이 쓰면 내부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기본급을 올리고 싶어 하는지, 일시급을 원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다른 조건을 원하는지, 이런 것들만 미리 알 수 있다면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텐데 사람 심리를 모르니 처우협상은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3. 협상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정해져 있다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무력감
- 몇몇 회사에서는 채용공고에 이러한 문구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력서에 기존 연봉을 적지 마세요. 기존 연봉은 최종 합격 후에 알려주시면 되며, 면접 결과를 통해 합당한 연봉을 책정합니다." 사실상 전 직장에서 얼마를 받던 무조건 그것보다는 더 줄 수 있다는 백지수표에 가까운 자신감입니다.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편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내부 급여 Table이 존재하고, 해당 수준 안에서만 협상을 해야 합니다. 스톡옵션이나 RSU와 같은 선택지는 꿈도 못 꾸는 회사들도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담당자로서 무력감이 생기고 회사 탓만 늘어가게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채용담당자가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사율을 높이고, 담당자가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만 놓치기 쉬운 3가지 팁 정도를 소개하려 합니다.
1. 채용 단계에서 후보자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처우란 것이 마지막 단계에 후보자와 채용담당자와 짠~하고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유입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이 사람이 어떤 언행을 하는지 파악해야 하고, 그 속에서 후보자가 회사에 기대하는 속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돈이 중요한지, 다른 조건이 더 중요한지를 미리 알아놓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돈이 가장 중요한 후보자는 단 연봉 50만원만 안 맞아도 처우협상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조건이 더 중요한 경우는 회사의 다른 강점을 지속적으로 어필한다면 연봉이 다소 맞지 않아도 데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근무지 거리, 회사의 문화, 성장성, 워라밸, 직무 등이 있겠네요.) 모든 후보자와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포지션의 후보자라면 라포를 형성하고,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처음부터 처우 상한선에 대해서 제시하기
- 회사에서 제안할 수 있는 급여 Table이 명확하거나, 포지션의 중요도가 다소 낮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정말 우수한 후보자는 데려오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마지막에 가서 망가지는 확률은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후보자에게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3. 할 수 있는 최선의 다한 후, 마음 비우기
- 처우협상에 대한 Tip은 아닐 수 있겠지만, 마인드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예전에 처우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저희 팀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채용담당자가 할 건 다 한 거 아니냐? 결국 처우에 대한 최종 결정은 회사가 한 것이고, 그다음에는 하늘에 맡겨라." 그 말을 들으니 한결 편해지더군요. 회사의 기준 안에서 채용담당자가 아쉬움이 남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 했다면, 그다음에는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기를 추천드립니다.
처우협상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단계를 거치고 후보자가 입사하게 될 때 그것만큼 짜릿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다들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좋은 분들 무사히 모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