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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아저씨 Apr 11. 2022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면, 땀을 흘려보자

요즘들어 머리가 복잡한 아빠의 잔소리


혹시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니? 아니면 고민거리가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니? 그럴 때면 일단 아무 생각하지 말고 밖에 나가보길 추천할게. 짧은 시간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 나아지는 느낌이 들 거야.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솔직히 쉽지는 않아. 아빠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갑자기 일이 몰려들어서 꼼짝없이 일에 붙들려 살았어. 재택근무 기간이었어서 너희도 아빠의 그런 모습을 봤을 거야. 야근에 주말에도 일을 했어야 했어. 일단은 붙들고 해결을 해보려고 했는데 쉽게 풀리지가 않더라.


1분이라도 더 붙들고 있으면 빨리 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좋은 생각이 나진 않을까 싶었는데 소용이 없었던 것 같아. 오래 붙들어봤자 큰 차이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나가보려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고민만 하다가 결국 나가지 못했어. 그런데 일이 다 끝나고 뒤돌아보니 몇십 분 밖에 나갔다가 왔더라도 큰 차이가 없었을 것 같아. 아빠는 결국 일에 매달려서 질질 끌려다녔나 봐. 운동을 했으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져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생각이 정리될 수도 있었을 텐데. 돌아보니 아쉬워.


아빠는 3년 전쯤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어. 아빠가 달리기를 진짜 잘 못하거든. 그런데 철인 3종에 나가는 어떤 할머니 얘기를 보고, 나는 얼마나 뛸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했어. 역시나 잘 못 뛰더라. 그런데 하루 이틀, 몸이 허락하는 만큼 뛰다 보니 뛸 수 있는 거리도 늘어나고 속도도 빨라지는 거야. 그 맛이 들려서 요즘도 좋은 취미가 되었어.


그런데 이런 신체적인 발전 말고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좋은 것 같아. 작년 한 1년은 코로나 때문에 뛰는 데에 조금 소홀했거든. 원래는 달리기 대회에 나가서 10km 뛰려고 등록하면 자연스럽게 연습을 하게 되는데, 오프라인으로 달리는 행사가 전면 취소되면서 자연스레 잘 안 뛰게 됐어. 그런데 이제 와서 뒤돌아보니까 달리기를 했던 시간이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


왜 행복했을까? 글쎄, 아마 머릿속이 덜 복잡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게 되네. 어렸을 때는 가만히 있으면서도 멍을 때렸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서일까? 가만히 있으면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허락도 없이 쳐들어와서 자리를 잡아버려. 전혀 내쫓아지지가 않아. 거기에 다른 고민들에, 오늘 봤던 유튜브나 먹고 싶은 음식 생각까지 비집고 들어와


그런데 달리기를 하다 보면 별 생각을 하지 않게 되거나, 하더라고 한 가지 생각에 몰입을 하게 되더라. 이거 외에 더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한 것 같아. 달리다가 보면 나 자신이나 주변 풍경에 온전히 집중하게 돼. 새삼스럽게 내 자세나 호흡을 돌아보게 되고, 해보지 못했던 생각도 떠오르기도 하고, 우리 동네 밤공기 냄새가 어땠는지 느껴보곤 해. 그렇게 한바탕 뛰고 나서 씻으면 거대했던 고민이 어느새 작아져 있는 걸 발견하게 돼. 방금 전까지는 내 인생을 좌우할 것 같은 문제들이 삶의 일부일뿐인 것처럼 보이더라.


맞아. 중요한 일들은 물론 중요한 일이야. 그러니까 고민이 될 거고 힘이 들 거야. 눈앞의 문제가 너를 힘들게 하면 모른 척 뒤를 돌아서 뭐가 됐던 네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다시 돌아와 봐. 잠깐 머리를 식히고 땀을 흘리고 온다고 해서 큰일이 나진 않더라. 오히려 생각을 정리해서 더 지혜로운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줄 거야. 아마 그 전과는 다르게 보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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