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시작해서 꾸준함으로 완성하자
결혼식에 입을 셔츠가 다 작아진 아빠의 잔소리
살다 보면 '앗 이건 꼭 해야 돼' 하며 심장에 불이 붙을 때가 있어. 내 안에 숨어있던 호기심이 강하게 발동되었을 때일 수도 있고, 나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마음이 들 때일 수도 있어.
이런 불꽃을 열정이라고 부르는데, 열정이 생기는 순간은 마치 모든 걸 다 이겨내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내고야 말 것 같은 멋진 상상을 하게 되지. 그런데 아빠는 이런 열정의 힘을 믿었다가 배신당하기를 거진 천 번 정도는 한 것 같아.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다이어트의 열정이 찾아왔어. 다이어트는 소아비만 출신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 아빠가 중학교 때 한 번, 20대 초에 한 번, 살을 쫙 뺀 이후로 날씬하게 살아본 날이 많지 않거든. 특히 30대를 넘어서니까 예전처럼 반짝 다이어트조차 안 되더라고. 그래서 아예 다이어트를 한다는 결심부터 억누르고 산지 몇 년이 됐나 봐.
아빠의 다이어트 결심이 단 한 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셔츠가 꽉 끼거나, 체중계에 올라 처음 보는 숫자를 보고는 매번 불타올랐지. 그 불길을 연료 삼아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우는 거야. 하루 두세 시간씩 내 몸을 죽을 각오로 깎아내겠다고.
얘들아, 그런데 배고플 때는 장을 보면 안 되는 이유를 아니? 다 맛있어 보여서 다 먹지도 못 할 것들을 사 제껴서 낭비를 하게 되거든. 열정에 불이 붙은 직후가 딱 비슷해. 열정이 과하면 하지도 못 할 계획을 세우게 되지. 그 순간 사람이 가장 간과하는 것은 열정은 휘발성이 강하다는 거야.
그렇다고 해서 그 열정이 거짓은 아니야. 진심이었을 거고 진지했을 거야. 아이러니한 건 열정이 만들어 낸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열정에 오래 의지하면 안 된다는 거야. 한 템포 호흡을 가다듬고, 실현 가능하고 단순한 반복적인 루틴을 만들어서 거기에 의지해야 해. 매일매일 자신과의 작은 약속을 지키는 거야.
아빠는 그걸 달리기를 하면서 배웠어. 달리기는 아빠가 선천적으로 잘 못하는 거거든. 그런데 어쩌다 그게 취미가 되었어. 달리기는 무리해서 할 수도 없더라. 몸의 한계에 다다르면 그냥 못 뛰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내가 뛸 수 있는 만큼만 매일매일 뛰었어. 처음에는 10분 15분 정도였던 거 같아.
그런데 내가 달릴 수 있는 거리가 3km에서 20km까지도 늘어나고 10km를 달리는 속도도 처음에는 1시간 십몇 분이 걸렸는데 50분 초반대까지 당겨졌어.
잘 못하는 거라서 아빠는 별 욕심이 없었거든. 나중에는 재미가 붙어서 욕심이 생겼지만, 처음에는 얼마나 빨라지고 싶다는 그런 동기도 없었는데 실력이 늘어서 기분이 좋더라. 성장의 동력은 열정이 아닌 꾸준함이라는 걸 깨닫는 경험이었어.
만약 너희들도 원하는 목표가 생긴다면 매일매일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서 꾸준히 이뤄낼 수 있는 계획을 만드는 게 좋을 거야. '한 달 집중해서 빡!' 아니면 '며칠 밤새서 뙇!'이 아니라 몇 개월, 몇 년 동안 하루에 30분씩 매일 하는 게 실력을 만들고,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인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아빠 오랜만에 다이어트 성공해볼게! 요즘 결혼식 많은데, 셔츠가 다 작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