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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아저씨 Jun 16. 2022

생후 8개월 인간 아기 관찰일지

태어난 지 7~8개월 된 아기의 성장 일지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있어서 잠시 글쓰기를 멈췄다. 한두 달쯤 지났나 봤더니 가장 최근 쓴 글이 5월 13일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글을 쓰는 것이 꽤나 꾸준히 해야 하는 일상 중 하나가 되어 가는 중인 듯하다.


셋째가 태어나고 나서 매달 아기의 관찰일지를 적었다. 그러다가 작은 고민거리가 생겼었다. 문득 한 달마다 적을 만큼 아기에게 나타나는 변화가 이제는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쁜 것은 핑계로 7개월 차 일지 작성을 걸러 보았다. 그런데 웬걸. 막상 두 달만에 쓰려고 하니 그사이 너무 많이 크고 할 줄 아는 게 많아진 것 같고, 행여나 적을 거리를 놓치지 않았나 계속 곱씹어보게 되었다. 역시나 매달 쓰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나 보다. 7~8개월 차 사이에 우리 아가에게 찾아온 변화를 적어보겠다


아랫니 두 개!

6개월 차 들어서고 얼마 안돼서 아랫니가 났다. 히~ 웃으면 쌀알 같은 이빨 두 개가 아랫잇몸에 톡톡 올려져 있는 게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윗니까지 네 개가 있을 때보다 아래 두 개가 있을 때가 더 귀여운 것 같다. 8개월 차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윗니는 나지 않았다. 옷 갈아입힐 때나 목욕할 때 내 팔이 입에 닿으면 종종 입을 앙앙거리며 깨물 때가 있는데, 이것도 이빨이라고 제법 아프다.


기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움직이는 거냐?

6개월쯤 뒤집기를 했었고 7개월쯤 되집기를 했다. 팔에도 힘이 생겨서 배를 땅에 붙인 자세에서 손은 쭉 뻗어서 길 것 같은 자세를 하는데 아직은 앞뒤로 들썩들썩 만 하는 정도다. 그렇지만 이 작은 생명체는 어디라도 갈 기세이다. 뒤집기와 되집기 스킬을 모두 익혔다는 것은 구르기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자리에 앉거나 누워서 빙글빙글 도는 것도 가능하다. 거실 중간에 아기를 놓고 잠깐 어디를 갔다 오면 어느새 이동해서 의자 다리를 만지거나 공기청정기를 때리고 있다. 조만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시기가 올 것이다.


혼자서 앉을 수 있다

얼마 전 터득한 스킬이다. 나는 아기가 말랑말랑하고 동글동글한 몸으로 구르지 않고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고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왠지 신기했다.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앉기까지 한다. 집 근처에 육아 종합센터에 아기를 몇 시간 맡기곤 하는데, 담당 선생님이 아기가 처음 혼자 앉기를 했다고 박수를 쳐주셨다고 했다. 나는 아기가 어떻게 혼자 앉을 수 있는지 상상이 안 갔는데, 그 흥미로운 장면을 포착해냈다. 배로 대고 누운 상태에서 팔을 쭉 편 뒤에 팔을 번갈아가면 조금씩 몸 쪽으로 가까이 짚으면서 몸을 세우다 보면 앉게 된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참 기특하다!


걷고 싶은 거니

앞서 말했 듯 아직 기지 못한다. 하지만 벌써 걷고 싶은 모양이다. 이 집 사람들이 자기만 빼고 이족보행을 한다는 것을 벌써 깨달은 것인가? 앉아서 조금 놀다가 왠지 모르게 짜증스러운 울음소리를 낼 때가 있다. 장난감을 줘봐도 밀쳐버리고, 폭 안아줘도 자꾸 몸을 뻗데고 내 가슴팍을 밀어낸다. 이게 아닌가 싶어서 아기를 내려놓으려고 했는데 짧은 두 다리를 쭉 펴서 발로 땅을 디딘다. 조금 더 깊이 내려놔서 엉덩이를 땅에 대려고 앉히려 하는데 다리에 힘을 빼지 않는다. 그냥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세워주니 빵긋 웃는다. 요즘은 세워주면 웬만하면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소파나 작은 상 같은데 선 채로 기대어 놓으면 버티면서 논다.


떡뻥 30초 컷

두세 달 전 만해도 아기가 떡뻥을 잡고 입에 넣느라고 초집중은 하는데 잘 안돼 하는 모습을 보고 귀여워했던 것 같다. 이제는 뭐가 됐건 입에 넣는 건 일도 아니다. 심지어 자기 마음대로 공갈 젖꼭지도 넣다 뺐다 한다. 예전엔 우리가 밥 먹을 때 떡뻥 두 개 정도만 쥐어주면 아기를 돌보지 않고 편하게 밥을 먹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하나 주면 30초면 사라지고 없다. 잡는 스킨 먹는 스킬이 골고루 발달했다.


이유식, 이겨내야 할 고통

이유식의 비중이 늘어났고, 앞으로 점점 더 늘어갈 것이다. 이유식을 먹는다는 것이 아이에게 이렇게 큰 도전일 줄은 몰랐다. 액체만 먹고살았기에 당연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유식 비중이 늘어갈 때마다 아기는 점점 더 큰 고통에 적응해야 했다. 물 응가에서 약간 찐득한 정도의 응가를 할 때, 그리고 갈수록 응가의 점성이 진해질 때마다 고통을 머금은 울음을 울었다. 예방 주사 맞을 때도 심하게 울지 않는 막둥이인데, 너무 고통스러운 것 같다. 그러나 엄마 아빠가 할 수 있는 것은 유산균을 먹이는 것과 울 때 안아서 달래주며 고통을 함께하는 것뿐이다. 그래도 똥꼬가 단련된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잘 싸주고 있다. 참고로 이유식을 먹으면서부터 아기의 응가 냄새는 어른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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