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9개월 인간 아기 관찰일지
막둥이가 태어난 지 9개월이 되었다.
9개월은 뭔가 확실한 특징이 있다. 아기의 활동력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장인어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걸어 다니는 시간폭탄이다. 아직 걷지는 못하는 기어 다니는 시간폭탄이 더 정확하겠다. 우리 아기에게 관찰된 9개월 차의 특징을 정리해봤다.
잡고 일어서기 시작
걷겠다는 출사표인 듯하다. 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잡고 버틸 수 있는 것 만 보이면 잡고 서버린다. 튼실한 허벅지가 이제 제 값을 하기 시작했다. 한손한손 한발한발 옮기면서 옆으로 게걸음도 한다. 특히 애정하는 것은 자기 몸의 두배는 큰 공기청정기이다.
빨리 기어 다닌다
한 달 전, 엉덩이 들썩들썩하며 겨우 몇 걸음 띄던 아기가 맞는 건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 속도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다다다다 기어 다닌다. 활동 범위가 확연히 넓어졌다. 부엌에서 요리를 할 때나,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있으면 턱턱턱턱하는 손바닥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보면 아기가 어느새 달려와 살인 미소를 씨익 날리고 있다. 아빠는 녹는다.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기어 다니는 기동력을 확보한 아이는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그만큼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갈망도 커진 모양이다. 요즘 들어서 두 팔을 쭉 뻗고 안아달라고 하며 우는 소리를 할 때가 많다. 안아 들면 아기는 검지만 쭉 펴서 어딘가를 가리킨다. 엄마나 아빠를 교통수단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뽀뽀를 한다
그동안 이 아가가 받았던 뽀뽀는 몇 번일까? 반복된 경험의 효과일까? 아이가 어느새 뽀뽀를 학습했다. 뽀뽀~라고 말하고 입술을 내밀면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어쩔 때는 물고 있던 쪽쪽이까지 손수 빼고 해 주신다. 뽀뽀를 해주기만 하다가 받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입을 벌리고 다가와서 침이 묻기는 하지만, 뽀뽀받는 것 자체만으로 꿀맛이라 별로 신경 쓰이진 않는다.
물건을 던진다
아기가 원래 이렇게 잘 던졌었나? 물건을 던지기 시작하는데 날아가는 궤적이 기대 이상이다. 내가 위에 두 아이들을 키워 본 기억으로는 어린이집을 다니는 나이가 되어도 던지기는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았던 기억이 든다. 던지는 모션에 비해서 바로 앞에 떨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막둥이는 생각보다 멀리 던진다.
과일, 채소를 먹는다
활동성이 높아지다 보니 예전에 비해 아기가 밥상에 잘 앉아 있으려 하지 않는다. 안아달라고 보챌 때가 있는데, 엄마 아빠는 밥을 먹기 위해 간식을 쥐어준다. 보통은 떡뻥을 쥐어줬는데, 이제는 떡뻥은 거의 마시는 수준이다. 손에 쥐어주고 밥 한 숟가락 뜨고 나서 보면 없다. 그래서 오이 당근 같은 채소를 쥐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면 먹고 뜯고 맛보고 즐긴다. 이가 네 개나 있는지라 조금 크게 부러뜨려 삼키다가 ‘엑’ 할 때도 있긴 하지만,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종종 간식으로 과일을 주면 달콤해서인지 정신없이 먹어치운다.
"엄마" "아빠"를 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감탄하는 순간 중 하나는 아이가 “엄마" “아빠"를 할 때이다. 지금까지 커오면서 아이는 여러 가지 다양한 옹알이를 해왔다. 그런데 요즘 아기가 “엄마” “아빠" 소리를 부쩍 많이 낸다. 솔직히 우리를 부르는 소리인지는 모르겠다. 아닐 것 같다. 단지 많이 들리는 소리라서 하는 건가 싶기는 한데, 느낌에 조금씩 그 의미를 알아가는 것 같다. 그래, 내가 네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