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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소년 May 17. 2023

30살 ‘초보 어른’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프리미어 리그 30년의 역사

 

해당 글은 홍재민 기자의 ‘프리미어 리그 히스토리’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요약, 인용하고 조금의 개인적 생각을 덧붙여 정리했습니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41649744?NaPm=ct%3Dlhr4q99c%7Cci%3D9e89faf3f14e10f7afc4defab333d8a1e6cba634%7Ctr%3Dboknx%7Csn%3D95694%7Chk%3D14eb18e7f8f53d423419800fb119b94575fe71a2&query=%ED%99%8D%EC%9E%AC%EB%AF%BC%20%ED%94%84%EB%A6%AC%EB%AF%B8%EC%96%B4%20%EB%A6%AC%EA%B7%B8%20%ED%9E%88%EC%8A%A4%ED%86%A0%EB%A6%AC&cat_id=50010062&frm=MBOKPRO


20살이 성인의 시작이라면 30살은 성인으로서의 검증이 어느 정도 완료된 연령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의 어설픔을 벗어나 직업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점이며 소속된 조직이나 가정에서도 조금씩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기 시작한다. 지금껏 살아온 날들을 말할 수 있을만큼 ‘과거’가 쌓였고, 장차 살아갈  더 많은 날들을 바라보며 ‘미래’를 말할 수 있게 된다. 비로소 ‘인생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는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단체 그리고 문화 현상도 마찬가지이다. 30년의 업력과 역사가 쌓이면 압축적으로나마 ’흥망성쇠‘를 경험하게 되고 큰 틀에서의 맥락과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시야도 트이게 된다.


2022년 8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30번째 시즌이 개막했다. 축복 속에서 힘차게 출발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 프리미어 리그는 축구에서 세계 최고의 무대가 되었다. 시즌을 거듭하며 경쟁과 탈락, 승리와 패배, 환희와 좌절의 순간들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쌓였다. 30살이 된 프리미어 리그, 이제 어린 시절을 추억함과 동시에 찬란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 여기서 잠시 지난날의 추억 그리고 흑역사를 돌아보는 시간부터 가져본다. 돌이킬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 얘기란 늘 재미있으니까~~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축구 종주국이라는 ‘부심’만 있었을 뿐 잉글랜드 축구는 프로리그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인프라와 시스템이 엉망이었다. 구장의 관람석은 전혀 정돈되지 않았고 오늘날처럼 먹거리와 굿즈를 판매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화장실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구단들은 중계권 판매에도 소극적이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직관 관중이 줄어들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경기에서도 오늘날과 같은 정교한 빌드업이나 포메이션 및 화려한 개인기는 언감생심이었다. ‘영국식 뻥축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거친 반칙을 찬양하는 극도의 마초이즘이 기승을 부렸으며, 힐스러버 참사에서는 경기장 안전 관리 미흡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관중은 끝없이 들어오는데 입장 제한도, 좌석 확장도 없었다. 안전요원이라고? 영국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축구로만 겨루었으면 좋았으련만 다혈질의 터프가이들은 진짜로 치고받고 싸웠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럭저럭 경쟁력을 유지하던 아스널, 맨유, 리버풀 등 빅클럽들은 더 이상 ‘아랫것들’과 같이 놀 수 없다고 선언했다. 데이비드 딘(아스널), 어빙 스콜라(토트넘), 마틴 에드워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메이저 클럽 대표들은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수시로 ‘도원결의’를 다지며 모였다. 이런 움직임 끝에 22개 구단 체제로 1992년 프리미어 리그가 출범하며 풋볼리그와는 절연을 선언하고 노는 물을 바꾸게 되었다.그저 예전같겠거니 하고 느긋하게 리그 출범을 준비하던 공영방송 ITV와 BBC는 거액의 돈줄기가 흐르는 것을 간파한 신생 채널 스카이에게 중계권을 ‘하이재킹’당했다. 스카이는 유료 채널이었지만 팬들은 수준높고 재미있는 경기를 보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고, 그 이후로 스카이는 마르지 않는 돈의 바다에서 지금껏 헤엄치고 있다.




 스타벅스가 커피 그 자체를 대표하게 됨에 따라 최근 개점하는 스타벅스 매장 간판엔 ‘커피’가 빠지고 오직 ‘스타벅스’만 적혀있다. 마찬가지로 프리미어 리그 자체가 최고가 된 요즘엔 PL이라고만 해도 영국 리그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초창기 프리미어리그의 선수 구성을 보면 반드시 접두어에 English를 넣어야 할 정도로 잉글랜드 선수 일색이었다. 이런 흐름은 1995년 보스만 판결 등의 사건을 거치며 완전히 바뀌었고, 한때 벵거 체제의 아스널 스쿼드는 전원 외국인이기도 했다. 이제 프리미어리그는 전세계의 인재들이 뛰고 있는 그리고 뛰고 싶어하는 진정한 톱클래스의 무대가 되었다. 1994년 토트넘에 입성한 클린스만을 필두로 베르캄프, 앙리, 호날두, 드로그바, 판 니스텔로이, 토레스, 수아레스 등의 별들이 오가며 프리미어리그를 찬란히 빛냈다. 물론 베컴, 제라드, 루니, 램파드, 시어러, 오언, 스콜스 등의 ‘국내파’도 전설로 남으며 리그의 근본을 지켜냈다.





지난날 대영제국의 전성시대가 끝나고도 영국은 미국을 은근히 동생 취급하며 무시했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의 주먹구구식 운영은 미국 프로스포츠의 체계적이고 자본주의에 충실한 경영을 보고 배운 뒤에야 비로소 바뀌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미국에서는 무승부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겁쟁이들의 스포츠’라며 축구를 폄하했다는 점이다. 급기야 미국 자본은 프리미어 리그에도 진출해 ‘큰손’으로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는데 얄궂게도 하필이면 그 타겟이 맨유, 아스날, 리버풀 등 메이저 클럽들이었다. 돈으로 승리를 사는 것에 거부감이 있던 일부 영국 팬들은 불쾌함을 표시했지만 첼시, 맨시티 등 거액의 투자를 받은 팀들이 승승장구하면서 불만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맨유를 ‘쇼핑’한 글레이저 가문에 대한 팬들의 반발.


1986년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내려온 45세의 알렉스 퍼거슨이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맡았을 때만 해도 훗날 이어질 맨유의 전성시대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로 퍼거슨의 맨유는 1980년대 후반 주춤하며 암흑기에 가까운 시기를 보낸다. 하지만 1992년 프리미어 리그의 출범과 더불어 ‘퍼기의 아이들’로 불리는 긱스, 스콜스, 베컴, 네빌(형제) 등 유소년 팀에서 육성된 신예들이 선배들과 합을 맞추며 리그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1992-93 시즌 프리미어리그 원년 챔피언을 시작으로 2013년 퍼거슨 감독 퇴임 전까지 맨유는 리그 13회, 챔스 2회 우승을 달성하며 맷 버스비 시절의 ‘올드 맨유’를 완벽히 뛰어넘었다. 2005년 7월 박지성이 입단하면서 맨유는 한때 ‘FC대한민국 유럽 지사’를 방불케 하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영감님‘과 함께했던 맨유의 리즈 시절


‘맨체스터의 2인자’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맨시티는 만수르의 투자를 등에 업고 팔자를 고치며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을 호령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옆집 영감님’ 퍼거슨 감독은 ‘시끄러운 이웃’이라고 폄하했지만 그에 아랑곳않고 맨시티는 한 세대 전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그 이상을 방불케 하는 ’럭셔리 쇼핑‘을 시작했다. 2009년 맨유에서 이적한 카를로스 테베스를 필두로 에딘 제코, 뱅상 콩파니, 케빈 더 브라위너, 다비드 실바, 마리오 발로텔, 사미르 나스리 등의 스타들이 속속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도착했고, 쇼핑의 결과 맨시티는 프리미어 리그의 2010년대를 상징하는 강호로 성장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정상을 찍은 후 소망대로 영국으로 건너온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휘 하에 맨시티는 현재도 정상권에 군림하고 있다. 비즈니스에서 특히 스포츠에서 돈은 유난히 정직하다.


돈으로 행복까진 아니어도 우승은 충분히 살 수 있음을 증명한 만수르와 맨시티



축구에서 ‘원 히트 원더’의 사례를 꼽자면 단연 1995년의 블랙번과 2016년의 레스터 시티일 것이다. 다만 1995년의 블랙번의 경우는 구단주 잭 워커가 전재산을 갈아넣다시피 하며 마련한 자본과 전성기를 구가하던 앨런 시어러의 폭발력이 결합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납득가능한 우승이었다면, 2016년의 레스터 시티는 그야말로 황무지에서 풍년을 이룩한 신화였다. 승격 2시즌만에 우승한 사례는 다른 리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간판스타 제이미 바디는 우승 후 유로2016 잉글랜드 국가대표에까지 선발되며 공격수로는 ‘중년’에 해당하는 29세에 그야말로 ‘신분 상승’을 경험했다.


적어도 2016년 봄 프리미어 리그의 왕은 제이미 바디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의 원년은 모두 1992-93 시즌이다. 30차례의 시즌이 치러지는 동안 잉글랜드 클럽의 우승은 6번 있었는데 맨유, 첼시, 리버풀이 각각 2회씩 달성했고 ‘빅6’중 맨시티, 아스널, 토트넘은 아직 빅이어를 들어보지 못했다. 유럽의 왕이 되어야 비로소 명문 인증에 들어간다. 그런 점에서 빅6는 아직 레알(8번)과 바르사(4번) 및 뮌헨(3번)을 따라가는 입장에 놓여 있다. 물론 프리미어 리그의 성장세를 볼 때 미래는 한층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일단 지금 4강에 진출해 있는 맨시티가 2021년의 한을 풀 수 있을지부터 지켜봐야겠다.


작년에 이어 다시 만난 레알과 맨시티. 맨시티는 지난 2년의 한을 풀 수 있을까?



입단 첫해에 나폴리의 스쿠데토에 공헌한 김민재의 맨유 이적이 유력하다. 물 들어올 때 뭐해야 한다고 다른 선수들도 이참에 분위기 타고 빅리그로 진출할 찬스인데 순순히 이루어질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지난날 박지성을 필두로 이영표, 이동국, 조원희, 기성용 등이 뛸 때는 아쉽게도 하필 잉글랜드 무대가 최고가 아니었다. 프리미어 리그 40년을 정리하는 책이 나올 때쯤엔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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