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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목 Feb 18. 2019

다섯 살의 돌하르방

어릴 적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다섯 살도 되지 않을 때였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일곱 식구였는데 아버지와 어머니 세명의 형과 여동생이 있는 저는 넷째 아들이었다. 

이야기는 1999년도인가 2000년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기억은 전부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특정한 부분에 있어서는 명확한 나머지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고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우리 가족은 서울을 떠나 강원도 시골마을로 귀촌한 가족이었고 그때의 나는 순수하고 아마도 착하기까지 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잊지 못할 기억의 어느 날 이른 아침이었다. 어디선가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나는 잠시 잠에서 깨었던 모양이다. 시골집이었기 때문에 부엌에는 나무로 불을 때는 아궁이가 있었고 커다란 가마솥이 아궁이 위에 놓여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대체 무슨 소리일까 호기심에 귀를 쫑긋 기울였었다. 무엇인가를 긁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깎는 소리 같기도 했었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을 나는 귀를 기울이다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날이 밝고 아침밥을 먹고 나서도 나는 그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괜히 속상해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인가 아버지가 제주도로 강의를 다녀오시면서 우리 네 명의 남자아이들에게 화강암으로 만든 돌하르방을 선물해 주셨다. 그중에서도 내 돌하르방은 형 것과 달랐다. 형것  세 개는 모두 같은 크기였지만 내 것 같 보다 작은 크기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형들과는 다르다는 것에 매우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작고 아담한 내 돌하르방이 부엌 시커먼 가마솥 옆에  서 있는 것이었다. 분명 나는 내 사물함에 잘 두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게 소리의 정체를 완전히 알아버렸다. 시커먼 가마솥에 밥을 했는데 깜박하고 밥을 태웠는데 그 달라붙은 누룽지를 내 사랑하는 돌하르방으로 벅벅 긁는 소리였던 것이었다. 어찌나 빡빡 문질러 댔으면 돌하르방의 머리 한 군데가 맨질맨질 깎여나가 있었다. 

 정말 오래전 일이지만 나는 그때의 내 마음을 기억한다. 거의 울음이 목구멍을 넘을락 말락 했었다. 왜 하필 작고 아담한 내 돌하르방을 선택했을까 하고 나는 서러움에 어머니가 미웠을 정도였다. 그 후로  나는 어머니가 또 돌하르방으로 시커먼 가마솥을 긁지 못하게 사물함 깊숙이 숨겨버렸다. 


지금은 그 돌하르방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때의 생각을 할 때마다 다섯 살의 왠지 모를 서러움을 느끼면서 피식 웃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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