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의 호의가 받아들여지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경상북도 영주에 있는 부석사를 가는 길이었다. 부석사는 소백산맥자락에 있어서 가는 도로 주변으로 높고 낮은 산들이 많을 뿐 아니라 인적도 드문곳이다. 신선한 공기와 더불어 차창 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마음껏 마시려 창문도 열고 운전하며 가던중, 멀리 홀로 위태로운 아스팔트 도로에 바짝 붙어 터덜터덜 걸어가는 여학생이 보인다. 아마도 이 부근에 사는 학생인가보다. 버스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배차시간이 너무 멀어서일까? 아니면 늘 그렇게 걸어다니는 일상의 한 부분일까?
어쨌든 쌩쌩 달리는 도로변으로 걸어가는 학생이 위험해보기기도 하고 안쓰러워보이기도 한다.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그냥 지나칠까? 아니면 태워줄까? 그냥 지나칠려니 홀로 걸어가는 여학생이 안타깝고, 태워주려니 요즘같은 세상에서 낯선 사람의 호의를 그냥 받아들지는 못할 것 같고, 생각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나름 용기(?)를 내어 차를 세우고 여학생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결국 그 학생은 나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마음이 이해가 가기때문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던 어른들의 세상에 미안할 뿐이다.
내가 만일 딸을 가졌더라도 같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낯선사람이 접근하면 아무리 좋은 의도로 접근한다해도 받아들이지 말라고, 누가 태워준다고 하면 냉큼 타지 말라고.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낯선 사람의 호의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이상한 세상. 연일 넘쳐나는 연쇄살인사건, 아동성폭행, 납치, 유괴와 관련된 뉴스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고 서로 돕고, 믿고, 힘들 때는 스스럼없이 도움도 청하고 또한 도움도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처음부터 없지는 않았을터인데.
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에는 너무도 아름답고 좋은 사람이 많다고 믿는다. 그런, 좋은 사람들이 넘쳐나서 낯선 사람들도 미소로 또한 웃음으로 하나가 되고, 점점 그 호의가 퍼져나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늘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