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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옹 Aug 31. 2018

여행수필 30 - 졸음운전보다 더 조심할 것, 수면운전

세상에는 절대로 이기면 안되는 것들이 있다.

심옹의 여행수필 30편



대학 MT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그대들과 함께 한 소중했던 시간들, 기억들. 가을 무렵, 경상남도 창녕에 있는 화왕산으로 1박 2일 MT를 갔었다. 대학 동아리에서 가는 MT인지라 참여인원이 30명 정도 되는 단체 여행이었다. 인원에 맞춰 15인승 차량 두 대를 렌트했고, 대구에서 화왕산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 내내 MT를 가면 운전은 늘 나의 몫이었다. 


화왕산 정상 등반은 둘째날 하기로 하고 첫날은 사전에 예약한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쉬기로 했다. 각자 분담해서 가져온 음식 재료들로 어설프지만 찌개도 끓이고 밥도 하고, 그리고 식사 후에는 선후배들이 모두 모여 재미있는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첫날밤은 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튿날 아침, 전날의 피로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선후배들과 함께 화왕산(해발 757미터)정상에 올라 단체 기념사진도 찍고, 준비해 간 간식도 먹는 등 오랜만에 캠퍼스를 떠나 자연과 함께 숨 쉬며 학창시절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거리 하나를 모두의 가슴 속에 새겨놓고 하산을 했다. 


오후 5시경, 대구를 향해 출발했다. 화왕산에서 대구까지는 국도와 고속도로를 달려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다. 출발하자마자 뒷좌석에 앉은 선후배들은 1시간 남짓 걸리는 무료한 시간을 이기기 위해 369, 007빵등의 게임으로 왁자지껄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진다. 난 운전을 맡았기에 그 한바탕 소동을 그저 리어뷰미러를 통해 보면서 빙긋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출발 후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서 노곤함마저 전해온다. 어제 밤늦게 취침을 했을 뿐 아니라, 4~5시간의 산행으로 몸이 많이 지쳤나보다. 


‘잠깐 차를 세울까?’,‘30분만 더 가면 되는데, 그냥 참으면서 가자.’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졸음 정도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운전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화왕산에서 대구로 가는 고속도로 도중에 왕복 2차선 터널도로가 있었다. 터널 속에서 중앙 분리대도 없이 2차선으로 차량이 오가는 상태였다. 터널 속으로 진입을 한 것까지는 기억이 분명히 난다. 하지만 이후 온 세상이 떠나가도록 올리는 경적소리!  


"빠~~~~~앙!"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본 순간, 불과 수십미터 앞에서 덤프트럭 한 대가 나에게로 달려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어 우측 차선으로 차를 이동시켰다. 덤프트럭이 쏜살같이 왼쪽으로 지나간다. 얼떨떨한 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터널 속에 들어온 것은 기억이 나는데 덤프트럭의 경적소리가 나기 전까지의 기억이 없다. 존 것이 아니라 아주 잔 것이다. 


순간적인 수면으로 인해, 차량은 원래 진행방향이었던 오른쪽차선에서 어느덧 왼쪽 차선으로 슬금슬금 이동을 했고, 이때 우리 차량을 발견한 덤프트럭이 경적을 울린 것이었다. 그 경적소리에도 잠을 깨지 않았다면 덤프트럭과의 정면충돌 혹은 다른 형태로의 대형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펴보는데, 조수석에 앉은 후배는 아주 잠에 푹 빠져있었다. 그리고 뒷거울을 통해 뒷좌석에 앉은 선후배들을 살펴보는데, 


중간좌석 : "공공칠 빵! 공공칠 빵! 너 손 안 들었어. 딱 걸렸어! 하하하.”

맨뒷좌석 : “곰발바닥, 말발바닥, 말발바닥, 개발바닥!” 


차가 어떻게 갔는지, 경적소리가 울리든 말든 다들 게임에 열중하느라 아주 정신이 없었다.  


세상에는 이기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것이 있다. 운전 중 수면도 그 중의 하나라도 생각된다. 잠을 쫓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무의식의 상태로 빠져드는 것이 바로 운전 중 수면이다. 발버둥을 쳐도 이길 수 없다면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어 가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심옹의 여행수필 31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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