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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O Jul 05. 2022

떡볶이의 CX

여러분의 서비스의 고객 경험은 떡볶이집 사장님만큼 고민하고 있나요?

이번 주 회사에서 CX와 CRM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뭐 결론적으로는 유저에 대해 얼마나 잘 파악하고 계십니까? 진심입니까? 공감대를 가지고 계십니까? 의 이야기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게 쉬우면 고민이 없게....

아무튼 CX 하니까 관련해서 이전에 마케팅 스터디에 쓸 주제가 없어 야근하며 먹은 악어떡볶이를 생각하며 썼던 뻘글이 오랜만에 생각 나 공유해봅니다.


여러분 밀떡이 좋으신가요? 쌀떡이 좋으신가요?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질문이에요. 개인적으로 이 질문은 적절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떡이 가지는 특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접하고 있는 맛집들은 이 두 떡의 특성을 사용자 경험에 맞게 잘 활용하고 있어서 나름 정리해봅니다.



밀떡 - 기다리는 경험을 즐겁게


밀떡의 장점은 양념이 쉽게 배이는 특성입니다. 오래 익히지 않아도 쉽게 간이 배요. 그렇기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닭볶음탕과 같이 고기와 국물이 있는 음식에 많이 들어갑니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해요. 이러한 음식들은 국물에서 고기가 익어야 하기에 주문 후 조리해서 먹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 시간을 최대한 짧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 밀떡이 투입됩니다.


우선 메인인 고기가 익을 때까지 시간은 같지만 손님이 오래 기다리지 않은 것처럼 느끼도록 음식을 기본적인 세팅만 끝내고 손님상에서 끓이기 시작해요. 문제는 음식은 일찍 나왔지만 어차피 고기가 익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때 나오는 게 밀떡이에요.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에 간이 배고 익으니 빠르게 국물 위로 떡이 떠오릅니다. 그럼 고기가 익기 전에 떡부터 먹기 시작해 손님이 상대적으로 기다린 시간을 적게 느낄 수 있도록 유저 경험을 설계한 것입니다. 또 과하게 익더라도 밀떡은 쌀떡보다 식감이 잘 유지됩니다. 국물을 계속해서 끓여가야 하는 음식에서는 훨씬 오랜 시간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것이죠. 시간에 따라 유저의 경험을 망치지 않기 위한 선택입니다.



쌀떡 - 핵심 경험은 포기하지 않기


쌀떡은 글루텐 성분이 없기에 칼로리가 낮고 소화하기도 편합니다. 무엇보다 떡 자체의 맛과 쫀득한 식감에서 밀떡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 식감과 맛이 쌀떡의 핵심경험입니다. 그러나 밀떡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까지 그 간이 배이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쌀떡 떡볶이 떡 중에는 가느다란 떡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떡의 비율보다 그 원통의 직경을 줄여서 속까지 양념이 배게 만들고 또 같은 무게의 떡이지만 표면적을 늘려 양념이 더 많이 묻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죠. 식감은 쌀떡이 좋지만 양념의 맛이 부족하다는 유저의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고 그 경험을 개선한 케이스입니다.


또 한 가지 같은 문제를 개선한 사례가 있습니다. 부산의 떡볶이는 쌀떡이지만 유독 두꺼운 곳들이 많아요. 이 경우에 물떡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뜨겁지만 끓지 않는 온도의 육수에 담가놓는 물떡을 떡볶이 양념에 섞어서 나가는 방법이죠. 이미 육수에서 간이 배었기 때문에 빠르게 준비되어서 나가지만 그 간이 충분히 배어 있습니다. 떡 자체의 맛이 좋은 유저에게 떡의 맛을 해치지 않고 페인 포인트를 개선한 사례입니다.




아무튼 결론은 앞으로는 누군가 밀떡이 좋아? 쌀떡이 좋아?라고 물어본다면 “어떠한 유저 시나리오를 상정한 질문이야?”라고 답해주는 마케터가 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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