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퀄리티의 콘텐츠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최근 여미(여행에미치다)를 여행 '콘텐츠'가 아닌 ‘커뮤니티’로 브랜드를 정의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업계 몇몇 분들이 “여미는 그럼 이제 콘텐츠 안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해주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콘텐츠는 계속한다. 콘텐츠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무기니까. 다만 그 콘텐츠가 단순히 우리가 알던 영상이나 이미지로 국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여미 들여다보기
지난 12월 여미에 합류하고 가장 먼저 한 작업은 여미를 이해하고 정의하는 일이다. 1월 초 준비가 되는 대로 여미 크루, 지자체, 관광청, 외부 브랜드 등 이해관계자,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인지조사를 진행했다.
‘여행자들이 모여 대화하는 공간’ 지난 1월 진행한 인지조사에서 여미에 대한 정의이다. 여미의 좋은 콘텐츠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여미를 대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하나의 공간으로 인지했다. 또 이 공간에서의 핵심 경험은 ‘대화’였고 이는 50%가 넘는 압도적인 수치였다. 결국 대화의 대상이 여미일 이유도 없으며, 콘텐츠 역시 커뮤니티 구성원이 만든 콘텐츠인지, 여미에서 만든 콘텐츠 인지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여행자들이 모이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
우리가 콘텐츠는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콘텐츠의 정의는 무엇인가?지난 기간 여미에서의 콘텐츠의 목적과 역할이 규정되지 않았고 그 결과 ‘좋은 콘텐츠’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있었다. 시장에서는 여미를 콘텐츠를 잘 만드는 팀으로 알고 있었고 우리 스스로도 여행을 하며 콘텐츠를 만들던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었다. 그렇기에 흔히 ‘깔’이라 표현되는 콘텐츠의 퀄리티는 좋았고 그 형태 역시 다양해졌다.
그러나 그게 우리한테 필요할까?
결국 여미라는 공간에서 콘텐츠는 대화의 주제이고 방법이다. OECD에서는 콘텐츠를 "매스미디어 및 관련된 미디어 활동을 통해 유포되는 인간을 위해 조직화된 메시지"로 정의하고 있다. 말이 어렵지만 결국 콘텐츠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해 비전 달성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브랜드적으로도 여미는 여행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우리는 모두가 스스로 여행자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결국 우리에게 콘텐츠는 여행을 가고 싶게 하는 무언가 이면 된다.
여행자들이 모이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것
콘텐츠의 목적이 명확해지면 오히려 형태는 자유로워진다. 콘텐츠의 정의를 문화산업진흥법에서는 "부호·문자·음성·음향 및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 정의한다. 과거 여미에서 콘텐츠를 영상과 이미지로 나누었다면 이제는 법률적 정의와 같이 여행을 가고 싶게 하는 부호, 문자, 음성, 영상 더 나아가 굿즈, 오프라인 행사, 음원의 발매 등 무엇이든 여미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여미의 채널에 올라간 영상과 이미지 외에도 코로나에 진행된 여행자의 마음을 대변한 ‘john_iwanttotravel’와 여행자들이 직접 참여한 ‘방구석 여행 챌린지’, 최근에 원소주와 함께한 ‘딜리버리 캠페인’이나 ‘여행자의 밤’ 역시 여미의 소중한 콘텐츠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여행을 가고 싶게 하는 콘텐츠는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과 같이 미학적으로 뛰어난 경우도 있지만 여행을 가서 겪었던 우당탕탕하는 스토리 역시 너무나도 여행을 가고 싶게 한다. 목적을 잘 수행 가능하다면 깔이 좋던 좋지 않던 크게 우리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에 콘텐츠가 목적인 때와 다르게 필요하다면 의도적으로 그 퀄리티를 낮출 수도 있다.
마무리하며
여행이 풀리면서 여미에 다양한 협업 제안이 들어오고, 제안하고 있다. 위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브랜드나 지자체, 관광청 등과 우리가 협업을 한다면 현실적인 금액이나 조건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연 그 협업이 '여행 가고 싶게 할 만한 내용'인지가 중요하다. 협업을 요청하는 입장에서도 ‘여미 채널의 소개’가 되고 인사이트를 채우는 것이 아닌 소개를 통해 더 많은 여행자들이 지역을 실제로 여행하기를 바랄 것이라 생각한다.
여미는 콘텐츠를 통해 여행자들을 모았고, 콘텐츠를 통해 비즈니스를 이어나가지만 결코 콘텐츠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콘텐츠의 목적이 뚜렷해졌고 그만큼 범위나 형태는 자유로워졌다. “여행자들이 모이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것”에 우리는 도전할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여행자와 여행자를 연결하는 커뮤니티로서 다시 성장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