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는 알겠고 MV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며 MVP(Minimum Viable Product)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말 그대로 사업 아이디어의 소비자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구성하는 최소 단위의 프로덕트이다. 문장에서도 자연스럽게 나누어지듯 우리는 는 MV와 P를 나누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이 삽화는 MVP와 관련해서 자주 인용되는 삽화 중 하나이다. 요약하면 우리가 만드는 게 처음부터 자동차라는 프로덕트를 위해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닌 이동 경험의 개선이라는 유저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 단위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 의미로는 이해하고 너무 명료하게 정리를 해줘서 나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딴지를 하나 걸자면 여러분은 '스케이트 보드를 이동수단으로 써본 적이 있는가?'이다.
스케이트보드는 1940년대에 캘리포니아의 서퍼들이 파도가 없는 날도 보드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서핑보드에 바퀴를 단 것이다. 뭐 이동수단으로도 사용하려면 할 수 있지만 탄생부터 레저를 목적으로 만들어져 지금도 스포츠에 가까운 영역에 있다. 우리가 서핑보드를 수상 이동수단으로 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이동수단의 MVP는 오히려 가마나 말, 마차 등이 가깝다.
흔히 우리가 명품이라 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호텔을 오픈했다. 명품 브랜드니까 고급스러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오픈한 것일까?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렇다면 정말 비싼 호텔에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아르마니를 만든 아르마니는 특이하게도 의대생이었다. 그래서인지 편안하고 몸의 선을 따라 흐르는 듯이 디자인된 아르마니의 옷은 몸이 옷에 속박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추구했다. "패션이란 청결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업이다"라는 그의 철학 덕분이다. 아르마니는 이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호텔을 지었다. 아르마니의 mv는 고급짐이 아니라 고급지면서 동시에 편안함이다. 결국 호텔의 수건이나 벨보이의 옷, 인테리어 외에도 제공되는 무형의 서비스나 시스템 역시 아르마니의 경험이 되는 것이다.
결국 MV가 명확하다면 P의 형태는 생각지 않은 형태로도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P 목을 맨다. MV가 명확하지 않다면 방향도 잡지 못한 채로 열심히 노를 젓는 것일 수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여미(여행에미치다)에서도 마찬가지의 행동을 했다. 지난해 말 여미에서는 웹사이트를 오픈하고 운영했다. 여미는 5~6년간 설렘, 영감을 주는 곳이었고, 앞으로도 이 잘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라는 의도 하에 만들어졌다. 플랫폼은 기존의 여미에서 활동하는 여행자들의 투어 프로그램을 중개하는 형태의 웹사이트였다. 여행자들이 직접 만드는 투어상품의 퀄리티도 훌륭했고 다른 여행자들의 반응, 함께하고자 하는 브랜드들의 러브콜 등 시장에서의 반응 역시 좋았다.
지난 1월 여미에 대한 인지조사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 여미의 핵심 경험은 대화였다. 여미 자체는 하나의 객체로 인지되지 않고 하나의 공간, 장소로 인지되고 있었다. 이 결과를 통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던 말들을 정리하고 우리를 커뮤니티로 정의하였다. 핵심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자들의 커뮤니티 여미'의 성장 플라이휠을 정리하니 매끄럽게 정리되었다.
커뮤니티에서 투어를 중개하는 플랫폼은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이 우리의 중추가 될 수는 없었다.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커뮤니티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정해져 있는 단방향성 커뮤니케이션은 많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적지 않은 리소스가 투입된 웹사이트를 1월 말 빠르게 정리했다.
물론 MVP이기에 많은 기능은 없지만 오로지 여행자들이 모이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플랫폼이 기획되었다. 대화가 핵심 경험이기에 MVP에서는 우선 최대한 쉽게 유저 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간단하게 기능을 설명하자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이 편하게 글을 올릴 수 있는 기능을 중심으로 한다. 이미지, 텍스트에 상관없이 우선 원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도록 기획했다. 또 서비스를 실행한 즉시 다른 유저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홈이 아닌 피드가 노출되도록 했다. 두 번째로 이 글쓰기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유저를 위해 직접 글을 쓰지 않더라도 설문 등의 형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토픽이라고 부르고 있는 기능은 설문마저 작성하기 부담스러운 유저를 위해 댓글만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요 몇 달과 앞으로의 기간, 좀 더 적극적으로 여행자들을 모으고 연결하기 위해 많은 크루들이 고생하며 준비하고 있다. 쉽지 않고 처음 해보는 일들이 계속해서 쏟아지지만 그럼에도 해 나가고 있는 크루들에게 감사하고 올 연 말즘 성공적인 결과로 리뷰를 브런치에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P.S. 사람을 찾습니다.
여미에서 처음으로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이 서로 대화하고 여행할 수 있도록 여미의 신규 프로덕트 개발 직무를 리드해주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본인이 해당하시거나 주변에 알맞은 분이 있으시다면 지원 및 추천 부탁드립니다.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티타임 요청주셔도 좋아요!
<개발자 채용 링크 >
<제게 티타임 요청 가능한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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