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할 것도, 숭배할 것도 없다
어느샌가 WWDC처럼 매년 디자이너들이 열광하고 기다리고(?) 함께 보는 축제가 된 Config. 몇년전부터 모든 곳에서 쓰고 있는 Figma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방향과 새로운 기능을 한보따리 풀어주는 행사이다. 작년 Config 2023에서는 Variable과 Dev mode라는 거대한 건이 터져서 다들 난리가 났다. 개발과 디자인의 간극에 대한 고민을 아주 치열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줬고, 그에 대한 훌륭한 솔루션의 첫 발을 보여줬다. 피그마 라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팀에 대한 궁금증이 엄청나게 드는 정도의 통찰력을 보여줬던 것이다. 어도비는 디자이너를 디자이너로 놔뒀다면, 피그마는 '디자이너가 함께 있는 팀'을 위한 장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스탠스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Variable의 등장으로 디자인 시스템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고, 프로토타이핑 등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따로 파일을 만들어 연습하고 강의를 듣고 와 사내 팀원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실습하는 세션을 열기도 했었는데, 아직 100% 활용은 멀었지만 이제 제법 자연스럽게 우리와 함께하는 개념이 되었다.
그러고보니 Variable을 도입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전달 했을 때 FE 개발자 분들의 깜짝 놀란 표정이 기억난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저희도 이제 달나라가 아니라 같은 선에서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의 빅뉴스는 전세계 모든 테크 기업이 그러하듯, AI다. 프롬프트를 쓸 수 있고, 프로토타이핑도 자동으로 연결해준다. 이렇게 AI가 날로 발전하면서 사내 디자이너분들, 주변 디자이너들과 작년부터 여러번 대화를 나누었다.
"이러다 우리 다 짤리는거 아냐..?"
특히 최근 갈릴레오 라는 서비스를 써본 뒤와, Config 2024 발표 이후에 더 많이 이런 스탠스로 얘기를 나누었다. 자뭇 진지하게 걱정을 하는 동료분도 있고, 농담거리 삼아 대화하기도 했다. 나 또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링크드인 피드에서 보면서 걱정이 슬며시 들다가 인터넷에서 AI에 대한 아래 표현을 보고 내 분야에 적용시켜보니 (현재로서는) 생각이 정리되었다.
AI는 천장은 높이고, 바닥은 낮춘다.
어떤 사람의 말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 구글링을 해 보았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찾으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천장이 높아졌다는 것은, 더 효율적으로 일 하며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닥도 낮아졌다. 누군가 UXUI를 하고 싶다면 AI의 도움을 통해 좀 더 쉽고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 나는 UX디자이너로 돈을 받으며 일 하고 있는 사람이고, 부트 캠프든, 스케치, XD, Figma 등등 더 좋은 UXUI 디자인을 돕기 위한 툴은 언제나 항상 나온다. AI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좀 더 강력할 뿐이다.
그 말의 포인트를 내 필드에 맞춰서 이해하는 순간, AI에 대해 걱정할 게 아니라 더 잘 쓰는 방법을 찾는데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UI는 곧 상당수 이제 AI가 대신해 줄 것이다. 동료 디자이너분과 자주 나누던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는게 오래 걸리지, UI 치는건 큰 일이 아니잖아요." 그 UI 치는 것을 AI가 점차 대신 해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는데 더 시간을 쓰고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 생각도 AI가 더 효율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적합한 레퍼런스를 더 빨리 찾아줄 것이고, 대략적으로 구성을 생각하면 정리도 해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논리적이고 사용성이 높고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UX를 구상하는데 더 집중하면 된다. 더군다나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워낙에 할 일이 다양하기 때문에, 비주얼 적인 부분을 다듬는데 걸리는 시간을 아껴 비즈니스 고민을 더 하면 된다. 어쨌든, UX를 하던 사람들은 더욱 좋은 UX를 위해 어떤 디테일을 살릴 것인가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면 된다.
UX라는 본질에 더 집중할 시간이 많아진 것이니, 걱정은 뒤로하고 같이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는지 함께 정보를 나누는 방향으로 가보도록 하자.
+) 국내 회사들 중에 UXUI디자이너의 역할을 UI/그래픽으로만 이해하는 회사도 많은데,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를 툴러 취급하는 문화가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