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작은 방에서, 나를 위해 하는, 조용히 즐거운 일이었던 글쓰기를 누군가와 공유하는 일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글쓰기는 나의 오래된 취미이다. 시나 에세이 끄적이기를 좋아하는 소녀가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이야기 아닌가. 그 꿈은 너무 평범했고, 오래되었다. 그렇게 방구석 곳곳에 널려 있지만 늘 찾으면 없는 머리끈처럼 내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래서 나에게 글쓰기는 아주 오래되고 사랑하는 취미로서, 나만의 작은 방에서, 나를 위해 하는, 조용히 즐거운 그런 일이었다.
내가 써둔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을 좋아해서 내 글에 스스로 도취될 때면, 작가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 우쭐해지던 어린 마음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내게 별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는 혼자만의 글쓰기를 했다. 그러던 내게 남편이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보라는 용기를 줬다. 연애시절 나의 편지를 보며 내 글에 감동한 적이 많았다고, 분명 내 글을 사람들도 좋아해 줄 것 같다고 말이다.
어쩌다 보니 모범생 같은 10대, 20대를 보내서인지 나는 이상하게도 ‘해야만 했던 일’이 아닌, ‘마음이 시키는 일’에 대한 막연한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누가 그렇게 살라고 강요한 적도 없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사로잡혀, 집과 학교밖에 모른 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직장에 들어갔다.
그래서 직장생활로 경제적 안정과 완전한 독립을 이루고 나서는 큰돈이 들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것은 참지 않고 해 보려고 노력한다. 그게 ‘나’를 찾기 위한 일이라고 믿으며, 언젠가는 내가 미친 사람처럼 몰입하게 될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그렇게 캠핑을 시작했고, 덜컥 재봉틀을 사기도 했다. 다행스럽게 즐거운 취미가 됐고, 이젠 거기에 더해 예쁜 색실로 수를 놓고, 만년필로 시를 필사한다. 그리고 이렇게 또 하나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을, 내 글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일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금도 '누가 내 글을 읽어 줄까? 공감해 줄까? 그중에 누군가는 내 글을 좋아하거나, 의미 있다고 생각해 줄까?' 이런 의문과 불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히려 혹평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더 크다. 하지만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이자, 함께 인생이라는 숲을 가꾸어 가고 있는 이의 응원에 용기를 얻는다.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소녀의 작은 소망을 늦지 않았다며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없는 용기를 끌어 모은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느덧 직장생활이 10년이 되어가는 기념으로 나의 직장생활에 대해서 써보기로 했다. 아직은 나를 모두 열어 보여줄 만큼의 용기는 없어서 나를 이루는 사회적인 자아에 대해서 써보기로 한 것이다.
억울하지만 결국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직장 얘기를 빼면 지난 10년 간의 내 이야기는 너무나 보잘것 없어질 것 같은 이유도 있다. 나에게 회사는 경제적 안정이라는 자유를 주고, 그 대가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저당 잡아 속박의 굴레를 씌우는 애증의 대상인 것도 사실이지만, 내 노력으로 이룬 또 하나의 세계임은 분명하다.
취준생 시절 어디든 내가 일 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가 있다면 월급 값 톡톡히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내가, 불과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는 어떻게 30년이나 직장 생활을 했어?”라고 울먹였던 밤이 있었다. 내가 몇 년이나 이 힘든 생활을 견뎌낼 수 있을까 싶던 게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10년이 가까워지다니.
앞으로의 내 인생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 지난 직장생활을 돌아볼 겸, 내 생각에 공감해 줄 누군가를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