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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Jan 16. 2023

책을 왜 그렇게 빨리 골라

게임과 도서관



책 제대로 보고 고른 거야?






오전 6시 독서모임이 8시 반에 끝났다. 말소리에 깰까 염려되어 방문을 꼭 닫아도 엄마 부재 센서가 작동한다. 그 센서는 왜 주말 새벽 오전에만 작동할까.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반쯤 눈이 감긴 아이는 내게로 와 안겼다. 의자에 앉아 있는 엄마 품에 쏙 안겨 잠들기에는 몸집이 커버린 아들은 불편한지 얼마못가 방바닥으로 잠자리를 옮겨갔다. 매트, 이불과 베개를 들고 와서 아이를 누이고 불을 껐다. 스마트폰 불빛을 켠 후 꺼두었던 모임 화면을 켜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도 푹 잘 자주고 모임의 분위기가 좋아서 깊이 몰입했고, 끝나고도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이 기세를 몰아 다음 모임책을 바로 대여해서 읽자!




주말에만 할 수 있는 게임을 미끼로 아들을 꼬드겼다. “포켓몬 잡으러 밖에 나가자, 레이드도 참가하고 말이야.” 아이와 같이 게임을 한다. 도서관 가는 길에는 게임을 즐길만한 요소가 많은 걸 아는 아들은 흔쾌히 수락했다. 햄치즈만 넣은 간단한 샌드위치와 입가심할 방울토마토로 도시락을 쌌다. 각자의 백팩을 둘러메고 밖을 나섰다.




“엄마, 뭐 잡아?“, ”나는 이 포켓몬만 잡아. 진화시켜야 되거든” 아이는 혼자 게임할 때보다 아빠와 엄마가 같이 하니 좋아한다. 확실히 공통의 관심사는 대화를 이어주긴 한다. 함께 포켓몬을 잡으며, 때로는 체육관 가까이에 멈춰 인도에서 선 채로 레이드(대전)를 한다. 끝나야 다시 걸어갈 수 있다. 멈췄다 걷기를 두 번 하니 어느새 도서관에 도착했다.




주말 오전에는 항상 게임을 해왔으므로 장소 상관없이 게임을 끌 이유가 없었다. 아이는 어린이 자료실 소파에 앉아 패드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래도 도서관에 왔으니까 5분만 더 하고 게임 잠시 멈추면 어때? 나중에 남은 시간만큼 하면 되니까.“ 아이를 바로 움직이게 할 심산으로 ‘지금 끄고 책 고르면 30분 더 추가해 주겠다’고 덧붙였다. 아이는 솔깃했는지 바로 끄고 유아자료실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잘 벗겨지지 않는 장화를 비틀거리며 벗더니 책장으로 곧장 가 책들을 뽑아냈다. 다섯 권을 고르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책 제대로 보고 고른 거야?“

“어.”

“책 제목만 보고 뽑는 거야? 이 책들 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응”




아이 속셈 빤하지. 내 생각이 짧았다. 도서관에 오는 일, 그곳에서 책을 고르는 일은 엄마가 원해서 따른 거지. 아이의 이유는 게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도서관까지 와서..’ 이 생각이 드니 순간 화가 올라왔다. ”이 책들만 빌리고 끝이야, 바로 가자.“ 으름장을 놓고 휴게실로 먼저 가버렸다. 좋지 않은 기운을 눈치챈 아들은 ”미안해 엄마~ 미안하다고~“ 했다. 아들이랑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싸움이라니. 다행히 마음을 바로 추스르고 아이를 휴게실로 이끌었다. 도시락 먹으며 이야기하자며.





화낸 것을 사과하고 아이에게 엄마의 속마음을 전했다. 엄마는 그림책 고르는데 한 시간이 걸리는데.. 물론 금방 고를 수도 있지만 게임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니 책을 대충 고르는 것 같다고. 오랜 시간 고민한다고 좋은 책을 고르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마음의 소리를 아이에게 곧바로 전했다. 그래..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날 밤, 아이가 책등만 보고 쑥쑥 뽑아온 책은 재밌었다. 신기하게도 한 권은 독서모임 책과 내용이 비슷했다. <무지개 마을로 오세요!>를 덮으며 물었다. “이거 너무 재밌는데? 이 책 왜 빌리려고 한 거야?”




무지개 이야기잖아
무지개가 들어가니 무조건 재미있겠지




아이의 말에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의 확신이 사실이 되었다는 것만이 확실했다.





외지인을 배척하는 이야기로, 결말은 달라도 시작이 같은 책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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