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보양식 먹을 생각으로 배고파하는 아침
보통 이맘때쯤의 저는 길거리에 하나둘 피어나는 봄꽃들을 보며 봄이 온다고 칠렐레 팔렐레, 약간 멍한 기분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편입니다. 봄을 탄달까요ㅋ 얼었던 땅이 녹고 그 틈에서 싹이 돋아나거나, 죽은 줄 알았던 마른나무들에 잎이 돋고 꽃이 피는 걸 보는 게 점점 더 기분이 좋아져요 :)
그러다 올해, 부모님과 함께 살며 처음 같이 맞이하는 봄을 지나면서, 제가 혼자 살 때와는 다른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망 통계 자료를 보면 노인들의 사망률이 여름보다 겨울에 높게 나타난대요(보험연구원 2015년 자료 기준, 여름 대비 겨울 노인 사망자 비율 112.2%.) 정확한 메커니즘은 모르지만 추운 환경에서 몸이 생존을 위해 더 많은 기운을 쓰게 되서 힘이 들어 그런게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으로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실 때보다 겨울이 끝나고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즌에 부모님이 훨씬 더 힘들어하시는 듯 보입니다. 뭐랄까 얼었던 땅이 녹으며 균열이 발생하는 것처럼, 잔뜩 움츠렸던 몸이 긴장이 풀리면서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듯한 아버지께서는 대상포진으로 한 달을 고생 중이시고, 허리 수술을 마치시고 건강상태가 조금 좋아지셨다고 생각했던 어머니도 어지러움증과 왼쪽 고관절 통증, 안과질환 등으로 계속 병원에 다니시고 계시거든요.
평소 그런 말씀 잘 안 하시다가 티브이 홈쇼핑에서 보셨다며 녹용/인삼이 들어간 보약을 좀 주문해달라며 저에게 돈을 주시는 부모님을 보며, 본인들이 직접 몸이 힘들다는 걸 느끼고 있으시구나… 짐작을 하게 됐습니다. 아르바이트한다며 조금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건강하다고 봄 왔다고 저만 들떴구나, 이럴 때 부모님 건강을 돌봐드려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조금 반성을 했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즌에는 부모님 몸상태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렇게 기억 속에 저장을 해두려고 합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는 어머니 좋아하시는 장어를 먹으러 가야겠다고 다이어리에도 적어두었구요.
봄꽃의 여왕, 벚꽃도 천천히 피어나고 있지만, 꽃샘추위도 덩달아 한참입니다. 다들 건강관리 잘하시며 봄 맞으시면 좋겠습니다. 주말 코 앞인 목요일, 다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