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효자 코스프레 나들이
아르바이트가 엄청 바빴던 3월이 지나가는 와중에, 제가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사이에... 아버지는 대상포진을 앓으셨고, 어머니는 고혈압 판정을 받으셨답니다. 뭐 그게 제가 두 분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해서 발생하지 않을 일이었거나, 어떤 결정적인 타이밍과 관련된 질병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한 달여 정도 집에 소홀했더니 딱 그런 일이 발생하나 싶어... 내심 좀 죄송했더랬습니다.
하여 아르바이트가 한숨 돌리는 틈을 타서 두 분의 건강을 위한 약도 사드렸고, 코로나 이유로 바깥나들이를 잘 못하시는 두 분을 위해 바닷바람 구경을 시켜드리겠다고 약속을 잡았더랬습니다. 그 약속 날자가 오늘이었구요. 예... 제주도 한라산 부근에 약 500미리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는 바로 오늘 말입니다^^"
일기예보에서 폭우가 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며칠 전날 약속을 뒤로 미룰까 싶었지만, "그래서 우린 이번 주 토요일에 가는 건가?"하고 물어보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차마 날씨를 핑계로 약속을 미루지를 못했습니다. "가야죠. 갈 거예요"라고 말을 내뱉곤, 대전에 사는 첫째 누나네 가족들까지 포섭을 해서 나들이를 나섰더랬습니다. "보양"과 "바닷바람 쐬기"라는 2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이 제철이라는 보양식 "쭈꾸미 샤브샤브"를 먹으러 서천 바닷가를 다녀왔습니다.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을 갔다가 '서산회관'에서 '쭈꾸미 샤브+쭈꾸미 볶음"으로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갔다가,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에서 부모님 좋아하시는 건어물을 사고, 국립생태원에 들러서 동물원/식물원 구경을 시켜드리고 중국요리로 저녁까지 먹고 온 한나절. 동백나무 숲은 가벼운 산책을 하며 바다를 보기에 좋은 풍경이었고, 국립생태원도 휠체어를 탄 분도 관람하기 좋게 잘 설계가 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다만, 제철 시즌의 유명한 식당은... 정말 장사가 너무 잘 돼서... 친절함이나 서비스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곳이더라구요. 그건 좀 별로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부모님과 이것저것 많이 하고 온 뿌듯함은 무척 많이 느낄 수 있는 당일치기 여행이었습니다 :)
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뜨거운 물에 들어가며 몸부림을 치는 쭈꾸미나...유리창을 멍하니 바라만 보던 동물원의 동물들의 눈빛이 뭔가 참 짠했습니다. 그렇다고 채식주의가자 될 것도 아니고, 동물복지를 위한 사회운동을 시작할 만큼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것도 아니면서, 오늘은 유난히 그런 것들이 눈에 밟히더라구요.
게다가... 서천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출발하며 내비게이션을 세팅하고 도착 예정시간을 확인하고 올라오는 길. 나름 열심히 밟기도 하고 차선 변경도 적극적으로 하며 올라왔는데도, 정말이지 너무 정확하게 1분도 차이 나지 않고 도착 예정시간에 지에 도착하는 걸 보고 나선... 기분이 더 이상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의 알고리즘이 마치 서천에서 대전으로 오는 그 한 시간 반 동안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이미 다 알고 계산해서 결과를 내놓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뭔가... 마치 제가.... 무슨 행동을 해도 유리창 너머 사람들이 일거수일투족을 다 바라보고 있을 동물원 속 그 동물들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요? 무언가 절대적인 존재가 내 오늘 하루를 이미 다 계산해놓은 틀 안에서 놀아난 느낌 같은 거요. 이런 기분이 든 건.. 날씨 탓이라고 해두려구요.
요즘 제가 계속 봄 타령입니다만, 진짜 이제 다음 주면 4월이 오고, 봄꽃의 여왕이라는 벚꽃철이 옵니다. 다들 주말 편안하고 건강하게 잘 보내시고 다가오는 봄 맞을 준비를 해보시죠. 주말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