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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Mar 31. 2022

나이 들어 봄을 맞는다는 것

부모님과 보양식 먹을 생각으로 배고파하는 아침

보통 이맘때쯤의 저는 길거리에 하나둘 피어나는 봄꽃들을 보며 봄이 온다고 칠렐레 팔렐레, 약간 멍한 기분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편입니다. 봄을 탄달까요ㅋ 얼었던 땅이 녹고 그 틈에서 싹이 돋아나거나, 죽은 줄 알았던 마른나무들에 잎이 돋고 꽃이 피는 걸 보는 게 점점 더 기분이 좋아져요 :)


그러다 올해, 부모님과 함께 살며 처음 같이 맞이하는 봄을 지나면서, 제가 혼자 살 때와는 다른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망 통계 자료를 보면 노인들의 사망률이 여름보다 겨울에 높게 나타난대요(보험연구원 2015 자료 기준, 여름 대비 겨울 노인 사망자 비율 112.2%.) 정확한 메커니즘은 모르지만 추운 환경에서 몸이 생존을 위해  많은 기운을 쓰게 되서 힘이 들어 그런게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으로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실 때보다 겨울이 끝나고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즌에 부모님이 훨씬 더 힘들어하시는 듯 보입니다. 뭐랄까 얼었던 땅이 녹으며 균열이 발생하는 것처럼, 잔뜩 움츠렸던 몸이 긴장이 풀리면서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듯한 아버지께서는 대상포진으로 한 달을 고생 중이시고, 허리 수술을 마치시고 건강상태가 조금 좋아지셨다고 생각했던 어머니도 어지러움증과 왼쪽 고관절 통증, 안과질환 등으로 계속 병원에 다니시고 계시거든요.


평소 그런 말씀 잘 안 하시다가 티브이 홈쇼핑에서 보셨다며 녹용/인삼이 들어간 보약을 좀 주문해달라며 저에게 돈을 주시는 부모님을 보며, 본인들이 직접 몸이 힘들다는 걸 느끼고 있으시구나… 짐작을 하게 됐습니다. 아르바이트한다며 조금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건강하다고 봄 왔다고 저만 들떴구나, 이럴 때 부모님 건강을 돌봐드려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조금 반성을 했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즌에는 부모님 몸상태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렇게 기억 속에 저장을 해두려고 합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는 어머니 좋아하시는 장어를 먹으러 가야겠다고 다이어리에도 적어두었구요.


봄꽃의 여왕, 벚꽃도 천천히 피어나고 있지만, 꽃샘추위도 덩달아 한참입니다. 다들 건강관리 잘하시며 봄 맞으시면 좋겠습니다. 주말 코 앞인 목요일, 다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앞으론 이렇게 벚꽃피는 거 보이면 부모님 보약을 주문해보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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