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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Oct 08. 2024

홀로서기 준비

바람이 쎄게부는 밤

오늘 우리 아이는 밤에 좀 숨이 많이 차는 듯했다.

저녁약을 먹이고 4시간이 지나가는데 세게 불고 있는 바람소리가 무서웠는지 불안해했고 헐떡 거렸다

오늘밤은 또 잠을 잘 수 없을 듯 하다.

.

며칠전에 수의사 선생님과 상의해서 Quality of life,  즉 삶의 질을 높여주고 통증을 줄이고 최대한 행복하게 살다가게 해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벌써 4주가 넘도록 가바펜틴을 하루에 2번 아침저녁으로 복용을 하고부터 진정효과가 있어서 인지, 아님 진통 효과가 있어서 인지 너무 힘들어 보이지 않아서 좀 안심을 했는데 오늘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온 듯 다시 힘들어한다.

심장이 벌렁거리면 무섭다 너무 빨리 뛰다가

갑자기 멈출까 봐….

 가바펜틴을 한 알 더 먹였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 헐덕거림이 조금 잠잠해지면서 진정이 되고 있는 듯하다.


시드니는 롱 위크엔드long weekend가 끝나는 밤이다.

내일부터 사람들은 정상 출근하고 다시 다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난 롱위크앤드에 일하고 오늘 쉬는 날이었다.

쉬는 날 난 외출하거나  무언갈 한다기보다는

그냥 아이와 집에 있는다.

내가 집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아이는 안정감을 얻으니까 …

밤이 지났고 아침이 왔다.

아이는 계속 잠을 잤고

난 지친 몸으로 나와 잠을 좀 깨 보려고 커피 한잔을 만들어 뒷마당으로 나왔다.

아이가 잠든 사이에 밝은 오후 햇살을 보면서

감사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거친 바람이 부는 무서운 밤이 찾아오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난 아이의 심장소리와 숨소리를 재가면서 또 다시 밤을 새운다.

그러면서 이렇게 글이라도 쓴다.

아이가 힘들어 잠들지 못하고,

 물을 찾으면 물을 주고,

새벽에 쉬아를 하려고 문 앞에 있으면 데리고 나가서. 쉬아를 시키고,

다시 방에 들어와 잠이 들게 편안한 자리에 눕도록 해준다.

오늘도 내 아이는 오후에 최선을 다해서 산책을 했고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었다.


매일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한다.

내가 있을 때 떠나기를

고통이 덜하기를

행복하기를.


아이에게 있을 때 잘하자 매일 맘 먹는다.

그래야 후회를 안 할 테니.

어쩌면 이 방법이 나의 홀로서기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호주에서 20년이 다 되도록 세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해오고 있고,

다시 혼자가 되면

난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하기도 하다.


반려견이 없는 삶!

많이 공허하리라 생각한다.

빈자리도 클 것이라 믿는다.

그리움이 많겠지만

새아기는 데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맘먹었다.

나에게

효도를 할 시간을,

한국에 있는 가족과 좀 더 가까워지고,

자주 방문하고,

그리고 나를 위해 여행을 좀 하면서 살아가겠노라

결심 했다.


아이가 떠나게 되면,

난 이사를 가고 싶다.

아이들과의 추억이 너무 많은 집에

혼자 남겨져서 살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나로 살아가고 싶다.

많이 버리고 언제 떠나도 무겁지 않을 만큼의 짐들만 가지고

좀 훌훌 털고 가볍게 살아가고 싶다.


YONO= You Only Need One

오늘 한국 기사에 나온 기사에서 본 글이다.

이 말이 내게는 가볍게 살아가라는 말로 다가왔다. 둘도 필요 없이 무엇이든 하나만 있으면 되는 삶.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다.


밤이 깊어지고

바람은 여전히 거세고

아이의 숨소리도 잦아들지 않는다.

아이의 힘겨움이

내 가슴의 통증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도를 해야겠다.

고요히

우리 아이의 평온함을 위해서

이 밤이 무사히 지나갈 것을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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