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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9시간전

김재철 배우

2009년 바람에서 2024년 파묘까지

배우 정우가 주연한 2009년 영화 바람을 재미 있게 봤었다. 비공식 천만 영화라는 별칭처럼, 나 역시도 극장에서 관람한 것은 아니지만 케이블에서 워낙 자주 방영을 해 주었고 또 유튜브 쇼츠로로 자주 나오다 보니 네다섯번 이상은 족히 보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90년대 후반 경상도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처지에서, 당시의 시대상이랑 경상도 정서가 영화 안에 상당히 잘 표현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주요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도 훌륭했음은 물론이고.



출연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작품 안에서 불법 써클 몬스터의 3학년 선배 대장 역할을 한 배우 연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외모도 꽤나 준수한 데다 불법 써클 장 치고는 태도나 매너도 젠틀했고 서글서글한 웃음도 매력적이었다. 외모든, 연기든 배우로서도 꽤 괜찮은 자질을 가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뒤로는 도통 다른 작품들에서 만나 볼 수가 없었고 배우의 이름도, 나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리다 2024년 올해 극장에서 (비공식 천만 영화가 아닌) 진짜배기 천만영화 파묘를 보게 되었는데 그 중 친일파의 후손이자 젊은 재미교포 거부, 박지용 캐릭터에 빠져 들었다. 살아오며 주위에 재미 교포 친구들이 많이 있지는 않았지만 뭔가 진짜 재미 교포스러운 느낌적인 느낌을 잘 연기했다고 느껴졌다. 악착 같이 노력해서 부를 이룬 자수성가형 부자가 아닌, 대물림한 부자로서의 여유, 그리고 나름 절제된 매너와 태도가 박지용이란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잘 보여 주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도 박지용 인물을 연기한 배우의 외모가 어디서 본 듯 익숙하며서도 또 처음 보는 듯한 신선함도 같이 느껴져서, 저렇게 매력적인 중년 남배우가 한국에 있었나? 그동안 왜 아무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이지? 하는 의문점에 해당 배우를 검색해 보다가, 배우 이름은 김재철이며,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어린 1982년생이고, 또 내가 재미 있게 보고 캐릭터에 빠져 들었던 2009년 영화 바람의 그 3학년 캡짱 역할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 뒤로 김재철 배우의 필모그래피와 인터뷰들을 찾아 보니 2009년 '바람' 이후 2024년 '파묘'를 만나기까지는 물론, 2009년 바람 이전에도 이미 2000년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부터 꾸준히, 열심히, 거의 매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 왔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새삼 연예게라는 바닥이 성공의 문이 얼마나 좁은지, 사람들에게 이름 석자를 알린다는 것이, 그리고 꾸준히 작품 제안이 들어오고 연기 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내 주관적인 기준으로는 같은 세대 다른 그 어떤 탑스타 배우들 못지 않게 준수하고 매력적인 마스크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연기력도 썩 괜찮은 배우임에도 어쩌면 호구지책을 해결하는 것조차도 그리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하긴 그런 것이 비단 연예게 뿐만은 아니고 우리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사람은 자기 인생에 대해 1/3만 책임을 지면 된다. 왜냐하면 1/3은 유전 요인이고, 1/3은 환경 요인이기 때문에.'

※ 정확한 출저가 생각 나지 않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는데 잘 나오지가 않는다...


좋은 유전자를 타고 나고, 또 본인도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환경에 의해, 운이나 타이밍 등 불가항력적인 요인에 의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반대로 스스로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해 쉽게 성공의 문턱에 다다라는 경우도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값이, 사회적 명성이 그 사람의 자질과 능력을 반드시 대변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름값이 높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있고 능력있는 사람이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김재철 배우에게도, 또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김재철 배우님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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