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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Mar 21. 2019

회사는 다니고 싶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당분간 회사를 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배민의 브랜드마케터 신입 모집 공고

배달의민족에서 브랜드마케터 신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보냈다. 배민에 관심이 많은 전 직장의 디자이너 분께서 곧바로 태그 해주셨고 덕분에 소식을 일찍 접할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 '브랜드마케터' 신입 모집 공고


"어 배민 공고에 태그 해주셨네요?"

"네 명렬님 생각 있으시면 한번 도전해보시라고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요ㅎㅎ"


확실히 좋은 기회이다. 그래서 처음 봤을 때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배민이라니, 브랜드마케터라니, 이승희 님이라니.  이건 기회다!'



1. 좋아하는 시나 소설, 노래 중심으로 자신을 자유롭게 소개해주세요.

그래서 모집 공고에 들어가 봤다. 배민이 궁금해서 우아한형제들에 접속해본 적은 몇 번 있었다. 한 번은 어떤 직군을 모집하는지도 살펴봤는데 이력서 작성을 눌러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또다시 배민이라는 브랜드에 감탄하게 됐다.


이력서를 작성하는 순간에도 브랜드에 대한 경험은 계속된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력서에 포함될 내용만 잘 들어간다면 나머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배민은 이력서를 작성하는 순간까지 신경 쓰고 있었다. 필요한 내용들을 채워 넣기 편하게, 이력서를 적는 사람들이 글이 아닌 다른 부분에 신경을 덜 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아, 이런 회사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점점 더 배민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갔다.


그래서 앉은자리에서 1번을 주욱 써 내려갔다. 좋아하는 시를 바탕으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며 적었다. 내가 어떤 감성을 지녔으며 자신의 매력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인지 묻는다 생각했기에 고민이 많이 됐다. 하지만 일단 적어놓고 고치자는 마음에 1번 문항을 완성할 순 있었다.


그리고 이내 곧, 전부 지워버렸다.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하지만 당분간 회사를 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자소서를 지운 이유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자기소개서의 1번 문항을 적으면서 고민이 많이 됐다. 정확히는 평소에 하던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민과 연결이 됐다.


지원해도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건 안다. 쟁쟁한 분들이 많이 지원할 테고 1차 합격조차 터무니없는 실력이니까. 하지만 도전하고 싶다면 도전해볼 수는 있는 법이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는 절대 있을 수 없다. 운이 좋게 1차에 붙는다면 회사에 방문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또한 쓸수록 다듬어지는 게 자소서이기에 도전해서 손해 볼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하지 않는 건 업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책을 읽고 감명받은 문구를 체크해놓은 뒤,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그 당시의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관심 있는 부분이 감명받은 문구들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글을 적을 때도 지금 관심 있는 게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루 한 글 실천하기.

하루 하나의 짧은 글들을 적고 있다. 최근에 적은 내용들을 살펴보면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내게 있어 무엇이 행복을 주는가?'와 같은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고 싶은 일을 명확하게 찾고 싶어 스타트업에 취직했는데 아직도 아리송하다. 어느 하나 매력 없는 일이 없다. 그렇지만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업에 대한 고민이란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뽑아만 주시면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더라도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별도의 문제이다. 하물며 하고 싶은 게 명확하지 않다면 어떻겠는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난 브랜드마케터라는 업을 정말 하고 싶은가?'


배민이 아니더라도 그 일을 하겠냐고 물으니 고민이 됐다. 배민을 좋아하게 된 건 한 명 한 명 알게 된 그 구성원들의 매력이 중하게 작용했기에, 지금 지원하고자 하는 마음 역시 이 영향이 크다는 걸 알게 됐기에, 글을 더 쓸 수 없었다.


무엇이 하고 싶은가

확실한 건 누군가 봤을 때 감동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지금처럼 생각을 조금씩 옮겨 적는 글이 아니라 오랜 상상을 거쳐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싶다. 소설로 그리고 웹툰으로. 내가 만들어낸 책을, 스토리를, 캐릭터를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도 보고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당분간 회사에 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회사가 없다는 이유가 크다.


지금 생각해낸 것 중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잘 해낼 능력이 있을지, 생계를 유지하면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때문에 미뤄놨던 일들. 돌아보면 인생의 첫 버킷 리스트를 작성할 때도 1번은 소설을 쓰는 것이 떠올랐다. 생각할 시간이 많던 군대에선 개인정비 시간마다 적었고, 다른 소설책들을 흉내 내며 나만의 상상에 빠질 때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혼자서만 읽다가 이내 글솜씨가 부끄러워 숨긴 목표였지만 꼭 이뤄내 보겠다 가슴속에 품었던 꿈이다.


"엄마, 쉬면서 글을 써보고 싶어."


그래서 부모님께도 의견을 표명했다. 평생을 바쳐 해보고 싶은 일이란 게 무엇인지, 이를 알게 될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지만, 지금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고. 그러니 도전해보고 싶다고.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갈 길이 막막하다. 모르는 것 투성이에 단어조차 생소한 게 많다.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한 문장을 쓰면 다음 문장이 곧바로 떠오르는 천재가 아니니,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노력 끝에 내가 쓴 책으로 감동받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생긴다면?'이라는 상상에 묘한 힘이 샘솟는다.


나는 소설이 쓰고 싶다. 그것이 고민 끝에 찾아낸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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