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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Mar 29. 2019

나를 찾는 여행

퇴사는 여행, 인생은 여행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어디 회사에서 이러한 일을 하고 있는 27살 오명렬입니다."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하면 위처럼 대답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쉴 때는 어떤 걸 하는지, 일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다른 어떤 얘기도 더 하지 않았다. 회사와 업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나에 대한 소개가 충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다면 퇴사를 한 지 2주가 지난 지금의 나는,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 27살 오명렬입니다."

나이와 이름만을 말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다니던 대학이라도 덧붙여 말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전에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설명하는 게 좋을까? 그전에 왜 나는, 우리는, 이런 것들로만 자신을 소개하려 하는 걸까?




내 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


나 자신을 아는가


우리가 자기소개에서 회사와 일에 대한 설명만 하게 된 이유엔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 시간이 적었다는 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치열한 대입 경쟁, 그리고 치열한 취업 경쟁. 우린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바쁜 10대와 20대 초반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그 과정 안에서 정작 자신과 마주하는 생각의 시간은 많이 갖지 않았다.


학교에선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볼 수 있도록 장려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조금 더 나은 성적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가라, 우선 가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었다. 좋은 성적과 대학은 직업 선택의 폭을 넓어지게 해 주기에, 아직 하고 싶은 일을 모른다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작 중요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뒤로 밀려났고, 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성적에 맞춰 대학에 입학했다. 학과는 경영학이 직업을 선택할 때 유리하다고 들어서 택했고, 졸업을 앞두곤 경영학을 졸업한 이들이 마케터를 많이 선택하기에 마케팅을 시작하게 됐다. 모든 게 내 선택이었지만 나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은 깃들어 있지 않았다.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아야 할 나조차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물으면 "그냥... 게임하고 친구들 만나서 얘기 나누는 거 좋아해."라고 답했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물을 땐 아무것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때로는 과장을 통해 자신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기도 했다.



나를 찾는 여행


좋아하는 일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포기하고 산다면, 그 인생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없다. -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에겐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묻고 또 물어 답을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을 미리부터 선을 그은 채 찾을 필요 없다.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관련 업종에서만 찾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실상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이는 적다.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기 이전에 나는 오명렬이란 한 명의 사람이다. 어떤 수식어도 붙을 수 있다. 아티스트, 작가, 회계사처럼. 누가 정해준 한계는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한계라는 건 자신이 만든 것일 뿐이다. 내가 만든 수식어 안에다 자신을 가둘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한번 직업을 정하면 그 커리어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한 명의 사람이 여러 직업을 갖는 시대가 됐다. 


중요한 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이다. 퇴사를 한 사람한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신입생도,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도,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우리 모두는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인생에 정답이란 없다. 우린 모두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와 같은 인생은 여태까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을 참고할 순 있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남의 판단이나 시선도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들 역시 내 인생을 살아보진 못했다. 나만의 방법으로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면 된다.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기에 더 좋은 것 아니겠는가.


조금 늦었다고 느껴지거나 불안한 마음이 생겨날 때면 한 가지만 잊지 않으면 된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 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우린 길을 잃은 게 아닌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있는 것이니까. 나는 나에게 맞는 속도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니까.


내 마음에 솔직해지자. 현재에 집중하자. 오늘도 내일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나답게'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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