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널브러지면 어떠니?
집순이인 나는 금요일이 되면 주중에 최대한 참으려고 노력했던 (그러나 매번 더 강한 현재의 나에게 지고 마는 ㅜㅜ) 맥주를 죄책감없이 마신다.
주말 아침은 평소보다 늦게 시작된다.
코로나가 있기 이전에도 집 밖에 나가는 걸 딱히 즐겨하지 않는 우리 가족은 코로나 이후에 주말에 침대에 누워 티비보는 것이 아주 그냥 당연해진 듯 익숙해졌다.
30년이 넘은 24평 아파트에서 하나는 옷방, 하나는 아이방, 집순이 집돌이 부부가 있을 만한 공간이라고는 부엌과 경계가 모호한 좁은 거실이나 큰 침대로 공간의 4/5가 점령당해버린 안방 밖에 없다.
안방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눕게 되고 티비를 켜게 된다.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을 대충 보내고 난 뒤 안방으로 들어가면 눈치 빠른 반려견 하늘이도 재빨리 따라온다.
침대에 누우면 하늘이도 그 옆에 따라 자리를 잡는다.
넷플릭스 시리즈를 정주행하는 동안 가끔은 '아, 주말에 이렇게 널브러져도 되나..'하는 죄책감이 살짝 든다.
그러다 하늘이의 코고는 소리를 들었다.
벌러덩 배를 까고 누워서 한없이 널브러져있는 모습.
'인생이 뭐가 있어? 주말엔 널브러지는거야.'
나 : '그래 하늘아, 주말엔 좀 널브러져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