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CSP와 MSP를 알아보는 눈
안녕하세요.
지금까지 우리는 클라우드로의 성공적인 여정을 위해 ‘전략 수립(17화)’, ‘실행(18화)’, 그리고 ‘안정화(20화)’라는 단계를 차례로 살펴보았습니다. 훌륭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 노하우를 익혔다 해도 이 거대한 여정을 혼자서 완주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전환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마지막 변수, 바로 이 여정을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클라우드 전환은 단순히 기술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책임질 동반자를 찾는 과정입니다. 그들에게는 수백 개의 프로젝트 중 하나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단 한 번의 기회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좋은 파트너, 즉 CSP(Cloud Service Provider)와 MSP(Managed Service Provider, 컨설팅을 알아보는 현실적인 기준과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전략을 독립적으로 수립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IT 환경에 대한 정확한 진단, 기술 전환이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을 계량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클라우드 전환은 반드시 외부 전문가, 즉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어떤 CSP가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가를 따지는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습니다. AWS, Azure, GCP 등 주요 CSP들은 상향 평준화되었고, 대부분의 기술적 요구사항을 충족합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구조와 기술 환경에 가장 잘 부합하는 CSP는 누구인가?”입니다. 기능 비교표에 매몰되기보다,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정합성을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 기술 정합성: 우리 회사의 핵심 시스템이 어떤 기술 스택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예를 들어, 대부분의 시스템이 .NET 프레임워크와 MSSQL 데이터베이스, Windows Server 위에서 구동된다면 Microsoft Azure가 마이그레이션의 복잡성을 줄이고 기존 기술과의 통합을 용이하게 해주는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습니다.
- 비즈니스 전략 지원: 우리의 비즈니스 목표는 무엇인가요? 만약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 커머스 확장이 목표라면, 전 세계에 가장 광범위한 리전(Region)과 엣지(Edge) 인프라를 보유한 CSP가 더 유리할 것입니다. 반면, AI와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면, 관련 플랫폼 서비스(Vertex AI, SageMaker 등)가 강력한 CSP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 비용효율성 (TCO 관점): 단순한 가상서버(VM) 시간당 단가만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기존에 보유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클라우드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BYOL), 그룹사 전체에 적용되는 할인 프로그램(EA, EDP 등)이 있는지, 장기 계약 시 어떤 혜택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 파트너 생태계: 우리가 선택하려는 CSP를 중심으로 강력한 기술 지원과 운영 경험을 갖춘 MSP, SI 파트너들이 국내에 충분히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플랫폼이라도, 그것을 잘 다룰 수 있는 파트너가 없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MSP는 단순한 외주 수행자가 아니라, 클라우드 여정 전체를 함께 설계하고 동행할 ‘전략적 파트너’로 정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견적서의 금액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실질적 역량을 갖추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 검증된 방법론: 클라우드 전환 및 운영을 위한 자신들만의 표준화된 방법론(Methodology)을 보유하고 있나요? 프로젝트마다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절차에 따라 일관된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 고도화된 기술 역량: 단순히 인프라를 운영하는 것을 넘어, 운영 자동화, FinOps(비용 최적화), CMP(통합 관리 플랫폼) 등 클라우드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고도화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 유사 경험: 우리와 비슷한 규모, 비슷한 산업의 기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성공시킨 경험이 충분한가요? 제조업과 금융업의 클라우드 전환은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태도: 기술력은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파트너의 진짜 역량은 위기 상황에서의 태도와 소통 방식에서 드러납니다. 제안서 평가 시, 다음과 같은 가상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이그레이션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생겼을 때, 고객에게 어떻게 상황을 보고하고 신뢰를 유지하시겠습니까?”
“전환 이후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했을 때, 원인 분석과 해결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시겠습니까?”
이런 시추에이션 테스트는 MSP의 단순 기술 역량을 넘어, 조직 문화와 문제 해결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기술은 따라잡을 수 있어도, 책임감 있는 태도는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회사가 반드시 컨설팅 파트너와 함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조직 내부에 클라우드 시장 전체를 조망하고, 내부의 복잡한 이슈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리하며, 검증된 방법론에 따라 전환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컨설팅은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은 이러한 역량을 온전히 갖추기 어렵습니다. 내부 조직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얽혀있거나, 기존의 관성에 익숙해 객관적인 자기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컨설팅 파트너의 가치가 드러납니다.
좋은 컨설팅 파트너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통해 전환의 방향을 잡아주는 '촉진자(facilitator)'이자 '질문자(questioner)'가 되어줍니다.
- 객관적 현황 진단(Assessment): 제3자의 눈으로 우리 회사의 시스템 현황, 워크로드 복잡도, 조직 역량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합니다.
- 실행 가능한 로드맵 설계: 검증된 프레임워크(6R 등)를 바탕으로, 기술적 우선순위와 비즈니스 영향도를 고려한 현실적인 전환 로드맵을 함께 수립합니다.
- 파트너 선정 지원: 성공적인 MSP 선정을 위해 우리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담은 제안요청서(RFP) 작성을 돕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수립하는 데 자문을 제공하여 최적의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컨설팅 파트너는 운전대를 대신 잡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제공하고, 여정에 가장 적합한 차량(MSP)을 고를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입니다. 특히 복잡한 전환의 첫 단추를 끼우는 준비 단계에서 이들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파트너 선택은 클라우드 전환이라는 긴 여정의 첫 단추이자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기술 사양 너머에 있는 전략적 방향성과 문화적 적합성까지 내다볼 수 있는 ‘좋은 눈’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제 파트너를 선택하는 기준을 알았으니, 다음 화부터는 ‘야누스’가 이 기준들을 바탕으로 실제로 어떻게 AWS와 Azure의 세계로 들어갔는지, 그 생생한 여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야누스'는 가상의 기업이므로 AWS나 Azure를 선정하고 해당 CSP를 기반으로 어떻게 클라우드 전환을 하는지 각각 설명해 드릴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