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잔잔한 웃음소리를 따라 때늦은 산책로를 거닐고 있을 때 하얀 달빛 사이로 분홍색 벚꽃 잎이 떨어졌다. 욕망의 그늘이 잠시 물러가고 상쾌한 풀향기가 인중에 스며들었다. 머릿속을 가득 매웠던 매퀘한 생각들이 망각의 숲으로 사라졌다. 어쩌면 이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눈부시던 그 봄날에 고통의 씨앗들을 미리 뿌려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진흙보다 더 여리고 얼음보다 더 차가운 대지 위로 아주 작은 행복의 홀씨가 내려앉고 있었다. 4월 13일의 어느 늦은 밤, 조용히 걸었다. 초라한 산책로에서 영광스러운 너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