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스타이즈본
< 스타이즈본, 브래들리 쿠퍼 / 레이디 가가 주연, 브래들리 쿠퍼 감독, 미국, 2018 >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레이디 가가라는 가수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내게 레이디 가가는 파격적인 분장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세계적인 팝 스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니, 그 존재만 알았지 별로 관심이 없던 인물이었다. 영화 초반이 지나갈 때까지 여주인공이 레이디 가가인 줄도 몰랐다. 그녀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 존재를 인지했다. 그녀가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은 다소 기행적인 행보에 대한 시대적 유행에 따른 관심인 줄 알았는데, 그녀는 노래도, 춤도, 연기도 모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음을 알게 되었다.
감독이자 남자 주인공인 브래들리 쿠퍼 역시 노래, 연기, 감독, 제작 등의 다양한 재능에 모두 뛰어남을 보여줬다.
이런 두 남녀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영화는 3번째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한다. 평점 또한 매우 높기에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라라랜드>의 아류작 정도로 생각하며 미루다가 이제야 영화를 보게 되었다. 여러 번 리메이크를 했기에 스토리가 다소 복고적이고 진부할 수 있을 법한데도 요즘 시대에 맞는 멋진 OST와 스토리로 완성되었다.
식당에서 일하며 저녁에는 술집에서 공연하는 엘리는 공연을 하던 곳에서 우연히 유명한 가수인 잭슨 메인을 만나게 된다. 처음 만남에 그들은 서로의 많은 얘기를 하고, 음악적 영감을 함께 나누며 밤을 새웠다. 잭슨은 엘리의 재능을 알아봄과 동시에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잭슨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가 술에 취해 느낀 기분이라 여기고 거절한다. 그러나, 엘리는 자신이 일하는 식당 보스의 무시와 늘 반복되는 평범한 삶을 박차고, 잭슨이 마련해 준 그의 무대에 함께 서며 이들의 운명은 시작된다.
잭슨은 애리조나에서 가장 기타를 잘 치는 인물이다. 불행한 가정사와 어린 시절을 간직하고 있고 이를 음악으로 극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청각의 고질적 문제로 인해 음악 생활에 불안과 위기를 느끼며 이를 술과 마약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다.
엘리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 음악마저 포기하고 지냈다. 아버지와 그의 동료들로부터 전적인 지지와 사랑으로 자존감 높게 성장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음악에서는 주저한다. 잭슨은 엘리가 노래만 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곡도 스스로 만드는 높은 재능을 가졌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의 외모에 대해서도 예쁘다는 칭찬을 계속해서 해주며 그녀의 열등감을 잊게 해 준다.
이 둘은 무대에 함께 서고, 음악을 같이 하고,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잭슨이 기타줄로 만든 반지를 받고 곧바로 서둘러 결혼을 한다.
어느 날, 엘리의 재능을 알아본 매니저가 나타나고 그녀는 점점 유명해져 간다. 반면, 상대적으로 잭슨의 음악적 입지는 점점 위축되어 간다. 잭슨은 그녀를 지켜보며 그녀의 음악이 본연의 색을 잃어갈까 봐 안타까워하고, 이에 대해 조언을 하며 이들의 갈등은 시작된다.
이런 간극이 점점 커지면서 둘은 서로 쌓인 감정을 폭발시키며 날카롭게 서로를 할퀸다. "질투", "부끄러움", "못생겼어!" 이런 단어들이 그들에겐 욕보다 더 모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들의 갈등은 끝으로 치달았다.
꿈에 그리던 그래미 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기 위해 무대에 선 엘리에게 약에 취한 잭슨은 씻을 수 없는 망신을 준다. 엘리는 망신을 당하는 순간에도 그녀보다 그를 생각하고 챙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잭슨은 마약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몇 달간 그녀와 떨어져 지낸다. 이 시간 동안 그들의 관계도 끝이 나는가 싶었다. 대스타가 된 엘리가 잭슨에게 실망하여 떠나는 결말을 예상했다.
그러나, 엘리에게 잭슨은 전부였다. 그녀가 그에게 말한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 중독 때문이라고! 그리고, 함께 공연하자고 손을 내민다. 이런 그녀의 사랑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잭슨은 유년기 성공하지 못한 일을 끝내 해내고 만다. 영화의 결말이 다소 충격적이어서, 잭슨이 너무나 잔인하고 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겨진 엘리는 어찌 살아갈지 걱정이 되었다. 엘리도, 그의 강아지도 늘 그를 기다리고 사랑했으며, 평생 잭슨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이상적인 사랑과 그들만의 멋진 인생을 기대했지만, 영화의 결말은 종종 뉴스에서 접하는 실제 스타들의 비보들이 연상되며 마무리되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슬픔에 가득 찬 엘리가 남편을 추모하며 무대에서 부른 노래를 듣는데 절로 눈물이 났다. 잭슨이 엘리를 위해 만든 노래를 그녀가 부른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그들의 이야기다.
" I'll Never Love Again"을 눈 감고 듣고 있으니, 휘트니 휴스턴의 음색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그녀 또한 잭슨처럼 생을 마감한 것이 떠올라서 잠시 먹먹해졌다.
서로에게 운명이었던 두 사람의 사랑이 가슴 아팠다.
두 배우의 열연, OST, 그들만의 사랑의 서사로 멋진 영화가 재탄생되었다.
한 동안 그와 그녀가 부른 노래들이 내 귓가에 남아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