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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앤킴 May 20. 2023

버려진 소녀의 삶과 사랑

영화 - 가재가 노래하는 곳

<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데이지 에드가 존스/ 테일러 존스미스 주연, 2022년 미국, 로맨스 스릴러 >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서인지 이야기의 구성과 흐름이 탄탄하게 느껴졌다. 이 영화를 소설로 읽는다면  영화 속 멋진 배경들은 어떻게 묘사되었을지도 궁금하다.


숲 속에서 어떤 남자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변사체로 발견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습지에서 혼자 사는 카야였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그녀를 범인으로 수군거렸다. 카야는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을 가졌다. 다정했던 엄마는 아버지의 폭행에 견디다 못해 자식들을 두고 어느 날 떠나버렸다. 그 후 다른 가족들조차 어린 그녀를 두고 떠났다.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소녀는 습지에서 홀로 살아남아야만 했다. 이런 불우한 어린 소녀에게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있고, 사회는 그녀를 냉담하게 외면했다.


습지에서 고군분투하며 홀로 외롭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소녀는 테이트라는 소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글을 알려주고, 그녀가 숲 속에서 살아가며 채집하고 관찰하여 기록하는 것들을 모아 출판할 것을 권유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시간이 흘러 테이트는 대학생이 되어 도시로 떠나야만 했다. 그는 그녀에게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약속 날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밤새 그를 기다리던 그녀는 다시 숲 속에 홀로 남겨졌고 엄청난 상심에 빠지게 되었다.


카야는 종종 생필품을 사기 위해 배를 타고 습지를 떠난다. 상점 주인 부부는 그녀의 안부를 살피고 마을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돌봐주는 어른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보고 그녀에게 반한 체이스는 적극적으로 그녀를 찾아와 데이트 신청을 하고 그녀와 사귀게 된다. 카야의 눈에도 체이스의 불성실한 면모가 읽힘에도 불구하고, 테이트에게 받은 상처를 씻으려는 듯 작심한 사람처럼 그와의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나, 결혼을 하자던 체이스는 실제로 다른 약혼자가 있었고, 농락당한 그녀는 결국 그와 헤어진다. 헤어졌는데도 그녀를 찾아와 괴롭히던 체이스는 어느 날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녀는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어려서 홀로 버려져 지독하게 외롭게 살아온 카야는 오랫동안 마을에서 괴소문의 주인공이었다. 이런 그녀는 뚜렷한 알리바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된다. 아무도 그녀를 변호해 줄 것 같지 않을 때 변호사마저 그녀에게 자수를 권한다. 자신을 변론하려 하지도 않고 삶의 의지를 놓은 듯한 그녀에게 법정 싸움은 매우 불리하게 흘러갔다. 감옥에 가기 싫다는 카야의 울부짖음에 변호사는 비로소 철저히 그녀의 편이 되어 변론한다. 이 장면에서 변호사의 사명감과 역량에 따라 법정 싸움의 판세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변호사의 도움으로 드디어 그녀는 편견과 누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다.

그리고, 그녀를 떠났던 첫사랑인 테이트는 카야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사람과 한평생을 함께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무죄를 선고받고, 테이트와 다시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결혼 생활을 누리는 그녀는 비로소 더 이상 버림받을 일 없이 안정된 삶을 꾸려갈 수 있었다.

마치 영화 <노트북>의 평생에 걸친 로맨스를 보듯, 평생을 함께 한 그들은 노인이 되고 어느 날 카야는 그녀가 나고 자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떠나게 된다.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그녀를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테이트의 장면은 사랑의 완성 같았다. 이리 영화가 끝이 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던 테이트는 카야가 집필하던 노트들을 살펴보다가 엄청난 것을 발견한다. 습지에 버려져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며 살아남아야만 했던 소녀가 간직한 평생의 비밀을 알게 된 테이트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잔잔한 영화로 여기며 영화를 관람하던 나 역시 테이트만큼 큰 충격에 휩싸였다.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나며 많은 여운을 남겼다.

어쩌면 버려진 그녀가 어쩔 수 없이 강인해진 것이 아니라, 홀로 그곳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강인한 여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버려진 소녀의 성장기와 일대기를 담은 로맨스와 스릴러의 조합이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잘 어우러진 영화였다. 스릴러적 요소가 담겼음에도 불구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여운으로 기억될 것 같다. 

카야가 고독함을 견디며 습지에서 만들어나간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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