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그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이자 보물이었어요.
10월 20일 오후 3시 30분.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있는 '잔디장'에 나롱이를 묻어준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그곳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나롱이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 집에 있으면 심장이 제 멋대로 뛰고, 슬픔이 갑자기 나를 휘어 감고, 눈물만 흘릴 뿐이라서 차라리 나롱이를 보러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매일 찾아가고 있어요.
이렇게 부지런하게 찾아갈게 아니라, 있을 때 집 앞 산책이라도 더 시켜줄 것을..
매일이 후회스럽지만, 그래도 최대한 좋은 추억만 떠올리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 어떤 누군가는 "강아지 한 마리 죽었다고, 뭘 저리 유난이냐" 하실 수도 있어요.
저 역시도 나롱이를 키웠지만, 개모차에 강아지를 태우고 다니거나, 과잉보호를 하거나, 너무 아이처럼 다루는 보호자님들을 보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거든요.
그런데, 나롱이가 1년 전 아프고 난 이후로 깨달았어요.
가족이었다는 걸..
그냥 자유롭게 시골 강아지처럼 키우던 나롱이였는데.. 제가 과잉보호를 하지 않았을 뿐, 사람처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지 않았을 뿐, 가족이었더라구요.
하루라도 더 살길 바라며, 제가 아플 때보다 약을 더 잘 먹였구요.
저도 안 먹는 영양제를 필요한 만큼 꾸준히 먹였구요.
제 식사는 걸러도 나롱이 식사는 어떻게든 먹이려 하루 한 번은 꾸준히 강급을 했구요.
삶의 의지를 갖게 하기 위해 좋아하는 고기를 활용해 화식도 만들어 먹였구요.
조금이라도 사료를 먹어야 했기에 입맛에 맞는 사료를 찾기 위해 모든 사료를 샘플로 주문해봤구요.
복수천자를 하기 위해 왕복 2시간 30분의 거리에 있는 병원을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다녔어요.
가족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하며, 그렇게 병원에 실려간 날이 고비였던 나롱이는 심장병 말기환자로 퇴원한 지 1년 하고도 15일을 더 살다가 강아지별로 떠났습니다.
3개월의 시한부를 선고받았지만, 나롱이가 갖고 있는 삶의 의지와 그 의지를 알고 노력해 준 누나가 있었기에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졌던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도 나롱이의 몸 상태로 이런 컨디션을 보인다는 건, "누나와 더 함께하고 싶은 나롱이의 의지"라고 하셨거든요.
그 의지를 가족이기에 모른 체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나의 이기심으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 좋아하던 산책을 매일 시켜주지 못한 게 너무너무 큰 후회로 남습니다.
그게 지금도 나롱이를 온전히 잘 보내주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강아지별로 가기 이틀 전, 이제는 걷지도 못하는 나롱이를 개모차에 태워 이틀정도 산책을 갔습니다.
당연히 그게 마지막일지도 몰랐구요..
그래도 그 이틀이라도 산책을 시켜줬기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됩니다.
아픈 반려견 혹은 노견을 키우시는 보호자님들.
아이가 떠나는 날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바란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아이가 삶의 의지가 있다고 해서 더 많은 날이 허락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오늘, 지금 이 순간, 아이와 눈이라도 한 번 더 마주쳐 주시고, 이름 한 번 더 불러주시고, 한 번 더 쓰다듬어 주시고, 안아주시고, 콧바람 쐬어주세요.
그 시간들이 하나하나 모여 단단한 추억이 되면, 나중에 아이가 강아지별로 여행을 떠났을 때에.. 후회보다는 따스한 사랑이 스스로를 위로해 줄 겁니다.
저는 비록 그렇게 하지 못해, 후회의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 아이를 키우시는 보호자님들은 그러지 않길 바라며 글을 적어봅니다.
가족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가족이기에 많이 힘들고 슬픕니다.
혹시나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들어하시는 보호자님들이 계시다면, 아이가 강아지별에 간 걸 잘 받아들이시고 좋은 추억을 떠올리시며, 슬플 때는 온전히 슬퍼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아직 슬픔을 겪고 있는 중이지만, 그렇게 하다 보니 하루에 1%씩이라도 슬픔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우리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들이 우리를 걱정하지 않게.. 잘 살아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