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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Dec 31. 2022

인터뷰로 엮는 브랜드 다큐


올해, 단체소개영상 제작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9월말부터 11월까지 70일간 전국 16명을 인터뷰한 프로젝트였는데요. 영상 잼병인 저로써는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을 위해 흔적을 남깁니다.




01 단체소개영상이 아닌 브랜드 다큐


40년 된 기업재단이 자신을 단순명료하게 소개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었습니다. 문서, 리플릿, PPT, 홈페이지, 명함 등을 조금씩 실험하다가 12월 행사를 데드라인으로 단체소개영상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2분이내 브랜드 영상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상 지식도 광고적 발상도 부족한 저로써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압축보다는 종합해서 풀어내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브랜드 영상들을 찾아보다 무신사 the BRAND의 <1507 대구 양말 이야기>를 습니다. 로컬, 제품, 정신에 대해 쉽고도 흥미롭게 이야기하는 영상이었죠. 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https://youtu.be/nir2NKWZ9no



02 각본이 없는 생생한 목소리


우리는 어떻게 이야기할까 고민했습니다. 고민끝에 5개 목적사업을 중심으로 1)초기 사업을 셋팅한 원로를 통한 원칙과 정신, 2)사업 참여자들을 통한 변화와 가치 메시지로 구성했죠. 인터뷰를 증언처럼 활용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질문을 엮어 구성안을 짰습니다. 모범답안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초기에 테스트를 해봤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었습니다. 머리로 짜맞춘 아이디어란 현장의 경험 앞에서는 얼마나 맥아리 없는 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현장의 답변은 원하는 것보다는 길었지만 본질적인 개념에서 뻗어나가 훨씬 쉽고 직관적이었습니다. 정말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진심 어린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게 대화하는게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와 촬영은 직접 진행했습니다. 장비는 대부분 렌탈했습니다. '오재미동' 충무로영상센터의 제품라인이 실용적이고 가격이 좋아 자주 이용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무선 마이크 '소니 UWP D21'을 구매했죠. 그렇게 첫 팀원이 생겼습니다  


https://www.ohzemidong.co.kr/editorial/list.php

오른쪽이 첫 팀원입니다 ㅎㅎ



03 덜어내고 덜어내는 편집


5분 분량을 목표로 했던 영상은 결국 11분 9초까지 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답변을 잘라내야 했습니다. 욕심같아선 17분 풀영상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걸 누가 보나요? 10분 진입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덜어내는 기준은 '라인을 맞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자립지원기관 대표가 '가족' 키워드를 던지면, 이용자 답변도 '집' 키워드로 공명하게 배열합니다. 다른 타입으로는 미술관 관장이 '작가' 협업을 던지면, 참여 작가는 '큐레이터'로 겁니다. 일종의 캐치업이죠. 그 과정에서 경쾌한 리듬감은 생겼지만 깊은 진심은 덜어내야 했습니다. 아쉽지만 첫술에 배부를순 없으니 한걸음 물러나야 했습니다. (사용하지 못한 답변은 훗날을!)


무엇보다 영상 편집은 정말 전문가의 역영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특히 인트로, 간지, 클로징 포인트가 대단했습니다. 제가 메시지 흐름만 생각했다면, 편집자는 시청자가 흥미, 몰입, 전환, 여운 등을 가져갈 구간들을 계산해 판을 짰습니다. 대화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영상이 나올 때의 그 짜릿함이란...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04 각자이야기함께 들어주기


영상이 완성될 즈음 욕심이 생겼습니다. '시사회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었죠. 각 사업 담당자들이 옆집의 사업을 보고 감탄하고 서로를 인정해준다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시사회는 못했습니다. 대신 중간보고를 핑계로 사무국이 모두 함께 보고, 피드백을 핑계로 참여한 인터뷰이들이 영상을 보도록 유도했습니다.


대망의 12월 9일, 200여명이 모인 행사장에서 영상을 공식 첫 상영했습니다. 큰 스크린에 상영하니 무게감도 스케일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분이었습니다. 공식적인 피드백은 받지 못했지만, 참석한 관계자와 수상자 가족들에게 재단의 정신이, 40년의 역사가, 우리가 남몰래 쌓아온 변화와 가치들이 조금이라도 전달되었기를 바랄뿐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소개하기 위해 준비한 과정들을 통해 우리가 자신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정말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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