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네 슈퍼마켓에 다녀오는 길에요.
슈퍼 옆에 붙어있는 작은 구둣방을 홀깃 한 번 쳐다봤거든요.
문득, 있는 듯 없는 듯 오래 된 나무처럼
두 평 남짓한 그 비좁은 공간을 지키고 계실 구두수선방 할아버지가 그냥 잠깐 생각나세요.
그런데 오늘 보니까 수선 방엔 그 할아버지는 뵈시질 않고
처음 뵈는 젊은 아저씨가 앉아 계신 거예요.
며칠 전부터 자신이 이 수선집의 새주인이시라고요.
마땅히 돌봐주는 가족 하나 없이 성한 한 쪽 눈으로
수선 일 하는 것으로 생활하신다고 알고 있던 애꾸눈 신기료 할아버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푹푹치는 화마에 작은 손선풍기를 세워두고
좁은 단칸 수선방에서 늘 무언가를 부단히 수선하고 계셨더랬죠.
백발에 안대를 하신 연료한 할아버지는 제가 가져간 구두나 가방수선물 이것저것을
신묘한 솜씨로 뚝딱 뚝. 몇 분 만에 새 것으로 고쳐내어 주시곤 하셨죠.
글쎄 정말 그 신기료 할아버지께서 이제 왜 나오시지 않으신다는 건지
그 세세한 곡절에 관해서는 알 길 없지만요
행여나... 어딘가에서 우리 구린내 풍기던 구두들을 그리워하고 계신 건 아니실까... 싶은
오지랖 넓은 상념은 돌아서는 제 뒤통수를 잡곤 쉽사리 놓아주질 않더라구요.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그 한치의 미래를 가늠하기 힘들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많은 날 그 집 앞을 수 없이 지나쳤는데도
그 동안 왜 따뜻한 눈인사 자주 드리질 못했나...
다정한 인사말이라도 더 자주 건네드릴 걸 하는 실없는 아쉬움도 일었네요.
할아버지. 부디, 건강하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