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노모'
서울 백반집에 마주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골짜기를 다 데려와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늙은 어머니 밥 먹는 모습의 아름다움을 그렸다. 화자와 노모는 '서울 백반집'에 마주앉아 백반을 먹고 있을 뿐인데 얼마나 아름다운 시어를 썼는지 꼭 멀고 다른 세상에 그와 노모만 마주앉아있는 것 같다.
어릴 땐 "네가 먹는 모습만 봐도 나는 배가 부르다"는 어른들 말씀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대체 어떤 마음일 때 그런 말이 나오는 건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다.
이제는 부모님이 밥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 마음이 배부르다. 그리고 그럴 때 나는 내가 어른이 됐음을, 부모가 나이들었음을, 나와 부모의 관계가 옛날과는 다른 국면에 왔음을 알게 된다.
내 마음이 이렇거나 저렇거나 우리 부모의 나를 보는 마음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내 어머니는 나와 함께 밥을 먹을 때 아직도 맛있는 반찬을 아껴 든다. 고기나 잘 바른 생선살 같은 것을 내 밥 위에 얹어주면서 정작 당신은 잘 들지 않는다. 나는 당신이 맛있게 먹는 것이 좋은데. 나는 이제야 내 부모 밥 먹는 모습을 보는 게 배부른데, 당신들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자식이 밥 먹는 모습을 볼 때 배가 부른가보다, 그런가보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