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감
버스를 탔다. 맨 뒷좌석에 앉아 휴대폰을 보는데 버스 운전사가 경적을 울렸다. 경적을 누르는 소리는 가끔 말소리처럼 들릴때가 있다. '신호 바뀌었잖아 빨리가' 라거나 '아이고 할머니 차 지나가요, 조심하세요.'같은.
오늘 경적 소리는 약간 신경질적으로 느껴졌다. 앞을 보니 차 한 대가 버스 앞에 정차해 있었다. 초록불인데.
가만보니 그 차는 신호마다 그렇게 섰다. 계속 초록불인데도. 버스 운전사는 신호 상관없이 자꾸 멈춰서는 앞 차에 화가 난듯 했다.
운전석 뒷자리에 탄 노인이 혼잣말을 했다. "아니 초록불인데 왜 자꾸 멈추는거야, 운전을 왜 저렇게 해." 버스 운전기사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휴 휴대폰 보고있는 거겠죠. 저런 차들 많아요." "그러게, 운전을 똑바로 해야지. 몇 번씩 서게 만들고 말이야."노인은 맞장구를 쳤다. "그쵸, 운전을 똑바로 해야지." 버스 운전사의 말투가 한층 누그러졌고 심지어 웃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건 공감의 효과다.
화가나서 씩씩대고 있을때, 누군가가 나서서 나보다 더 화를 내주면 슬그머니 화가 가라앉는다.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준다는것, 공감의 효과는 참 크다.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오은영박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친구와 같이 김치찌개를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아 너무 매운데."라고 했을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1. 나는 별로 안 매운데.
2. 너에게는 좀 맵구나.
정답은 2다. 진정한 공감능력이란 내 의견을 말 하는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나도 공감 능력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