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어디에라도 털어놔야 속 시원할 것 같아서
길을 잃은 것 같다.
감사하게도, 퇴사 후 삶은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일처럼 보였다.
당분간이지만 돈 걱정 없이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일상을 누리는 것이 즐거웠다.
내가 택한 길이 맞을 거라고, 곧 자리잡게 될 거라는 근거없는 확신을 하면서.
공교롭게도 나의 퇴사 시점과 맞물려 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했다.
초반 보다는 나아졌지만 꾸준히 병원에 가야한다.
타이밍 좋게 (?) 가정 주부로 지내던 언니가 취직을 하고 나는 프리랜서를 가장한 백수가 되었다.
언니가 세 명이나 있지만 아버지의 병원을 동행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내 차지가 되었다.
언니들은 운전을 못 하니까, 일을 하니까 하며 쌓여간 시간이 나도 모르게 부담되었나보다.
괜히 짜증이 늘고 상황이 자꾸 내 일을 방해한다고 여겨졌다.
병원에 다녀오려면 최소 1박 2일이다. 강원도 집에 가야하고, 두 시간 반 거리의 병원에 갔다가 당일에 또 집에 갔다가 서울로 오는건 무리니까.
이틀을 다녀오고 나면 자연스럽게 내 루틴이 깨진다.
생각보다 하고있는 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자꾸 핑계를 찾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지난주 병원에 다녀오고 난 후로 일에 영 집중이 안 된다. 생각만 많고 정리가 하나도 안 된다. 원래 정리를 잘 못하는 인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루종일 사무실에 있었는데 뭘 한건지 알 수가 없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심리적으로 위안받고 싶을 때, 나도모르게 브런치를 찾게된다. 평상시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으면서. 그래도 항상 여기 있어주어서 고맙다.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다시 행복한 백수(를 꿈꾸는 프리랜서 개미)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