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남이 May 03. 2020

북한 NCND 전략의 성공

당최 속을 알 수 없는 소라게(Hermit Crab)


   얼마 전 미국 CNN의 보도로 시작된 북한의 김정은 신변 관련 많은 추측들로 인해 전 세계가 떠들썩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특이동향 없다."라는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몇몇  인사들의 잘못된 억측으로 인해  이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습니다. 크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사회적 동요도 있었고 이로 인해 주가도 영향을 받았죠.


   정보는 오류가 있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정보제공 소스도 필요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정보가 갖고 있는 파급력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때가 있습니다. 또는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과 다툰 경험을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국가차원으로 가면, 굉장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그릇된 의사결정은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고, 다른 나라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으로도 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높은 위치에 있거나 중요한 전략적/정책적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뢰할 만한 양질의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자, 본론으로 넘아가서 북한의 전략을 살펴보도록 하죠. 김정은은 그동안 왜 원산에 머물면서 두문불출했던 걸까요?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코로나가 창궐한 평양을 벗어나, 원산에서 2주간 자가 격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건 정보도 아니고 상식에 기반한 추측입니다. 사실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계속해서 확진자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황을 봤을 때, 그런 가능성은 공장히 낮아보입니다.



  두 번째, 이건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인데요. 아마도 김정은은 NCND 전략을 통해 국제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했을 겁니다.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전략 또는 화법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다들 잘 아시겠지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방법입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국내 문제 해결에 매진하는 동안,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었죠. 그래서 김정은은 미사일을 쏴대기 시작했죠. 아마 기억하실 겁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면(출처 : 한겨레신문)


   이 방법이 먹히지 않자,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 중요하다던 태양절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고 말이죠. 이건 전략적 판단이기보다는 평양 내 코로나 확산 때문인 걸로 보이기는 합니다. 어쨌거나 김정은은 사라졌습니다. 다만, 자신이 원산에 있다는 흔적을 남긴 채.. (참고로 김정은은 위치 노출을 의식해서  자신의  동선을 절대 공개하지 않고 움직입니다. 이동한다 하더라도 항공기, 기차, 요트, 자동차 등이 거의 동시에 움직여서 어떤 수단으로 이동하는지  파악하는 걸 어렵게 만들죠.)


국무위원장 전용 특별열차


   이 방법은 바로 통했습니다. 대성공인 거죠. 미국 역시 정보력의 한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신변에 대해 같은 NCND 화법을 썼지만, 단순히 정보력의 한계로 보였습니다. 여하튼 그동안 북한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을 겁니다. NCND의 효과가 극대화될 때까지 말이죠.


  그리고 2020년 5월 1일, 순천린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면서 그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은 채..(NCND 전략의 성공을 자축하는 듯 환하게 웃고 있네요.) 이로 인해 김정은은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자신의 입지와 중요성에 대해 인식시킨 것 같습니다.



   NCND 전략은 북한의 단골 메뉴입니다. 우리는 매번 속았는데, 이 번엔 속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북한이 "특이동향이 없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죠. 진정 신뢰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정부입니다.


   마지막으로, 통상 독재자들이 유고하게 되면 며칠 전부터  "어떨 것이다."라는 추측성 보도 대신 "사망했다"라는 보도가 바로 나옵니다. 아마도 소수가 철저하게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독재국가의 특징 때문 아닐까 합니다.



   자, 우리가 이번 사건을 통해 알게 된 사실과 교훈은

1. 북한의 단골 전략인 NCND의 전략적 효과성

2. 거짓된 추측성 정보의 폐해

3. 미국 정보력에 대한 재평가

4. 정부 판단에 대한 신뢰와 믿음

매거진의 이전글 투키디데스 함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