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던(?) 4차 항암 날이 도래했다.
예상하지 못한 케모포트 감염으로 여전히 병원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또 다른 이슈가 생겨서 4차 항암 날이 밀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1, 2차보다 수월하게(하지만 할 것은 다 하며) 3주를 지나왔다.
아무래도 조금 몸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처치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삼성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간 동안 몸의 치료뿐 아니라 마음의 치료도 받는 느낌이 든다. 의료진의 태도는 몸도 맘도 약해져 있는 환자들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다.
병원 생활을 해보니 이 병원 역시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해서 담당 교수님부터 간호사 선생님들까지 모두 과부하가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담당 교수님은 본인 몸이 아픈 상황에서 당직을 징검다리로 하고 계신다. 그럼에도 회진마다 눈을 마주치고, 질문을 기다려주시고, 성의껏 답해주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2교대 근무로 12시간씩 깨어있다 다시 돌아오시는 간호사 선생님들도 얼마나 친절하신지. 불편한 곳 없는지 살펴주시고, 파이팅도 외쳐주시고, 새벽에 검사를 하거나 주사를 주셔야 할 때는 얼마나 조심스럽게 해 주시는지.. 어디에서 이런 배려를 받아봤나 싶은 시간들이다.
무엇보다 '환자분'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러주어 감사하다. 유방암 환자라는 정체성보다는 나로서 유방암을 만나 적극적으로 치료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번 한 주는 매우 괜찮은 컨디션이 유지 됐다. 오심, 구토도 거의 없어서 밥도 잘 먹었고, 하루 만 보씩 병동을 돌며 근육도 잘 만들어 두었다.
이 정도면 4차 항암 후유증을 잘 견딜 힘을 비축해 둔 것 같은데, 문제는 혈관이다.
케모포트 감염으로 혈전이 생겨버려서 왼쪽 팔의 혈관을 아예 쓸 수가 없는 상태이다.
오른쪽 팔을 5주나 쓰고 있다 보니 거의 모든 혈관이 다 터져버렸다.
처음에 라인을 잡아도 하루 만에 자꾸만 터지고 약이 역류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다른 건 그래도 괜찮은데, 쓸 혈관을 거의 다 쓴 상태에서 항암제 중 도세탁셀을 맞는 중 문제가 생겨서 약이 흘러버리면 피부가 괴사 할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이슈를 만난 1-3차의 고비를 넘겼으니 부디 4차는 힘들지 않고 무난히 지나가면 좋겠다.
혈관들이 힘을 내주는 오늘이기를!
지금 어딘가에서 항암을 받고 계실 선배님들, 동기들, 후배님들 역시 수월한 하루를 보내시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