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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이팅게일들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1

by Sonia

유방암 환자로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더 스펙터클 하다.

항암과 수술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었고, 마음의 준비도 얼마만큼은 했건만 케모포트 감염이라든지 소양증, 피부병 등은 생각지 못했었다.

독성항암 부작용에 더해 이 여정을 힘들게 했던 건 케모포트 감염이었다.


이틀 내내 열이 40도 언저리를 맴돌고 혈압은 40/60으로 곤두박질 치던 날.

머리 뒤, 목덜미, 팔다리 안쪽에 얼음팩을 대고 있으면 겨우 38도 정도로 떨어졌다가 팩이 식으면 바로 다시 고열로 치솟기를 반복했다.

요양병원에 있던 나는 결국 밤중에 사설 119를 불러 삼성병원으로 향했다.

결과는 케모포트 감염.

온몸에 도는 피가 세균으로 감염되어 수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3일을 기다려서 결국 그 어렵다는 본원에 입원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 2주간 일반병동에서, 4주간 암병동에서, 도합 6주간의 긴 병원 생활을 했다.

새벽 5시, 오후 1시, 밤 9시마다 항생제 주사가 올라왔다.

6차례 예정 되어있던 항암 중 두 번을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진행했다.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서 세 숟가락을 겨우 밀어 넣고 귤로 밥을 꾹꾹 눌러 내렸다.

귤이 잔뜩 나는 겨울이라 참 다행이었다.


지칠 수 있는 병원 생활에서 힘이 되었던 건 병동의 간호사 선생님들이었다.

12시간, 3교대 근무.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에 떠나는 선생님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안쓰러웠다.

서로가 서로를 안쓰러워하고, 보듬고, 파이팅을 외치던 시간들.

피곤한 눈에 웃음을 가득 담아 "송아님, 다녀올게요!" 하며 인사해 주시던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던지.

항상 웃으며 이름을 불러주던 분들.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얼마나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지켜주는지 느꼈다.


퇴원을 하던 날 너무나 홀가분하고, 행복하고, 날아갈 것 같은 마음이었지만 매일 보던 간호사 선생님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웠을 정도로 정이 들었었다.

퇴원 후에도 외래를 갈 때면 간식거리를 들고 10층으로 올라가게 만든 우리 선생님들.

나의 나이팅게일들이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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