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으로의 첫 발
암 진단을 받게 전, 바삐 살던 날들에는 나의 몸을 가장 나중에 두었다.
누군가의 몸, 누군가의 시간, 누군가의 마음을 지키는 건 열심히 했는데 정작 내 몸은 돌봐주지를 못했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때의 그 시간도 내게는 너무 소중했으니까.
하지만 암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그동안 후순위에 두었던 나의 몸을 돌보는 것.
온갖 후유증이 온몸을 잠식했던 6차례의 선항암, 11시간의 긴 수술, 16차례의 방사선 치료 모두 내 몸을 돌보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였다.
벌써 작년 9월부터 시작한 표준 치료 계획의 3분의 2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아픈 몸을 치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루틴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가 왔다.
아프기 전부터도 언젠가는 정기적인 운동을 하고 싶고, 내게 맞는 운동을 찾고 싶었다.
헬스장에 등록을 해보기도 하고, 야심 차게 러닝화를 사서 뛰어보려 노력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헬스는 쿰쿰한 땀냄새와 꽉 막힌 공간이 힘들었고, 러닝은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포기했다.
그러던 중 예전에 첼로를 가르쳐드렸던 친한 지인분이 펠든크라이스라는 것에 매료되어 전 세계를 다니며 자격과정을 이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궁금했지만 혼자 선뜻 가기는 어려웠다.
타이밍 적절하게도 방사선을 다 마치고 운동을 시작해 보려는 시기에 그분께 연락이 왔다.
독일, 영국 등에서 열심히 공부한 후 한국에 돌아왔다고.
펠든크라이스, JKA 핸즈온 레슨을 꼭 해주고 싶으시다고.
그렇게 운명처럼 새로운 세상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