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3
그렇게 말을 트게 된 M과 나는 4주간 같은 병실에서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
패혈증 치료 때문에 3차, 4차 항암을 입원 중에 진행하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원래 치료받던 통원 치료실로 가지 않고 누운 병상에서 항암제를 투약받을 수 있었다.
나도 M도 일주일 차이로 두 번의 항암을 같은 병실에서 진행했다.
암세포도 죽이지만 다른 건강한 세포까지 싹 죽이는 세포독성항암제는 맞은 후 이틀, 삼일 뒤부터 온몸에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이 온몸을 휘감을 땐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
뒤척일 힘도 없이, 막을 수 없는 신음이 새어 나오는 시간. 흐르는 눈물도 닦지 못한 채 그저 침대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순간.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기에 M과 나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응원하고 있었다.
"언니, 괜찮아요? 아프면 참지 말고 진통 주사 맞아요."
"언니, 지금 안 자고 있죠..?"
"M, 괜찮아요? 혹시 내가 필요하면 꼭 말해 줘!"
"M, 일어났어요?"
각자의 항암 주간 새벽 3시경, M의 간병인 이모님도 깊이 잠드신 시간, 우리 둘은 꼭 한 번씩 깨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작은 뒤척임에도 서로가 깨어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우리.
타는듯한 갈증에도 물이 쓰고 비려서 먹지 못하던 그 시기에 우리는 새벽에 깨어 폴라포를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서로의 냉장고를 공유했고, 나중에는 커튼을 다 걷어 놓고 같이 밥을 먹고, 티브이를 보고, 창 밖을 보았다.
병원밥은 도저히 먹을 수 없었지만 입맛이 조금 돌아온 날에는 냉면, 보쌈, 청국장, 똠얌꿍을 주문해서 킬킬거리며 먹었다.
겨우 세 숟갈을 들고 내려놓을지언정, 그래도 오늘은 우리 드디어 먹었다며 서로를 칭찬했다.
펑펑 오는 눈을 바라보며 내년 겨울에 우리 다 나으면 같이 산책하자고 약속했는데.
같이 누워 우간다에 다녀온 사진을 보던 날엔 우리 꼭 손잡고 우간다에 가자고 했는데.
4주가 지나 나는 집으로, M은 요양병원으로 퇴원을 했다.
이후 우리는 본원 외래에서, M이 머물던 요양병원에서 만났다.
서로에게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은 마음에 만날 때마다 선물을, 먹거리를 교환했다.
서로의 외래 날짜가 우연히 겹친 날 반가워하며 웃던 시간은 잠시, M은 뇌에 전이가 된 곳에 재발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는 꼭 맞아야 하는 너무 비싼 표적항암을 입원해서 맞을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 to be continued
이전 화
https://brunch.co.kr/@gnade1018/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