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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마음이 괜찮아지는 나날들

by Sonia

펠든크라이스 무브 레슨은 매월 주제가 달라진다.

이 달의 주제는 척추.

호흡 수업이 너무 좋아서 좀 더 머물고 싶었는데, 다채로운 수업들이 무궁무진하다고 하셔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레슨에 들어갔다.


이번 달에는 척추 레슨을 할 거예요.
하지만 제가 척추라는 말을 직접 하기보다는
그 주변에 이웃한 곳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할 거예요.

호흡 수업에서는 호흡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하시더니 이제는 척추 수업에서 척추라는 단어를 이야기하지 않으신다고 하는 대표님. 참으로 놀라운 메소드가 아닌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하면 코끼리만 생각난다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말 그대로 척추를 생각하지 않고 척추 곁에 있는 이웃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수업을 듣다 보니 오히려 척추에 더 집중을 하게 되는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펠든크라이스는 여러 명이 한 번에 매트에서 레슨 하는 ATM(Awareness Through Movement)과, 1:1로 핸즈온 레슨을 하는 FI(Functional Integration)의 두 방식으로 진행된다.

처음 레슨을 받을 때 FI로 시작을 했었는데, 레슨을 해주시는 선생님께서 "숨을 쉬지 않고 계세요. 숨을 쉬세요!"라고 하셔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ATM 중에도 여전히 어딘가에 집중을 하면 숨을 쉬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계속 같은 패턴이 관찰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집중을 해도 숨을 편안히 쉬는 순간이 찾아오겠지 생각하며 너무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다.


충-분합니다.

너-무 잘하고 계세요.

바-로 그거예요!


어느새 펠든 수업에서 가장 많이 듣는 문장들이 마음에 새겨지는 걸 느낀다.

늘 스스로 채찍질하며 더 잘하려고, 더 완벽하게 하려고 살아왔던 지난 날들.

그래서 내 몸 안에 그렇게 큰 암덩이를 키워왔는지 모른다.


그래, 나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이 정도만으로도 괜찮아.

너무 잘하고 있으니 실망하지 말자.

스스로에게 말해주려고 노력한다.


펠든크라이스는 운동법이라기보다는 배움에 대한 태도, 삶에 대한 태도를 습득하는 곳인 듯하다. 따스하고 섬세하게 자세를 도와주시는 대표님들의 손길을 느끼며, 나도 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이렇게 해야지, 생각하게 된다.

이번 주에는 시간을 내어 한 번 더 수업을 듣기로 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내 몸을 잘 돌봐야 하는 시기니까.


충분히 쉬고, 자고, 책 읽고, 물 마시고, 운동하기. 무리하지 않기. 다시 일이 조금씩 들어오는 시기, 마음을 놓아버리지 않고, 여전히 암환자임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절할 때는 거절하고, 꼭 해야 하는, 아니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스스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마음이 녹아있는 펠든크라이스 메소드는 운동을 넘어 삶의 철학을 가르쳐주는 것 같다.

이 운동을 만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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