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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상

완치 없는 유방암 환자의 삶

by Sonia

일상이 멈춘 시간을 다시 보내고 있다.

작년 이맘때는 케모포트 감염으로 삼성병원에 입원해서 6주나 일상이 멈췄었다. 그때부터 퇴원 후에는 '새로운 일상'을 다시 세팅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뉴노멀 같은 나만의 개념이랄까?

이제는 천천히 가는 마음, 갑작스럽게 이슈가 생겨도 그것을 일상으로 여기는 마음을 먹어보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쩌면 새로운 일상에는 '멈춤'도 일상이 되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감기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난 토요일부터 시작된 고열과 몸살로 병원을 세 번이나 다녀왔는데, 너무 낫지 않고 귀도 아파서 다시 병원에 갔더니 중이염이 추가로 발견됐다. 사진을 보니 귀 속에 염증이 투명한 풍선처럼 여러 개 생겨있었다. 많이 먹먹할 수 있다고. 안 그래도 물속에 있는 느낌이 계속 드는 상태이다. 약 먹고 1~2주 지난 후에도 같은 상태면 주사기로 물을 빼야 한다는데, 그전에 흡수되면 좋겠다.

독감감사를 세 번 했는데도 늘 음성. 그냥 감기라고 하기에는 통증도 심하고 기력이 없는데, 이번 감기가 그렇다니 견딜 수밖에.
브런치에 글을 못 쓰는 동안 새로운 일상을 산다는 걸 잊고 다시 이전처럼 관성대로 일을 하나 둘 늘인 게 문제였다 싶다. 다시 한번 걸린 브레이크가 그래서 감사하기도 하다.


마지막 표적 항암 일정도 조금 미뤄지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장 좋은 건 내일까지 회복이 잘 되어 일정대로 진행하는 건데, 안 된다면 다음 주로 미루게 될 듯하다. 가장 좋은 때 마무리할 수 있기를.

마지막 항암 치료라 이제 건강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까 봐, 아직 여전히, 아니 평생토록 재발 전이 가능성이 있는 암 환자라는 걸,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걸 기억하게 하려고 주어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을 차려야지.

생. 존. 신. 고.

살아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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